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국정원개악법' 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이런 주장에 대통령에게 지나친 정치적부담을 안겨준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여야가 합의한 법률안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기엔 부담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정보기관의 중추인 국정원의 정보기능을 반쯤 죽여놓고 이제와서 승리감에 도취해 외유에 나선 국회의원들의 행태를 보자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거부권 주장을 펼친 인사들은 대개 이념적으로 애국우파 진영에 속한 인사들이다.
그들은 수년간 글이나 SNS, 또는 아스팔트 현장에서 좌파진영이 땅속 깊이 심어놓은 '비정상화' 라는 뿌리를 잘라내기 위에 싸워왔던 인사들이다. 지난 2012년 대선당시엔 누구보다 박 대통령 당선을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았던 숨은 의병들이었다.
그런데 대선 승리의 기쁨도 잠시, 국정원 댓글을 빌미삼은 야당의 대선불복 때문에 무려 1년을 넘게 또다시 싸워야 했다. 대선이 끝난게 아니라 연장전이 시작된 것 이었다.
그 싸움의 중심에 바로 국정원이 있었다. NLL사건, 통진당 이석기 사건 등 모든 시국사건이 국정원 무력화에 연계되어 있었다.
좌파진영의 국정원무력화와 박 대통령 퇴진시위에 맞선 이들은 국정원 사수와 '우리 대통령 우리 국민이 지킨다' 라는 대통령 국민경호로 맞섰다. 감히 말하지만 이들만큼 절박한 심정으로 국정원과 박 대통령을 위해 싸운 인사들도 드물다. 최근에는 철도노조 파업사태 등 각종 현안에 대해서도 애국적 차원서 목소리를 내왔다.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강조한 '비정상화의 정상화' 의 추진동력도 이들 없이는 힘들다는 게 筆者의 소신이다. 대한민국 현실에서 비정상화를 정상화로 돌릴려면 희생이 수반된다. 희생은 반드시 저항을 불러일으킨다. 그렇다면 저항세력에 맞서 싸울 투사가 필요하다. 솔직히 이들이 없다면 대한민국에서 투쟁과 희생을 감내하며 저항세력과 맞서 싸울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런 이들에게 '국정원 사수'는 자존심이 걸린 문제가 됐다. 오죽하면 그들이 박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겠는가?
이런 감성적 문제와 별개로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기구다. 그럼에도 국회가 별도의 상설기구를 통해 국정원에 대한 조사 감독을 실시하는 것은 대통령에 대한 권한 침해며 '3권분립' 권력구조 하에서 대통령 기구를 국회가 이런 식으로 난도질하는 경우는 드물다.
따지고보면 현재의 국정원도 민주당 정권 당시 만들어진 체제다. 민주당 시절 국정원을 만들어 실컷 이용해 놓고 이제와서 댓글을 문제삼아 대선불복을 선언하더니, 그걸 핑계로 국정원을 무력화시킨 법률안을 만든 것은 결국 차기 정권탈환을 위해선 현직 대통령의 힘을 미리 빼앗겠다는 심산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지구상에서 어느 나라가 정보기관의 활동을 종북세력이 암약하는 국회에 보고하고, 정보기관의 예산을 국회에서 일일이 통제하는 나라가 어디 있단 말인가?
현재는 세계적 추세가 정보기관의 예산을 늘려주고 있는데 왜 유독 대한민국만 정보기관만 국회의 통제와 내부직원들간 상호감시를 염두에 두고 활동해야 한다는 말인가?
국정원에 대한 지나친 통제는 조직노출과 정보활동의 저해를 의미한다. 특히 일각에서 국내정보파트를 폐지하자는 등의 주장은 남북대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다중적 안보위협에 노출된 대한민국의 현실을 일부러 무시한 발상에서 비롯된 주장이다.
주지하다시피 공안사건 대부분은 국내서 암약하는 대북연계조직 색출사건이다. 재판이 진행중인 이석기 의원 RO사건도 국정원의 국내정보활동 때문에 가능했다. 그럼에도 국정원이 해외정보활동만 하고 국내정치정보 수집을 하지말라는 주장은 국내 정치현실을 도외시한 주장이다.
솔직히 요즘 세상에 정치가 다른 분야와 연계되지 않은 것이 어디있단 말인가?
정치가 외교,통일은 물론이고, 경제, 문화 심지어 스포츠와 예술분야까지 연계되어 입법활동을 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다"고 했을 정도로 다른 모든 분야와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는게 '정치' 이고 이를 모를 국회의원은 아무도 없다.유명연예인들 역시 때가 되면 정치적 발언을 서슴치 않고 해대는 것이 요즘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원 정보관에게 국내정보수집을 하지말란 얘기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라'고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상식과 이치에 맞지 않은 주장으로 국정원을 반쯤 죽여놓은 국회의원들이 1월 새해 벽두부터 각 상임위별로 대거 해외로 나가고 있다.
이들 의원들의 외유를 바라보는 언론들의 시각은 차갑기만 하다. 특권에 가득찬 국회의원들의 표리부동한 언행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국정원 죽이기에 앞장섰던 법제사법위 민주당 박영선 위원장이 대표적이다. 박 의원은 권성동·김도읍 새누리당 의원, 박범계 민주당 의원, 서기호 정의당 의원과 같이 지난 4일부터 5일간 미얀마와 말레이시아를 방문 중이다.
이들은 미얀마 법무장관, 하원의장, 대법원장, 말레이시아 하원의장과의 면담이나 미얀마 헌법개정과 이슬람 법문화 연구, 말레이시아 교민대책 등을 강구하기로 했으나 비공개로 나가면서 오해를 샀다.
국가정보원 개혁법 처리 제 2라운드'를 앞두고 국정원 개혁특위 위원들도 선진 정보기관 실태 파악을 위해 이달 중 미국 또는 이스라엘 등으로 떠난다. 정보위에서도 김현 민주당 의원이 4박5일간 이스라엘로 가는 등 의원들의 해외 출장이 잡혀 있다.
언론에서 국회의원들의 이런 외유를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들이 순수한 입법활동만을 목적으로 외유를 하겠냐는 것이다.
오죽하면 일부 시민단체에서 '국정원 죽이기' 법률안 처럼 '국회의원 외유관리 법률안' 이라도 만들어서 외유나간 의원들의 행동반경과 사용예산을 철저히 통제할 방침이라는 소리가 나오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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