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를 축소·은폐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무죄 판결을 받은 후 핵심 증거가 됐던 진술을 한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충격적인 재판 결과”라고 소감을 밝혔다.
권 과장은 “저의 진술과 다른 수사 담당자들의 진술이 배치된다는 점은 조직 내부에서 일어난 행위에 대한 전형적인 특성”이라며 “이걸 감안해서 다른 간접사실들을 고려해 정치하게 판단했어야 했는데 재판부의 판단에 이런 부분이 누락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관련자들의 진술이 다르다는 재판부의 설명에 대해 “수사 담당 과장으로서 당시 모든 상황을 즉시 통제·관리하고 최종적으로 번복되지 않을 자세를 취하기 어려웠다”며 “이런 전제적인 특성을 나열한 채로 무죄를 선고한 것은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검토와 판단이 결여됐다고 의심이 된다”고 재판부를 비판했다.
권 과장은 향후 계획에 대해 “어제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받아들고 향후 거취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며 “하지만 핵심적인 부분에 대한 사실적, 법리적인 판단을 받아보지 못했기 때문에 앞으로 재판과정이 진행되는 동안과 그 이후로도 경찰 공무원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로 모든 상황에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틀렸다면서... “판결문 검토 세세히 못해” 답변 못한 권은희 과장
권 과장의 답변을 요약해보면, 자신이 진술을 번복하거나 사실관계가 달라 신빙성이 떨어지게 된 것은 오로지 당시 상황의 특수성 때문이며 재판부는 그러한 특수성을 세밀하게 검토해 배려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이 된다. 즉, 자신이 당시 진술을 그렇게 한 데에는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데도 재판부가 알아서 그 점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일종의 원망을 늘어놓은 셈이다.
그러나 재판부가 핵심 쟁점을 일일이 분류하고 권 과장의 진술이 사실과 일치하지 않은 점을 명확하게 지적해 놓은 점들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반박을 하지 못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충격적 결과”라고 한다면 무슨 근거로 무죄 판결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인지 충분한 설명과 답변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권 과장은 “판결문 검토를 세세하게 하지 못해 답변하는 것이 제한돼 있다”는 궁색한 대답만 내놨다.
이처럼 권은희 과장은 기자회견에서 재판부가 틀렸다고 하면서도 왜 틀렸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근거와 증거도 내놓지 않은 것이다.
문제는 이런 기자회견을 자청한 권은희 수사과장이 현직 경찰공무원 이라는데 있다.
경찰공무원은 정치적중립을 지켜야 할 위치에 있다. 본인이 연루된 사건 재판에서 무죄판결이 났다하여 현직 경찰이 기자회견을 통해 시시비비를 논한다면 이는 정상적인 경찰조직도 아니고 정상적인 나라가 아니다.
권 과장이 재판결과에 수긍하지 못한다면 지금이라도 경찰복을 벗고 변호사든, 아니면 정치인으로 변신해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것이다.
삼권분립된 민주국가에서 걸핏하면 민주주의를 부르짖는 자들이, 그것도 현직 경찰 공무원이 본인이 연루된 사법부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하여 기자회견을 통해 판결을 비난하는 것은 아무리봐도 모양새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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