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논객인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대선주자인 이재명 후보와 만난 후 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 각종 찬사를 늘어놓았다.
조 대표는 지난 24일 이데일리 유튜브에 출연, 이 후보와의 회동과 관련해서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대해 “명랑한 사람”, “탈이념적 접근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웬만큼만 해도 윤석열보다는 낫다는 말이 나올 수 있다” 등의 발언으로 이재명 대표를 칭송했다.
조갑제 대표가 보수우파 진영에서 누구보다도 이념과 원칙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극좌성향 인사인 이 후보에 대한 이런 칭송은 도를 넘었을 뿐 아니라 최소한의 일관성마저도 상실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로 조 대표는 광우병 난동사태가 한창이던 2008년 5월 14일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주최한 ‘광우병선동센터 KBS, MBC 규탄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정부는 좌익을 그대로 둬서는 안된다. 반드시 보복·복수·응징해야 한다”며 “복수 못하는 인간은 공직자가 되면 안 된다. 그러지 않는다면 우리가 나서서 이명박 대통령 탄핵운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광우병 소고기 수입 논란으로 인해 10% 미만으로 하락했고, 좌익을 응징하기는커녕 기본적인 국정 수행과 정권 유지조차 힘든 상황이었다. 그래서 이 대통령은 그해 6월초 대국민 사과를 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조갑제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를 빌미로 그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였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당하는 이유는 힘이 없어서가 아니라 용기가 없어서다”라며 “진실을 지켜내지 못하니 정의도, 자유도 날아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처럼 조 대표는 17년 전엔 정권 유지조차 힘들어진 대통령의 탄력적이고 전략적인 행보마저도 원칙주의를 앞세워서 비난했고, 좌파 진영에 대한 복수까지 선동하면서 맹렬한 분노를 드러냈다. 보수우파의 원칙에 1%라도 벗어나는 행위조차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이었다. 그랬던 그가 지금은 입장 변화에 대한 해명도 없이 돌변해서는 극좌성향 정치인에 대한 호평을 늘어놓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선명한 극좌성향
조갑제 대표의 칭송을 받은 이재명 후보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공천을 받아 성남시장으로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정치 인생을 시작했다. 그는 역대 민주당 인사들 중에서도 이념적으로 가장 왼쪽에 위치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후보는 2017년 1월 자신의 지지자들이 모인 ‘손가락혁명단 출정식’에서 “지금 대한민국을 틀어쥐고 있는 거악은 정치권력조차 쥐락펴락하는 경제권력”이라며 “오늘 이 자리에서 재벌 체제 해체에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지난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대표 공약인 전 국민 대상 기본소득의 재원 마련 방안 중 하나로 ‘국토보유세’를 제시했다. 국토보유세는 토지를 가진 사람이 토지 가격의 일정 비율을 세금으로 내도록 하는 제도로, 고가 부동산을 중심으로 매기는 종합부동산세와 달리 모든 토지를 과세 대상으로 본다.
결국 주택을 보유한 전 국민이 국토보유세 납부 대상이 되며,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를 납부하는 고가 주택 보유자들은 국토보유세로 인해 ‘3중과세’에 시달리게 되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그의 국토보유세 공약은 국가가 개인의 자산을 몰수하는 것과도 다름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더불어민주당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또한 사실상 사유재산권을 부정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재명 후보가 이끄는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12일 개최한 ‘20대 민생의제 발표회’에서 세입자가 2년마다 전세 계약을 갱신해 최장 10년까지 점유할 수 있게 하는 법 개정안을 소개했다.
이재명 후보의 과거 발언 중에서 조 대표의 기존 ‘소신’과 가장 충돌하는 부분은 한국전쟁에 대한 책임소재를 언급한 부분이다. 유엔군의 참전 과정과 소련 붕괴 이후 공개된 자료 등을 감안하면, 김일성이 적화통일을 위해 기습 남침을 했다는 것이 한국전쟁이 명백한 본질이다. 이는 조갑제 대표 역시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는 2024년 신년사에서 ‘6·25 전쟁은 크고 작은 군사충돌이 누적된 결과’라며 사실상 김일성의 불법 남침을 물타기하는 발언을 했다. 당시 김영호 통일부장관은 “6·25 전쟁은 김일성이 소련과 중국을 등에 업고 일으킨 사대주의적인 남침 전쟁”이라며 이 후보의 인식에 커다란 문제가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또 이 후보는 주한미군을 ‘점령군’이라고 규정한 적도 있다. 그는 2021년 7월 2일 경상북도 안동시의 이육사 기념관에서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의 정부 수립 단계와 달라서 친일 청산을 못하고 친일 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서 지배체제를 그대로 유지했지 않는가”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참고로 조갑제 대표는 지난 20여년간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으며, 주한미군은 그가 중시하는 한미동맹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