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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희준칼럼] 변희재와 윤석열, 누가 더 불안해할까

윤석열 정권, 유신정권 말기를 닮아가고 있어

[공희준 · 메시지 크리에이터]

검찰이 변희재 미디어워치 고문에 대한 보석을 취소해달라고 법원에 청구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검찰은 변희재 고문이 보석 보증금으로 납부한 5천만 원도 몰수할 것을 사법부에 요구했다고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도화선 구실을 했던 태블릿 PC들의 실제 소유주와 해당 기기들에 저장된 자료가 조작ㆍ변조됐다고 규탄하는 일련의 집회들에 변 고문이 참여해온 일이 보석 허가 조건에 위반된다는 게 검찰 측의 주장이다.



나는 변희재를 재수감하려는 검찰의 시도가 검찰총장이나 법무부 장관 선에서 결정됐으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윗선에서 취해진 조치로 짐작하고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과 한동훈 법무장관의 명령권자가 현실적으로 몇 명이나 있겠는가? 필자는 단 한 사람의 이름 외에는 달리 떠오르지 않는다. 바로 윤석열 대통령이다.

변희재 고문은 한동훈 장관을 주적으로 설정해 실증적 사실관계를 규명하는 데 주안점을 둬왔다. 나는 변희재와는 세기말의 우울하고 몽환적인 분위기가 사회 도처에 만연했던 1999년 여름부터 알고 지내왔다. 그야말로 사반세기 가까운 인연이다. 우리는 청년으로 만나 중년에 이르렀다.

변희재는 자기 자신을 논객 반, 지식인 반의 정체성을 지닌 인물로 여겨왔다. 반면 필자는 스스로를 건달 반, 업자(業者) 반의 인간으로 분류하고 있다. 따라서 윤석열 정권의 돌연한 변희재 저격을 바라보는 평가의 관점 역시 상당히 다를 수밖에 없다.

변희재가 그간 공언해온 바대로 박영수 특검팀의 핵심 구성원으로 활동하던 시기의 윤석열과 한동훈이 세간에서 흔히 최순실로 호명되는 최서원 씨의 태블릿 PC를 조작하는 범죄적 행위에 깊숙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난다면 현 정권에 치명타가 될지는 이 글을 읽고 있을 독자들의 개인적 판단에 맡기련다.

한 가지 분명한 대목은 누가 봐도 치졸하고 공공연한 정치보복에 불과한 변희재 고문 보석 취소 청구가 결국에는 변희재가 아닌 윤석열을 옹색한 궁지로 몰아넣을 것이란 점이다. 왜냐? 검찰의 변희재 보석 취소 청구는 변희재의 법리적 취약성이 아니라 윤석열 정권의 정치적 허약함만 오히려 도드라지게 부각시켰기 때문이다. 정권이 오죽이나 막다른 골목에 내몰렸으면 변희재 입까지 틀어막으려고 저렇게 요란을 떨겠느냐는 것이다.

윤석열 정권은 현재 이른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에 직격당한 형국이다. 잇달아 발생한 세 가지 악재가 거대한 삼각파도를 이루며 윤 정권을 무섭게 덮쳐온 탓이다.

첫 번째 악재는 영부인 김건희 여사의 친정이 보유한 토지 근처로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종점 위치가 석연치 않게 변경된 사건이다.

두 번째 악재는 김 여사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가 개최된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 시내에 소재한 고급 명품 상점들을 방앗간에 날아든 참새처럼 철없이 차례차례 드나든 사건이다.

세 번째 악재는 윤석열 대통령이 하필이면 우크라이나 방문을 강행하는 와중에 국내에서 유례가 드문 심각한 수해가 일어나 수십 명의 국민들이 소중한 생명을 허무하게 잃어버린 사건이다.

