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실고 정상화를 위한 민·관·학 공동대책위원회라는 기구가 출범했다고 한다. 숭실고에 무슨 문제가 있기에 거창한 이름의 기구가 필요했던 것일까?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가 학교를 방문하겠다고 통보하자 학교는 이를 거절했다고 하니 도대체 무슨 일들이 있는 것일까?
숭실고, 무엇이 문제인가?
6년째 교장 없이 운영되고 있는 숭실고 사태의 내막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2010년경 교육청의 비리감사와 검찰 수사가 이루어졌고 그 여파로 학교법인 이사진 3명에게 자격시비가 일어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9명의 이사들 중 나머지 6명이 이사회를 구성해야 하는데 집행부(3명)와 반대파(3명)로 나뉘어 대치 상태이다.
양측은 학교의 주도권을 놓고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사사건건 충돌해 왔으며, 이사회 자체가 성원이 되지 않아 학교법인이 무력화된 지 상당히 오래다. 따라서 이사회의 결정이 필요한 어떤 조치도 불가능하다. 집행부측의 현 이사장이 이사회 결의 없이 결정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학교를 운영한다. 결국 6년씩이나 교장을 임명하지 못하고 있다.
사학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학교법인 설립자의 영향력을 약화시킨 것이 현행 법규의 특징이다. 이로 인해 주인 없는 100년 전통의 명문 사학이 서로 학교를 차지하려는 이사진의 반목으로 인해 가사상태인 것이다. 대법원 상고심에서 현 집행부측이 승소하면 법인은 곧바로 정상화된다. 하지만 1,2심의 판결 결과를 보면 전망이 그리 밝은 편이 아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러한 사학의 법률적 특성 때문에 내부 다툼에 함부로 개입하지 못한 채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만약에 반대파가 승소하여 정상화가 어렵다면 사고법인으로 판단하여 관선이사를 파송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다.
학교법인 숭실학원의 상태는 정상이 아닌 상태임에 틀림이 없다. 그렇지만 지난 6년간 교장 없이 직무대리 체제로 운영되면서도 학사에 지장이 있거나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는 일은 거의 없었다. 다만 대법원 판결이 나기까지 법인의 이사들 사이에 지루한 신경전만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사바모가 관선이사 파송을 서두르는 이유
그런데 숭실고 문제가 더욱 복잡해진 것은 최근의 일이다. 소위 사립학교를 바로 세우려는 시민들의 모임(일명 사바모)이 숭실고 사태에 개입하면서부터이다. 사바모는 작년 8월 14일 출범식에서 동구마케팅고, 충암고, 숭실고 등 5개 사학을 문제 삼겠다고 공개적으로 거론한 바 있다. 우연처럼 동구마케팅고 안모교사 징계사건과 충암고 막말논란에 이어 드디어 지난 4월부터 숭실고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숭실고의 경우도 그 사태의 전개추이가 충암이나 동구와 다를 바 없다. 사바모에 관여하는 당해 학교의 전교조 교사들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사태가 촉발된다. 여지없이 좌파 언론이 나서서 문제를 공론화하고, 이러한 언론보도를 빌미삼아 교육위원회 몇 몇 의원들이 교육청에 감사를 요구한다. 최종적으로 관선이사 파송하여 해당 사학의 지배구조를 변경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숭실고의 경우 의문이 생긴다.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면 자연스럽게 관선이사가 파송될 텐데 왜 이렇게 서두르는 것일까? 조희연교육감의 선거법위반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유죄판결이 확정되면 교육청은 부교육감 대행체제로 들어선다. 관선이사 파송이 늦어지면 학교법인 장악이 물 건너간다. 조희연교육감이 퇴진하면 교육청에 대한 사바모의 영향력은 급속히 약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눈치 보는 서울시교육청과 교육위원회의 갈지자 혼선
한국일보는 5월 13일자 보도에 의하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가 “숭실고 정상화를 위해 교육청, 시의회, 학부모, 지역사회 인사들이 참여하는 민관학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교육청 담당부서(학교지원과)에서는 대책위와 교육청은 무관하며 숭실고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교육청의 입장이라고 확인해 주었다. 같은 교육청에서 두 가지 서로 다른 목소리가 있는 셈이다.
한편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김문수 위원장은 사바모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이번 공동대책위 출범에도 깊이 관여했다. 대책위는 6월 17일 숭실고등학교에서 공청회를 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 16일 교육위원회는 숭실고를 방문하겠다는 계획(30일)을 갑작스레 학교측에 통보했다. 대책위는 어디로 사라지고 왜 교육위원회가 나섰는지 모를 일이다.
숭실고 주변의 관련 주체들은 차분히 이성적으로 대처해야
그런데 이번에는 학교측이 교육위원회 방문을 거절했다. 여러 가지 이유를 댔지만 이번 방문의 저의를 믿지 못하겠다는 학교측의 입장 표명이다. 교육위원회 의원들은 의원들대로 불만이다. 학교의 애로를 청취하고 들어주기 위해 모처럼 여야 의원들이 시간을 내어 학교를 방문하겠다는데 단번에 거절당했으니 말이다. 한편에서는 보수성향의 학부모 단체가 공동대책위를 학교사냥꾼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일도 있었다.
학교측이 교육위원회 의원들의 방문을 거절한 것은 유감스러운 결정이다. 교육위원회 13명 위원들의 양식을 믿고 최대한 학교의 애로를 설명하고 의원들을 설득하려고 노력을 하기 바란다. 대책위가 반대파 이사진의 주장에 동조한다는 소문이 있기는 하나 교육위원회 의원들에게 만큼은 다가가야 한다.
숭실고 사태에 대한 여러 관련 주체들은 차분히 원점으로 돌아가기 바란다. 지금으로서는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려 다음 수순을 밟는 것이 관련 당사자 모두가 수긍하고 따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차분하게 사태를 정상화해야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다. 언론을 동원하고 대책위를 가동하고 상호간 세력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시끄럽기만 하고 문제 해결을 꼬이게 만들 뿐이다. 그럴수록 그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2015년 6월 26일
국가교육국민감시단 사무총장 김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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