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이다현 기자 |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방탄소년단(BTS)의 대규모 컴백 공연을 앞두고 ‘강제 연차’ 논란이 일고 있다. 공연 당일 주변 교통 및 통행 혼잡으로 인한 서울시의 강한 통제가 예상되자 인근 기업들이 직원들에 연차나 반차 사용을 강요하면서다. 비용 부담을 근로자에게 전가한다는 비판과 함께, 지자체의 부족한 행정이 회사와 근로자 사이 갈등을 키웠다는 지적이 교차하며 책임공방으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19일 경찰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오는 21일 열리는 BTS 광화문 공연에 최대 26만 명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서울경찰청은 당일 현장에 경찰관 6500여 명 등 총 1만 4700명의 인력을 투입해 ‘스타디움형 인파 관리’에 나선다.
이에 교통 통제도 대대적으로 이루어진다. 서울시는 20일 오후 9시부터 22일 오전 6시까지 33시간 동안 세종대로(광화문~시청역) 구간의 차량 통행을 전면 통제한다.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은 21일 오후 2시부터, 1·2호선 시청역과 3호선 경복궁역은 오후 3시부터 밤 10시까지 무정차 통과하며 인근 건물 31곳의 출입도 제한된다.
대규모 도심 통제가 예고되자, 광화문 인근의 일부 사업장이 직원들에게 20일 오후 반차나 21일 연차 사용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있다고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를 통해 드러났는데, ‘직장갑질119’는 “BTS 공연 사정으로 인해 출근하지 말라”는 식의 통보와 함께 개인 연차 소진을 강요받았다는 직장인들의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회사의 일방적 지시가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60조에 따르면 연차유급휴가는 원칙적으로 노동자가 ‘청구한 시기’에 부여해야 한다.
또 교통 혼잡 우려로 회사가 임시 휴업을 결정했다면, 이는 경영상 판단에 따른 ‘사용자(사측)의 귀책사유’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회사가 BTS 공연이라는 나름의 사정을 들어 휴업수당 등의 인센티브 제공도 없이 사실상 직원들의 연차 사용의 자유까지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늑장 행정 탓하는 기업에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 노동자
기업들도 나름의 사정은 있다. BTS 공연으로 인해 인근에 몰려들 인파와 통제 등으로 정상적 업무와 출퇴근 등이 힘들어 질 것으로 충분히 예상되는 만큼, 이날 자체 휴업을 하는 게 바람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법하게 휴업을 결정한다면 직원들에 유급휴가를 제공해야 하고, 이는 엄연히 기업 지출에 부담을 주는 만큼 부득이하게 직원들에 연차 사용을 강하게 권고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근로자들이 이를 부당한 갑질로 받아들이면서, 사측과 근로자 간의 갈등으로 비화되는 모양새다.
사측은 지자체의 안내 부족 등에 이번 갈등의 근본적 원인이 있다고 지적한다. 대규모 교통 통제 및 재택근무 권고 등의 서울시 행정 지도가 뒤늦게 하달돼, 사내 전산망 확충 등 유연근무제로 전환할 물리적 대비 시간이 부족했다는 입장이다.
특히 BTS 공연으로 인한 교통 및 통행 통제로, 인근 기업과 이 기업 소속 직원들의 업무에도 적지 않은 지장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지자체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 또는 보상책 등을 미리 고려하지 않은 채 공연 허가부터 내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결국 지자체의 성급하고 부족한 행정 판단이 회사와 근로자의 싸움으로 부추겼다는 주장이다.
특히 근로기준법의 연차 및 휴업수당 규정은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프리랜서나 특수고용 노동자 역시 보호받지 못해, 대기업 직장인들보다 더욱 직접적인 생계 타격을 입게 된다. 하지만 이번 공연으로 인해 ‘일하고 싶은 사람들’조차 일을 못하는 것은 물론, 이에 따른 보상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직장갑질119 측은 이번 논란에 관해 “노동자들에게 연차와 휴업을 강요하는 법 위반이 공공연하게 이뤄진다면 축제의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노동자들의 쉴 권리에 대한 보장과 지자체·정부 차원의 선제적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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