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1일 서울 중구 서울역 앞 고가도로 위에서 분신 사망한 이모(40)씨에 대해 안타깝다는 여론이 일고 있는 가운데 좌파진영의 애도도 잇따르고 있다.
전 민주통합당 대표이자 배우 문성근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명복을 빕니다. 긴급속보. 몇 분 전, 12월 31일에 서울역 고가에서 '박근혜 퇴진, 특검 실시' 펼침막을 건 채 온몸에 쇠사슬을 묶고 분신하신 이모 씨가 운명하셨다”는 글을 남겼다.
민주당 허영일 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슬프고 가슴이 먹먹하다”며 “그러나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커다란 사회적 울림에 대한 답변이 자기희생이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허 부대변인은 그는 “박근혜 정부의 국민 무시와 민주주의 유린에 맞서기 위해서는 살아서 싸워야 한다”며 “국민을 믿고, 국민과 함께 어깨 걸고 완강하게 전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민주당은 이남종씨의 뜻을 가슴에 새기고, 국정원 대선 개입 특검의 관철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모씨는 서울역 고가도로 위에 승합차를 정차한 후 “박근혜 사퇴, 특검 실시”라는 세로 5m 길이의 현수막 두 개를 다리 아래로 내리고 몸을 쇠사슬로 묶은 채 시위를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시위 장소에서 10m 떨어진 곳에서 휘발성 물질의 액체가 담긴 용기 2통을 몸에 뿌린 후 라이터를 이용해 불을 붙였다.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다음날 결국 목숨을 잃었다.
당시 그가 보관하고 있던 수첩에는 “안녕하십니까”라고 시작하는 글이 적혀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숨진 이씨를 두고 일부 좌파세력이 ‘현 정부에 대한 항거’라며 정권에 항거한 열사로 칭하고 애도 분위기를 띄우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는 특정 정당이나 단체, 노조 등 사회단체에 가입한 사실이 없다”며 “경제적인 어려움과 가족의 병환 등의 이유로 분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박주민 변호사는 “이씨의 유서를 보면 경제적 이유 때문에 자살한다는 내용이 없다”며 “유서 7편의 내용 중 2편이 대자보 형식의 글”이라며 경찰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조갑제닷컴의 조갑제 대표는 2일 홈페이지에 짧은 글을 올리고 “세상을 투쟁과 반목의 렌즈로만 보는 계급투쟁론의 포로가 된 좌파들은 거짓, 증오, 위선을 판다. 거짓, 증오, 위선이 유물사관과 결합되면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부인하게 된다. 인간생명까지도 계급혁명의 수단으로 여긴다”면서 “여기서 죽임과 죽음과 주검의 장사가 시작된다. 좌파가 죽음과 친한 이유이다. 시체팔이란 말이 다소 거칠지만 핵심을 찌른 용어이다. 좌파가 가는 곳에 죽음이 있다.”고 비판했다.
좌파진영이 이씨를 ‘민주투사’로 추켜세우고 그의 죽음을 추모하는 분위기를 주도하는 것 등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소훈영 기자 firewinezer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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