바다 한가운데서 산더미만 한 크기의 파도를 만난 선장의 자세는 어때야 할까? 파도의 높이와 방향과 위력을 침착하고 노련하게 잘 헤아려 배를 안전하게 항해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현 정권의 선장인 윤 대통령은 파도를 향해 다짜고짜 격노하기에만 바쁜 듯한 모습이다. 파도에 욕하고 성내어도 항구로 무사히 입항할 수 있다면 지금쯤 전 세계 유수의 해운사들은 한국의 유명한 욕쟁이 할머니들을 선장으로 모시고자 치열한 영입 경쟁을 벌이고 있을 터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체제 말기, 긴급조치로 대변되는 폭압통치에 대한 여론의 반감과 부가가치세의 무리한 도입이 낳은 민생고가 겹치며 민심은 정권에 완전히 등을 돌리고 말았다. 등 돌린 민심에 유신정권은 어찌 대처했던가? 민심에 겸허히 귀 기울이기는커녕 등 돌린 민심의 등을 세게 후려치는 소위 등짝 스매싱을 고집하다 정권의 몰락을 자초했다.

회사의 일방적 폐업조치에 항의해 신민당사에서 농성을 시작한 YH무역의 여성 노동자들을 경찰력을 동원해 강제로 해산시킨 행동은 등 동린 민심의 등짝을 제대로 후려친 격이었다. 그러자 당시 신민당 총재로 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집권세력의 야만적 노조 탄압과 무도한 야당당사 침탈을 성토하는 외신과의 기자 회견에 나섰고, 유신 정권은 그를 국회의원직에서 제명하는 초유의 무리수를 감행했다. 김영삼 제명 파동은 부마항쟁으로 이어져 박 전 대통령이 심복으로 믿고 의지하던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에 의해 궁정동 안가에서 시해당하는 10ㆍ26 사태로 귀결되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원들과 민심이 결합해 선출하던 국민의힘의 당대표를 대통령 마음대로 지명해 낙점하는 ‘윤석열판 10월 유신’을 이준석 전 대표를 무지막지하게 숙청하면서까지 폭력적으로 밀어붙였다. 민심의 자리를 찬탈한 ‘윤심’이 탄생시킨 김기현 대표 체제는 거듭되는 추태와 물의로 국민들 사이에 놀림과 조롱의 대상이 된 지 이미 오래다.

참다운 의미의 자유는 내가 남을 비판할 자유에 있지 않다. 남이 나를 비판할 자유에 있다. 윤 대통령이 입에 달고 사는 자유의 정체는 윤석열이 본인의 정치적 반대자들을 숙청하고, 압수수색하고, 감옥에 집어넣을 자유에 지나지 않음이 명명백백해진 상태이다. 일국의 최고통치자가 그와 같은 허울뿐인 알량한 위선적 자유를 무절제하게 남발하고 만끽하다 보니 민심이 정권에 등을 돌리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다.

등 돌린 민심을 수습할 대책으로 용산 대통령실이 내놓은 방안은 예전의 박정희 정권처럼 등 돌린 민심을 거칠게 후려치는 등짝 스매싱이다. 허나 민심의 등짝을 거칠게 후려치면 후려칠수록 한번 등 돌린 민심이 돌아올 가능성은 되레 점점 더 희박해지는 법이다.

변희재에 대한 검찰의 보석 취소 청구에서 나는 민심의 총체적 이반 현상에 봉착한 정권이 본능적으로 느끼기 마련일 공포심과 불안감을, 조바심과 초조함을 목격하고 있다. 만에 하나 보석이 취소되면 일단은 영어의 몸이 될 당사자는 변희재인데, 정작 겁에 잔뜩 질린 얼굴 표정을 짓고 있는 주인공은 다름 아닌 윤석열 정권의 수뇌부인 양상이다. 정권의 수뇌부라고 해봐야 김건희 여사와 윤석열 대통령 딱 두 사람이겠으나….

하여 필자는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왕년에 한창 유행시켰다가 이제는 한물간 우스갯소리를 윤 대통령과 김 여사에게 들려드리고 싶다. “쫄지 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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