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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희 칼럼] “진실한 사람들”이 국민의 버킷 리스트

민생은 외면하고 자기 이익에만 혈안인 한심한 국회


며칠 전 오랜 만에 친구들과의 저녁 모임에서 순두부찌개를 시켜놓고 이런 저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들을 나눴다. 지천명이 넘어 이제는 입가와 눈가가 자글자글해진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풋, 하고 웃다가 찌그러진 냄비 안에서 펄펄 끓는 순두부를 나눠먹으며 맛있는 수다를 떨다보니 어느새 2시간이 훌쩍 흘러갔다.

저녁식사를 하면서 우리가 나눈 것들은, 남편과 자식들 뒷바라지에 청춘을 보낸 힘든 시절의 추억만은 아니었다. 백세시대에 아직은 우리 스스로를 젊다고 여기지만, 인생의 반환점을 돌면서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야 의미 있고 행복한 삶이 될까 하는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초점이 모아졌다.

잭 니콜슨과 모건 프리먼 주연의 “버킷 리스트“ 라는 영화가 있다. 경험해 보지 못한 진짜 인생이 우리 앞에 곧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큰 기쁨과 희열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해볼 수 있는 영화였다.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훌쩍 나이든 나도 미지의 분야에 도전하고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세상을 다 얻은 듯한 느낌이랄까?

민생 외면한 국회 때문에 국민 가슴 타들어간다

하지만 이런 감상도 잠깐이었다. 국민들이 자신만의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고 마음껏 꿈을 펼치고 싶은 나라라고 하기엔 한심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를 발표한 이후로 무조건 비난하는 사람들이 대안교과서를 만들겠다고 노골적인 반정부 의사를 보이고 심지어 친일인명사전을 학교에 보급하겠다며 강짜를 부리고 있다.

정치권은 또 어떤 모습인가? 선거구획정안 국회처리 법정시한이 오늘(13일)인데 여야가 자기 이익만 주장하느라 시한을 넘겨버렸다. 법을 만드는 국회가 자기들 이익계산을 위해서는 법위반도 아랑곳 않은 꼴이다. 특히 단 한 석의 비례대표도 줄일 수 없고 오히려 늘려야 한다며 국회의원 증원을 주장하는 야당의 모습을 보고 국민들은 답답함을 감추기 어려웠을 것 같다.

역사 교과서 문제로 내내 공전하던 국회도 12일 본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이견이 크게 없는 무쟁점 법안 37개를 포함해 41건만 처리하고 2시간도 안돼 산회했다고 한다. 국회가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고 비판 여론이 높으니 생색이나 내는 장면이었다. 국회의원 지역구 늘리고 줄이는 문제는 치열하게 밤낮으로 다투면서 민생법안 처리는 나몰라라하는 걸 어떤 국민이 이해줄까 싶다.

다양한 민생법안은 폐기처분 하듯 먼지 쌓인 서류로 남아 있는데 선거국획정과 의원 증원 수를 가지고 치열한 줄다리기를 하는 여야를 보다보면 박근혜 대통령의 입법부 비판에 공감을 안 할 수가 없다. 놀고먹는 국회, 자기들 밥그릇 숫자만 늘리려는 국회를 보면서 국민은 절망감을 크게 느끼게 된다.

진실한 사람들은 국민을 위해 희생하는 사람들

정치권은 박 대통령이 “진실한 사람들만 선택해달라”는 발언을 꼭 친박비박의 관점이나 야당에 대한 심판이라는 식으로 정말로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 같다. 하지만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국정교과서 반대와 같은 맹목적인 이상한 반대나 하는 의원, 국회를 공전시키면서 민생법안을 볼모로 잡아 일 안 하는 의원들이 떠오를 뿐이다. 박 대통령이 말하는 진실한 사람들이란 국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말하는 게 아닐까?

다시 영화로 돌아가자면 중년 이후 우리나라 국민들이 제각기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고 꿈을 펼칠 수 있는 그럴듯한 꿈도 이 나라 정치인들이 정신을 차릴 때 가능한 일이다. 우리의 정치가 끌을 모르는 대결정치를 끝내고 진짜 민생정치로 돌아올 때서야 가능하지 싶다. 정치권에 정말 부탁하고 싶다.

국민이 꿈을 꾸고 버킷 리스트를 펼쳐볼 수 있는 살만한 나라를 만들어주길 진심으로 부탁하고 싶다. 이 나라를 건국하고 부강하게 만드는데 헌신한 조상들을 친일파로 만드는데 열중한다거나, 국회를 비우고 시민단체와 투쟁이나 하는데 열심힌 엉뚱한 사람에게 세금을 낭비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해주길 바란다.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진실한 사람들이 내년엔 국회를 가득 채웠으면 하는 바램 가져본다.

미디어그룹 '내일' 이사 양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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