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과 관련해 폭로 전을 이어가던 민주당이 오락가락 엇박자를 내고 있다.
당초 국정원 보관 대화록이 조작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던 민주당은 국가기록원에서 대화록을 찾지 못하자 ‘국정원 자료가 원본’이라고 말을 바꿨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2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새누리당은 국가정보원이 공개한 문서를 원본이라고 이미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국정원 원본을 (대화록) 원본으로 보면 된다.”고 말을 바꿨다.
이언주 원내대변인도 이날 현안 브리핑을 통해 “국정원이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을 갖고 있고, 이미 공개하지 않았느냐”고 발언했다.
막말 논란이 일었던 정청래 의원도 국정원 대화록이 원본이라는 주장에 동참했다. 그는 “국정원이 국정원 것이 원본이라고 주장하는데, 그럼 국정원에서 무단으로 공개한 게 정상회담 대화록이라고 인정하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그동안 국정원이 보관한 대화록이 위·변조된 가짜이고 국가기록원이 보관하고 있는 대화록이 진짜라는 기존 입장을 취해왔지만, 국가기록원에서 대화록을 찾지 못하자 이렇듯 말을 바꾼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24일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기관보고에서 논란이 됐던 권영세 전 종합상황실장(현 주중 대사)의 발언 녹취록을 폭로하면서 민주당이 곤혹스러운 입장에 놓이게 됐다.
박 의원이 폭로한 내용이 뜻하지 않게 국정원 대화록이 원본이라는 민주당의 현재 입장을 또 다시 번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공개된 발언록에 따르면 권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 여의도 모처에서 “MB(이명박) 정부, 그래서 원세훈으로 원장 바뀐 이후로 기억을 하는데 내용을 다시 끼워 맞췄거든요”라고 얘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권 전 실장은 “아마 그 내용을 가지고 청와대에 보고를, 요약보고를 한 것이지, 요약보고를 한 건데, 그걸 이제, 아마 어떤 경로로 정문헌한테로 갔는데”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로 내용을 요약하면, 이명박 정부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담록을 조작한 것은 물론, 특정한 시나리오에 따라 새누리당 측에서 대선용으로 악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의원이 24일 폭로한 이 같은 내용은 국정원이 공개한 대화록이 이명박 정부에서 훼손, 조작됐다는 이전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가 될 순 있지만, 현재 국정원 대화록이 원본이라는 주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만일 민주당이 박 의원 폭로를 근거로 또 다시 국정원 대화록 조작 의혹을 꺼내든다면 ‘말바꾸기’라는 비판 외에도 국가기록원에서 사라진 대화록과 관련해 민주당과 친노 세력의 책임론이 더욱 부각되면서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또한 국가기록원 대화록 보관 진실 공방으로 이어져 검찰 수사 등을 통해 사실 확인이 되기 전까지 새누리당에 정국 주도권을 뺏길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게다가 노 전 대통령이 대화록을 폐기한 것이 사실로 최종 확인될 경우 민주당은 존폐의 기로에 놓일 수도 있다.
박범계 의원의 권영세 녹취록 폭로로 민주당은 뜻하지 않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면초가에 놓이게 된 셈이다. 이번 폭로와 관련해 민주당의 대응이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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