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성 전 한양대 컴퓨터공학부 교수가 태블릿 이미징파일 열람등사에 반대하는 검찰과 재판부의 논리들을 빈틈없이 제압하는 내용의 전문가 의견서를 26일 제출했다.
검찰은 지난해 피고인 측이 검찰청에 보관 중인 ‘JTBC 태블릿PC의 이미징파일’을 열람복사 신청하자 이를 극렬 거부하고 있다. 당시 재판부도 검찰에게 파일을 내어 주라고 명령했지만 검찰은 속된 말로 ‘배째라’로 일관했다.
그러던 중 올해 초 새로 구성된 재판부도 절차를 문제삼아 전임 재판부의 열람등사 허가 결정을 뒤집어버렸다. 피고인들은 일단 모든 절차를 지켜 다시 한번 이미징파일 열람복사 허가를 검찰과 재판부에 요구하고 있다.
태블릿 이미징파일 제공과 포렌식을 거부하는 검찰의 핵심 논리는 ▲증거는 검찰이 작성한 ‘포렌식 보고서’로 충분하다는 것, ▲태블릿은 최서원 사건의 증거물로, JTBC에 대한 변희재 등의 명예훼손 사건인 이 사건과는 무관한 증거물이라는 것, ▲따라서 태블릿 이미징파일을 제공할 의무가 없다는 것 등이다.
또 재판부의 논리는 ▲이미징파일은 사생활 침해 및 전파 가능성이 높다는 것, ▲피고인들이 포렌식을 맡기겠다는 전문가들의 자질을 믿을 수 없다는 것, ▲포렌식을 허용하면 이미징파일 정보의 조작과 변경이 우려된다는 것, ▲이미 나온 검찰보고서과 국과수보고서 분석, 국과수 증인신문 등으로써 피고인들의 방어권 행사는 충분하다는 것 등이다.
이에 대해 김인성 전 교수는 “검찰 국정원의 디지털 보고서는 필요에 따라 수시로 조작되어 왔다”며 “디지털포렌식 보고서는 완벽한 과학적 사실 증명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그는 컴퓨터 전문가로 직접 참여한 유우성 간첩의혹 사건, 최열 환경재단 대표 사건 등에서 검찰과 국과수, 국정원 등 수사기관이 디지털 증거를 조작하고 왜곡하는 사례를 수차례 적발했다면 구체적 근거들을 제시했다.
김 전 교수는 또 “디지털 증거에 대한 열람등사는 원본 데이터 손상없이 작업 가능하다”며 “쓰기방지 장치 같은 장비를 활용한다면 원천적으로 원본 파일에 대한 손상위험을 기술적 수준에서 방지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포렌식 자격 문제에 대해선 “애초에 한국에서 경찰, 검찰, 국과수, 국정원에서 디지털포렌식 보고서를 제출하고 나면 그 어떤 포렌식 전문가도 이에 대한 검증에 나설 수 없다”며 “국가기관의 포렌식 하청이 주요 사업수단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교수는 “국가기관으로부터 특별한 수익을 얻고 있지 않은 본 작업자(김인성 교수)가 여러 사건 변호인의 요청에 따라 포렌식 조사와 보고서 검증 작업을 해왔다”며 국정원이 유우성 사건의 디지털 증거를 조작했다 자신에게 적발된 사실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그러면서 “본 작업자는 최소한 대한민국 국정원보다 디지털정보에 대한 전문성이 더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개인정보 유출 우려에 관해서도 김 전 교수는 “변호인이 하려는 것은 검찰 포렌식 보고서의 정당성 검증”이라며 “그래도 우려가 된다면 검찰이 지정한 장소에서 지정한 컴퓨터를 사용하여 인터넷을 단절한 상태에서 작업하고 그 결과물을 외부로 반출할 수 없도록 하면 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이유로 열람등사를 불허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김 전 교수는 “제가 여태까지 의뢰받은 모든 사건에서 검찰 측은 모든 증거에 대한 열람복사를 허용했고 본 작업자는 제한없이 조사할 수 있었다”며 “재판 3년이 지나도록 태블릿 원본 이미징 데이터를 보지 못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김 전 교수는 다음과 같이 이미징파일 열람등사 필요성을 정리했다.
1. 이 사건이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인지,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인지 판단하기 위해서 태블릿 원본 이미징이 필수적이며,
2. 검찰의 포렌식 보고서가 진정성립하는지 검증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원본이 필요하며,
3. 국과수의 포렌식 보고서를 조사하기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태블릿 원본에 대한 재이미징 작업도 필요합니다.
4. 태블릿이 검찰에 제출되어 이미징된 이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혹시 의도적인 조작이나 삭제는 없었는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편, 태블릿 이미징 파일은 이 사건에 제출된 증거가 아니라서 열람등사의 대상이 아니라는 검찰의 주장은, 재판부가 “이미징 파일은 열람등사의 대상이 맞다”고 판단하면서 이미 설 자리를 잃었다.
이하 김인성 전 교수의 의견서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