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을 경악에 빠트린 대참사 세월호 사고의 충격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대통령이 직접나서서 사과성명을 발표하였다고 하더라도 구천을 떠돌고 있는 어린 영혼들의 넋을 완전히 달랠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 직접적으로 유가족에게는 매일같이 살아돌아올 것 같은 아이들의 모습을 잊고 정상적인 활동으로 돌아간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다.
세월호 참사를 수습하는 방법이 초동조치에 실패한 해양경찰을 해체하고, 해양관리 기관을 관피아의 상징으로 지목하여 대대적인 개혁을 추진하고 또한 바다는 무서운 곳이라는 것을 국민에게 인식시키는 것으로는 소극적인 조치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선내에 대기하라”는 어른들의 말을 믿고 기다리다 수몰당했던 학생들은 대한민국 정부와 어른들이 바다를 잘관리하고 있기에 신속히 구조하려고 올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사회가 바다를 두려움의 대상으로 삼고 국민의 접근자체를 막는다면 바다에서의 참사는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보다 근원적인 방법은 바다를 잘 관리하였다면 세월호 참사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며 적어도 보다 많은 학생들을 구조할 수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바다는 무서움의 대상이기 보다는 극복하고 관리해야 하는 대상이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세월호 사고로 인해 해양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대부분의 선량한 국민들은 스스로 죄인이 된 모양으로 주눅이 들어있고 선원양성 교육기관의 관계자들은 직접적으로 무책임한 뱃사람으로 낙인찍힐까 괴로워하고 있다.
사실 예로부터 바다는 지구가 끝나는 곳이라고 알려져 있어서 15세기 이전의 서구사회를 유럽대륙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었던 공포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바다를 넘어 신대륙을 발견하고 육상을 통해 교역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무역업이 아루어짐으로써 바다는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축복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그 결과 해양세력이라 불리는 미국, 영국, 스페인, 네덜란드, 포루투갈 등의 국가가 신대륙발견과 바다를 통한 국제무역으로 부를 창출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한 전세계의 바다는 어느 국가가 독점하지 못한다는 공해자유의 원칙을 통해 저렴하고 안전한 무역항로 개척, 해저자원의 발굴, 원양수산업 등을 통해 국부를 창출해 주었으며 우리나라도 그 혜택을 보았다.
세계최고 수준의 조선산업과 해상운송 선단, 고급 선원의 배출을 통해 우리나라 수출입 무역의 95% 이상을 운송하고 있고 무역수지 개선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부존자원이 전혀 없는 우리에게 바다를 새로운 영토로써 그 중요성을 알리고자 해양수산부 설치된 해인 1996년부터 매년 5월 31일을 법정기념일로 지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바다의 날은 세월호 참사로 인해 부패고리의 핵심으로 지목받은 해양경찰, 해양수산 정부기관, 공공기관 등은 행사를 치를만한 분위기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축소되거나 취소되고 있는 실정이다.
법정기념일 하루 행사가 취소된다고 해서 어떻게 바다의 중요성이 국민들에게 잊혀지겠느냐는 반문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번 세월호 사고는 일차적으로 악덕기업과 불량선원이 일으킨 사고임에는 한치의 이견은 없다. 이런 악한들을 응징하기 위해서는 잘 관리된 바다 행정이 필요한 것이며 좀더 투명한 운영이 있었다면 이번같은 참사는 어느정도 막을수 있었을 거나 더 많이 어린학생들을 구조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국민적 슬픔에 사고 원인의 단초를 제공한 행정관청이 앞장서서 바다의 날을 성대하기 기념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지면을 통해서라도 세월호 사고와 함께 침몰한 “우리 바다의 중요성”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 한다.
지금도 우리의 수출품을 실고 5대양을 항해하고 있는 선원과 남의 나라 앞바다에서 조업중인 원양어선의 종사자, 세계최고수준의 선박을 제작하고 납품기일을 맞추기 위해 철야도 불사하는 조선산업 종사자, 혹한의 추위에도 굴하지 않고 연구하고 있는 북극과학기지 연구원, 해양영토 수호를 위해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해군, 불법어업단속 중인 해경 등 하나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부존자원없는 국가가 수출을 통해 전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벌떡 일어서서 세계 10강에 든다는 것은 바로 바다를 무서움의 대상에서 도전과 관리의 대상으로 삼았던 우리국민이 있었기 때문이다.
세월호에서 유명을 달리한 영혼들은 바다를 무서움의 대상으로 남겨두어 망자의 공간으로 아무도 찾지 않는 바다가 아니라 자신들의 희생으로 새롭게 태어난 대한민국, 해양강국으로 영원히 기억되길 바랄것이다. 세월호 참사를 극복하고 비극을 영원히 잊지않는 방법은 슬픔으로 기억하기 보다, 해양강국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기초석으로 영원히 기억되게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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