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4.13 총선 전략인 ‘경제심판론’의 약발이 제대로 먹히지 않고 있다.
더민주는 경제민주화의 상징적 인물인 새누리당 비대위원 출신인 김종인 대표까지 영입해 일찌감치 이번 총선 프레임을 박근혜 정부 경제 심판으로 잡았다. 하지만 여야 모두 잡음이 컸던 공천 논란 및 야권연대가 총선의 최대 변수가 되면서 경제 이슈는 제대로 부각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김 대표는 28일 대전에서 열린 ‘대전·충남 국회의원 후보자 연석회의’에 참석해 “문제는 경제다. 20대 총선은 ‘경제선거’”라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대위원장단 회의에서도 김 대표는 “제가 누누이 이야기해왔지만 이번 4.13총선은 지난 8년간 새누리당 정권의 경제무능에 대한 심판”이라고 했다.
더민주는 이를 위해 20대 총선 메인 슬로건으로 '문제는 경제다'로 정하고 선대위에 국민경제상황실까지 설치하며 경제전문가를 전면에 포진시켰다. 또한 선대위의 명칭을 현 정부에 대한 경제심판론을 부각하는 뜻에서 명칭을 '더불어경제선대위'(약칭 '경제선대위')로 정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야 공천 파동 여파와 야권연대 및 후보 단일화 이슈로 여론의 시선이 쏠리면서 더민주의 이 같은 선거 프레임 효과가 잘 통하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경제민주화 김종인 영입 효과 있나? 없나?
28일 리얼미터가 공개한 3월 4주차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더민주는 전주보다 3.4% 포인트 떨어진 24.9%를 기록했다. 새누리당 지지율 역시 3.2% 포인트 하락한 38.3%였지만, 양 당은 13.5%의 격차를 보였다.
김종인 대표가 영입된 직후인 지난 1월 18일, 같은 조사기관의 1월 2주차(11~15) 조사 결과를 보면 새누리당은 36.1%, 더민주는 22.5%였다. 당시 양당의 지지율 격차는 13.6%였다. 수치로만 보면 더민주가 김종인 대표를 영입한 이후 당의 경쟁력을 상징하는 지지율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는 셈이다.
문재인 대표는 김종인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한 뒤인 1월 14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종인 박사는 우리 당을 시대적 과제인 소득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유능한 경제정당으로 만드는데 결정적 역할 해주실거라 믿는다”고 소감을 밝힌 바 있다.
김 대표가 주도했던 공천과 관련해서도 초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김종인 대표가 이른바 ‘친노․운동권 정당 청산’으로 요약되는 파격적 물갈이론을 내세우며 여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기도 했다.
지난 15일 동아일보는 친노 좌장으로 불리는 이해찬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하자 사설을 통해 “당 일각에선 지지층 이탈을 우려하지만 ‘선거구도 전체’를 놓고 판단한 김 대표의 결단은 평가할 만하다. 뚜렷한 지향점도 없이 당내 계파 갈등만 요란하고 실제 물갈이 폭은 얼마 되지도 않는 새누리당의 공천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라고 공천을 통한 더민주의 혁신 과정을 칭찬한 바 있다.
김종인표 물갈이 관심도 ‘반짝’ 효과로…후보 단일화 이슈로 국민의당과 연일 공방전, 경제심판론 프레임은 부각 안 돼
하지만 이런 언론의 칭찬과 관심도 잠시였다. 김종인 대표의 비례대표 2번 셀프 공천 논란을 통해 김 대표와 친노, 운동권이 핵심인 당 주류 세력과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문재인 전 대표가 이를 수습하기 위해 전면에 등장하면서 “문재인 전 대표가 당의 변화를 명분으로 김 대표에게 총선 지휘봉을 맡겼지만 결과적으로 김 대표는 '분장사(扮裝師)' 역할에 그쳤다는 것(조선일보)”이라고 핀잔만 받았다.
공천을 끝내고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한 더민주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경제심판론을 앞세우고 있지만 정작 공세의 주 타깃은 국민의당이 된 모양새다. 야권 후보단일화 문제를 놓고 국민의당과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
특히 야권 분열이 수도권 판세에 결정적 변수로 떠오르면서 언론의 관심도 단일화 성사 여부로만 집중되고 있는 형국이다.
문재인 대표의 단일화 주장을 비롯해, 개별 후보 야권 단일화 불가 주장을 이유로 야권 재야 원로들마저 안철수 공동대표에 대해 낙선운동을 공개 경고하면서 정부여당 경제심판론 프레임은 아직까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박한명 시사미디어비평가는 “더민주는 김종인씨 영입으로 처음부터 현 정부 경제심판론 프레임을 짰지만 아직까지 여야 공천 파동 여파의 영향이 크고, 그동안 무능한 국회를 심판해야 한다는 여론의 공감대가 더 크게 작용해 왔다”면서 “비례대표 사태로 김종인 영입 효과가 크게 반감된 것도 더민주의 경제심판론 프레임 효과를 반감시킨 하나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집권당에 대한 경제심판론은 선거 때마다 작동되는 주요 프레임이지만 유권자들이 새롭다고 느끼지 않을 수 있고, 야권연대와 후보단일화 문제가 야권의 가장 큰 변수인 이상 집권 여당에 대한 경제심판론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이 문제가 우선 해결돼야 한다”며 “후보 단일화가 어느 정도 해결된 뒤인 선거 막판에 가서 어느 정도 효과를 낼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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