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19일 박근혜 대통령은 현역 의원인 유일호 국토교통부•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을 전격 교체했다. 장관 재임 기간이 고작 7개월인 두 장관이 내년 총선에 출마할 수 있도록 당으로 돌려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이 달 들어 8일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사의를 표명했다. 정 장관은 “저의 거취와 관련해 여러 의견들이 계속되는 것은 국정 운영의 측면에서 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며 사의표명 이유를 밝혔다.
정 장관의 이 같은 행보는 지난달 두 장관을 교체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내년 총선출마를 염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현재 이미 후임이 정해진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과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롯해 최경환 경제부총리, 황우여 사회부총리,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등이 교체 대기 중이다. 윤상직 산업통산자원부 장관은 조만간 사퇴한 뒤 영남권에 출마할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고, 백승주 전 국방부차관도 경북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
이들 장관들의 임기가 모두 1년 안팎이라는 점에서, 장관직을 내년 총선용 경력 쌓기 용으로 이용한 거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 8일 정종섭 장관의 사의 표명이 정치계의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는데, 그의 출마 예상지역인 대구가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며, 새누리당의 텃밭이라는 점 때문이다.
유승민 의원을 비롯해 대구경북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지역구에 친박 인사들의 출마설이 끊이지 않아, 정 장관의 전격적인 사의표명과 함께 TK지역 '현역 의원 물갈이'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 달라”는 박 대통령의 발언 이후 실제로 유 의원 지역구 주변으로 친박계 인사들의 출마설이 흘러나오면서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靑참모들, TK 대거 출마로 유승민 압박하나?
이와 관련,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최고위원은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 장관을 비롯해 총선 출마를 이유로 장관직을 사임한 이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주 최고위원은 “대선 때 약속한 수많은 민생 공약을 백지화시킨 이 정부는 민생을 국정 우선순위에서 뺀 것 같다”며 “정부가 경력관리용 장관의 자판기가 되고, 민생은 뒷전이고, 오로지 내년 총선만 관심을 가진 것 같다”고 꼬집었다.
내년 4월13일 총선 출마를 희망하는 국무위원들이 지난달 교체된 유일호 국토교통•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을 포함해 수차례의 개각으로 인해 3년차 국정을 마무리해야 마지막 두 달 동안 국정누수가 불가피해 질 수 있어 박 대통령의 부담이 클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현직 장관을 비롯해 내각의 전•현직 고위 인사가 내년 총선 출마의사를 표명하고 있는 가운데 박 대통령 청와대 전직 참모들도 대거 총선출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까지 내년 총선 출마 예정으로 알려진 청와대 출신 인사는 수석비서관급 3명 (조윤선 전 정무, 윤두현 전 홍보, 곽상도 전 민정수석)과 비서관급 9명( 김선동 전 정무, 임종훈 전 민원, 김종필 전 법무, 최형두 전 홍보기획비서관, 박종준 전 경호실 차장, 김행•민경욱 전 대변인, 최상화•전광삼 전 춘추관장) 등 총 12명이다.
이처럼 20여명이 넘는 이들이 내년 총선에 대거 나설 움직임을 보이면서 그 배경에 ‘박심(朴心•)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정치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들이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은 대체로 박 대통령의 지지세가 강한 TK(대구경북) 지역이나 여당 강세 지역으로 현역 여당의원에 대한 ‘물갈이’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이는, 이제 임기 후반기를 맞은 박 대통령이 내년 4월 총선이후에는 친박계 측근들과 청와대 참모들의 여의도 입성을 통해 국정운영의 동력을 얻으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과 박 대통령이 퇴임 후를 기약하기 위한 세력 만들기라는 설도 나돈다.
이같이 정부•청와대 인사들의 출마설을 놓고 ‘현역 물갈이’ 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김무성 대표가 주창하는 '상향식 공천'을 놓고 여당 내 비박-친박계 갈등이 다시 부상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비박계는 인위적 물갈이와 '찍어내기식' 전략 공천이 가시화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오픈프라이머리는 어렵더라도 상향식 공천은 관철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연말 공천룰 논의 과정에서 또 다시 친박-비박계의 해묵은 갈등이 예상된다.
미디어내일 김은정 기자 gracekim102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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