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43세. 1974년 생인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고문을 아는 많은 사람들은 왜 그가 아직까지 결혼을 안 했는지 궁금해한다. 이번 기사에서는 결혼에 대한 그의 솔직한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는 한 대목을 소개한다. 그는 자서전에서 하루를 전부 공적인 일에 전부 투자하고 있다며, 자신의 일상을 희생할 준비가 아직 되어 있지 않다고 고백했다. 본지는 변 대표의 자서전 ‘변희재의 청춘투쟁’에서 흥미로운 대목을 선정, 매달 일부를 연재하고 있다. 물론, 변 대표의 기타 과거 저서와 기고 중에서도 '인간 변희재'를 설명하는 좋은 소재가 있으면 발굴해 소개할 예정이다. ‘변희재의 청춘투쟁’은 현재 미디어워치 홈페이지를 통해 절찬 판매 중이다. -편집자 주. |
내 일상생활에 대해 주변에서 가장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 건 역시 결혼 문제인 것 같다. 아직도 결혼을 하지 않고 있으니 혹시 독신주의자가 아닐까 오해를 사기도 하고, 무작정 선을 주선해주기도 한다. 나는 독신주의자가 아니다. 그런데 30대 시절만 해도 반드시 결혼을 해야겠단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결혼까지 가는 과정에서 상대와 맞지 않는 부분들이 발견돼 아직도 결혼을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다 2012년 1월1일 부친이 돌아가시면서 반드시 결혼을 해야겠단 생각을 하게 됐다. 25살 때부터 약 15년 간 키보드 워리어 생활을 하다 보니 각종 집안일을 한살 차, 세살 차의 누나 둘이서 도맡아 했다. 큰 누나는 이화여대 불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영화사 일을 거쳐 지금은 미국 샌 프란시스코에서 공인회계사로 일하고 있다. 큰 매형은 영국인으로 블룸버그 경제부 기자다. 작은 누나는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여성부 산하 단체에서 일하고 있다. 작은 매형은 기술신용보증기금의 평범한 금융인이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설, 추석, 제사 등 집안일들은 작은 누나와 매형이 챙기고 있다. 하루빨리 결혼해 장남 역할을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현재 모친은 강화도에서 휴게점을 운영하며 홀로 지내고 계신다. 부모님이 서울생활을 접고 강화도로 이사한 뒤 시작한 휴게점인데, 벌써 15년째 운영하고 계신다. 강화도 삼성리 주민들은 모친이 운영하시는 휴게점이 없어지면 맥주, 라면, 담배 등을 사기 위해 강화읍까지 나가야한다. 그래서 부친이 돌아가셨을 때 삼성리 주민들이 장례식장까지 찾아와, 내게 “이웃 사람들이 도와줄 테니 휴게점을 접지 말고 계속 운영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이런 모친 역시 내 나이가 40을 넘자 결혼문제에 조금씩 신경을 쓰고 있다.
그러나 솔직히 결혼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자신이 없다. 그간 너무 공적인 일에만 전념해 살다보니 일상에서의 이기적 행태가 점점 더 고착화됐다. 과거 여자친구와도 항상 이 문제가 화근이 됐다. 누가 내게 이상형을 물어보면, 10대 시절엔 피비 케이츠, 20대 시절엔 김혜수, 30대 시절엔 고소영이라 답했다. 10대 땐 청순미, 20대 땐 육체미, 30대 땐 세련미를 봤던 것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턴가 내게 이상형을 물어보면 난 육영수 여사라 답하기 시작했다. 육영수 여사 정도 인물이 함께 해줘야 내 공적활동과 가정생활을 균형 있게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역시 이기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나와 결혼할 만한 나이대인 대한민국 30대 여성 중 육영수 여사 같은 인물이 과연 있을지 회의적이다. 그래서 아시아에서도 가장 헌신적이라는 베트남여성과 결혼을 해야 하는 게 아닐까 고민한 적도 있다.
그러다 이젠 그냥 모든 게 다 내 문제라고 본다. 내가 변하고 내 일상을 희생할 준비가 돼야 결혼상대자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 '변희재의 청춘투쟁' 293~2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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