봅슬레이는 동계올림픽 가운데 최첨단 기술이 경쟁이 펼쳐지는 종목이기도 하다. 봅슬레이는 썰매를 나가는 스타트가 승부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해 썰매는 가벼울수록, 선수의 체중은 무거울수록 유리하다.
썰매는 공기저항을 최소화 해야 하고, 무게중심을 최대한 아래에 둬야 코너워크를 잘 한다. 보통 탄소섬유 재질로 된 이음매 없는 일체형으로 설계되는 것도 기록단축을 위해서다. 이 때문에 독일의 BMW, 이탈리아 페라리 등 세계 유명 자동차 회사들이 썰매를 제작하고 있다. 선수들 역시 피지컬이 월등한 서양인들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아시아인들이 봅슬레이 종목에서 우승하는 것은 극히 예외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지난 지난달 23일 캐나다 휘슬러에서 열린 월드컵 5차대회 남자 2인승 봅슬레이 종목에서 원윤종-서영우 선수가 아시아 최초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봅슬레이 국내 현실은 엷은 선수층과 계절 환경에 다른 열악한 조건으로 동계 스포츠 종목 중 가장 저변이 부족한 종목이었다. 초창기 국내훈련 트랙조차 없어 레일 위에서 출발 도움닫기 연습만 주로 했고, 경쟁국의 썰매를 빌려 타며 트랙을 활강했다. 2인승 봅슬레이는 대체선수 포함 3명으로 구성하는데 우리나라는 대체선수 없이 단 두 명만으로 경기에 나서야만 했다. 이날도 서영우 선수가 허리가 문제가 있어 다른 나라 같으면 대체선수로 바꿔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이를 깨물며 경기에 나섰다. 이런 불모지에서 불굴의 의지로 이룬 이번 대회 금메달로 세계 썰매계는 이들의 성과에 대해 큰 박수를 보냈다.
봅슬레이의 성과는 두 선수만의 노력만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2011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하면서 연간 1억원 수준이던 썰매 선수들의 훈련비는 기업체 후원이 늘어나면서 10배 이상 증가했고, 장비는 최고급으로 바뀌었다. 코칭스태프는 물리치료, 스타트 전담, 코스 분석 등으로 세분화됐다
봅슬레이 쾌거에는 육상에서 기초 체력을 다진 것도 밑거름이 됐다. 안정훈교수(성결대 체육교육과)는 육상 허들 국가대표선수출신으로서 2000년에 부임후 육상부를 창단하여 인천아시안게임 1600m계주 은메달 4명의 멤버중 2명을 육성했다. 원윤종,서영수선수도 성결대학 체육과 선후배 사이로 봅슬레이로 전향 하도록 한 지도자이다.
이는 봅슬레이와 육상의 시너지 효과를 주목한 안교수의 놀라운 혜안으로 이제 이 두 선수는 세계적인 봅슬레이 선수가 되었다. 안 교수는 “ 봅슬레이 종목은 스타트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육상선수들의 피지컬능력이 봅슬레이에 매우 적합해 이들에게 길을 안내한 계기가 됐다. 이들의 피나는 노력으로 이룩한 성과가 참으로 감개무량하다”라고 소회를 말했다.
봅슬레이 우승에서 찾을 수 있듯 육상이 모든 종목의 기초종목이다. 하지만 한국육상의 현실은 언제나 제자리다. 올림픽에서 메달은 커녕 국내대회에서 한국신기록 조차 나오는 경우가 드물고 세계수준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육상에 대한 국가적 지원은 빈약하고, 선수생활 후 마친 뒤 진로도 불투명하다.
2018년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봅슬레이 종목에 대한 전폭적인 재정적인 지원과 우수인력에 대한 공급이 있었던 것처럼 육상종목도 정부의 지원과 국민들의 뜨거운 성원이 있으면 제2의 중흥기가 있으리라 믿는다. 그것이 한국 스포츠가 강국이 되는 첫 걸음이다.육상인의 한사람으로서 볼슬레이가 기적을 쏘아 올린 것처럼 한국육상도 현재 암울한 현실에서 도약하기를 기대해 본다.
유범진 한국환경체육청소년연맹 이사장·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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