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31일 김재철 전 MBC 사장에 대한 고발사건에 대해 일부 혐의만 인정해 약식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작년 MBC 파업과 관련해 노조가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한 건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오래된 기억 탓에 김 사장의 소명이 미진했던 일부 금액과 감사원법 위반 혐의만 인정했다. 반면 170일 동안 불법 파업을 벌였던 MBC 노조 핵심 간부들은 불구속 기소하는 등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철퇴를 가했다.
앞서 언론노조 MBC본부(이하 MBC 노조)는 작년 파업 과정에서 김 사장에 대한 각종 허위왜곡 폭로를 이어가던 중 김 사장이 특정 무용가에게 공연을 몰아주는 등 ‘업무상 배임’, ‘부동산실명제 위반’,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의 불법행위를 했다며 김 사장을 고발했다.
민주당 주도로 이루어진 감사원 감사에서는 감사자료 및 증빙서류 등의 자료를 요구한 것에 김 사장이 모두 불응했다는 이유로 올해 2월 감사원이 김 사장을 고발했었다.
미디어스 등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는 “김재철 전 MBC 사장에 대해 일부 업무상배임(배임금액 약 1,100만 원) 및 감사원법 위반 혐의가 인정돼 약식기소하고, 업무상배임 고발 부분 중 업무 관련 사용 등 사실관계가 확인되거나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한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했다”고 밝혔다.
검찰, 노조 집행부 핵심 인사 5명은 불구속, 직책, 가담 정도에 따라 약식기소, 기소유예
반면 검찰은 MBC 노조의 불법 파업에 대해서는 혐의를 인정해 노조 집행부에 강도 높은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MBC 노조의 불법파업과 관련하여, 당시 노조위원장 정영하 등 파업 핵심 주동자 5명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 구공판 한다”며 “부위원장급 노조 간부 4명을 같은 혐의로 약식기소(벌금 미정)하고, 직책 및 가담 정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나머지 노조 간부 7명에 대해서 기소유예 처분했다”고 밝혔다.
불구속 구공판이란 불구속 상태에서 정식 형사재판에 넘기는 것으로, 대상자는 작년 MBC노조 집행부였던 정영하 위원장, 강지웅 사무처장, 이용마 홍보국장, 장재훈 정책교섭국장, 김민식 편제부문 부위원장 등이다. 약식기소 처분을 받은 노조 간부 4명의 벌금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한명 사무총장 “노조 눈치 본 검찰에 의해 김재철 전 사장 또다시 피해자 됐다”
검찰은 김재철 전 사장 관련 고소·고발 건 처리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 “지난해 MBC 노조 불법파업 관련 노사 쌍방 고소·고발 사건은 총 16건으로서 피의자만 32명에 이르렀다”면서 “다양한 내용으로 고소·고발을 제기함에 따라 검토해야 할 쟁점이 많았고 일부 사건 관련자가 진술을 거부하는 등 수사에 협조하지 않아 수사·처리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MBC가 정영하 등을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한 사건은 무혐의 처분하거나 고소인이 고소를 취하해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렸다.
한편, 이 같은 검찰의 처분 결과에 대해 자유언론인협회 박한명 사무총장은 “검찰이 노조의 눈치를 본 어처구니없는 결과”라며 강력 비판했다.
박 사무총장은 “검찰이 원칙대로 사건을 처리하다보니 노조에 대한 강도 높은 처분을 피할 수 없게 됐고, 그래서 김재철 전 사장에게도 적당히 책임을 물어서 검찰이 나름의 균형을 맞추려고 잔머리를 쓴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황당한 결과”라며 “경찰이 혐의가 없다고 넘긴 사건을 내내 끌고 있더니 기억도 가물가물한 2년여 전 쓴 일부 금액을 소명 못 했다고 그 부분에 배임죄를 뒤집어씌웠다. 김재철 전 사장이 또다시 억울한 피해자가 된 것이다. 법과 원칙을 따라야 할 검찰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소훈영 기자 firewinezer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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