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 이하 방문진) 이완기 이사가 언론노조 측 미디어오늘을 통해 공개한 서한 내용 중 본지 발행 기사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으면서도 해명을 요구하자 “기사를 꼼꼼히 읽지는 않았다”는 다소 황당한 답변을 냈다.

이 이사는 지난 달 27일 폴리뷰와 미디어워치를 통해 동시 발행된 ‘방문진 유의선 이사, “미디어스 보도는 이데올로기에 매몰된 정파적 왜곡보도”’ 기사 중 유의선 이사의 서한에 대한 답장 ‘격’으로 공개서한을 작성했다고 밝혔다.

내용 중 이 이사는 “미디어워치는 내가 잘 모르는 매체고 그 매체의 기사를 본 기억도 없습니다”라고 기술했다. 하지만, 이 이사는 정말 ‘미디어워치’라는 매체를 몰랐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매체는 알지만 들어가 본 적은 없다”며, 서한 내용과는 사뭇 다른 발언을 했다.

또, “유 이사의 편지를 실은 미디어워치가 사실에 충실한 매체인지는 잘 모르겠더군요. 적어도 이 사안과 관련된 내용에서 말입니다. 이에 대해 시시콜콜 지적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라는 내용과 관련 해명을 요청하자, 이 이사는 “기사는 뭐라고 하지 않았다”며, 다만, “(유의선 이사 서한 중) 미디어스 기사는 밸런스 안맞았다고 하니까 미디어워치도 그런 면에서는 똑같다는 의미였다”고 해명했다.

이어, “매체에 대한 소문을 듣고, 편집노선을 알고 들어가서 확인해 봤다”고 덧붙였다.

특히, ‘사실에 충실한 매체인지 잘 모르겠다’는 문구가 유의선 이사의 서한 내용도 거짓이고, 이에 앞서, 기자가 보도한 이완기 이사와의 인터뷰 내용도 모두 거짓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지를 묻자, “기사를 꼼꼼히 읽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이에, 미디어워치를 통해 동시 발행된 유의선 이사의 서한을 확인했느냐고 묻자, 이 이사는 “미디어워치 사이트가 열리지 않는다”며, “지인이 ‘릴리스’한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또, “미디어워치는 내가 12월 3일 단지 ‘기분이 나빠서’ 회의에 불참했다고 썼고 그런 내용을 헤드라인으로 달았습니다. 물론 내가 기자와 통화할 때 ‘기분이 나빠서’라고 말했을 리는 없습니다”라고 밝히면서, “솔직히 기분이 나빴던 것도 사실”이라며 언론의 해석을 ‘용인’한다는 뉘앙스를 서한에 담았다.

이완기 이사, 분명한 팩트를 놓고 본인 유불리에 따라 오락가락 답변...궁색한 꼬투리만

그러나, 이는 이 이사의 용인이 불필요한 팩트다. 지난 달 24일 방문진 MBC 경영평가 소위원회 관련 취재를 위해 경위를 묻자 이 이사의 첫 마디는 “기분이 나빠서, 화가 나서”였다. 이 이사는 이어, “방문진 방송평가 소위원회가 ‘날치기’를 했다…도저히 화가 나서 이사회에서 이런 분위기에서 어떻게 회의에 참석하겠냐”며 격앙된 심정을 고스란히 기자에게 전달했다.

“기분이 나빠서, 화가 나서” 라는 말을 했다는 기자의 말에 이 이사는 직접적인 답을 회피했다. 그러면서 이 이사는 “기분이 나빴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본질이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기분이 나빠서 소위원회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격앙된 감정으로 이성적 판단을 내릴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이 본질이라는 설명이다.

이 이사가 서한과 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밝힌 이 같은 내용이 기사 본문에 포함돼 있다고 말하자, 이 이사는 이번에는 “제목이 중요하다”고 항변했다. 이에, 기사 내용을 확인했느냐고 재차 묻자, 이 이사는 “미디어워치 사이트가 안 열린다. ‘릴리스’ 한 것으로 확인했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또, “(서한 내용 중) 미디어워치가 사실에 충실한 매체인지 잘 모르겠다는 문구가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면, ‘기분나빠서’라는 제목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해를 하겠느냐”고 반박했다.

기자가 제목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논하는 것이냐고 묻자, 이 이사는 “그런 식으로 몰아세우지 마라”면서 구체적인 문제점을 거론하지 않았다.

한편, 이처럼 기사에 대한 마음 속 앙금을 서한에 포함해 공개했으면서도 왜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는 서한을 보내지 않았느냐고 묻자, 이 이사는 “왜 보내느냐”고 반문하면서, “유의선 이사 서한만 확인했다”고 답했다. 유 이사의 서한은 기사 하단에 전문 형식으로 첨부해 발행됐다.

미디어내일 박필선 기자 newspspar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