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와 어도어 간의 계약 무효소송 판결이 오는 10월 30일로 다가오고 있다. 앞서 법원은 가처분 소송에서 어도어 측 손을 들어, 현재 뉴진스의 활동은 원천 봉쇄된 상태다..
애초에 해당 사건은 똑같은 아이돌 그룹을 만들어내는 여러 레이블을 구성해 놓은 하이브 멀'티 레이블 시스템'의 모순 탓이었다. 당연히 각 레이블마다 표절, 상호 비방, 줄세우기 등의 문제점이 터질 위험성이 높았던 것이다. 결국 같은 하이브 내에서 아일릿이 뉴진스를 표절했다며 문제를 제기한 민희진 어도어 대표를 하이브 측에서 강제 퇴임시키며, 이에 민희진이 키워낸 뉴진스 멤버들이 반발, 활동금지까지 되는 사태로 번진 것이다.
이에 김성수, 김헌식, 변희재 등 3인 대중문화평론가, 그리고 김도현 전 베트남 대사와 최대집 전 의협회장 등, 정치·사회 관련 인사들은 “최소한 뉴진스의 활동 만큼은 보장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이 주목하는 부분은 "매니지먼트와 가수 사이의 10년 전속계약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다. 지난 2010년 8월 대법원은 그룹 유키스 멤버 케빈(20ㆍ본명 우성현)이 '장기 전속 및 일방적인 수익배분 규정 계약이 불공평하다'는 이유로 전 소속사 씽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낸 전속계약 효력 부존재확인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10년 계약기간은 가수로서 전부에 해당하며 연예산업의 위험성을 감안할 때 합리적인 정도를 초과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10년 계약이 무효라는 판결이 나자 문화체육관광부는 표준계약서의 권장 계약 기간을 7년으로 정했다. 아이돌 그룹을 데뷔시켜 대중적 성공을 거둬 손익분기점을 넘기기까지는 평균 5~7년 정도라는 판단이었다.
이런 기준이라면 뉴진스의 경우 손익분기점을 넘겨도 한참 넘긴 상황이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2021년 10월 160억원의 자본투자금으로 어도어 법인을 설립한다. 2022년 7월에 데뷔한 뉴진스는 그해 186억 매출, 2023년 1103억 매출, 2024년 1111억 매출을 올렸다. 2023년과 2024년의 영업이익도 모두 300억대를 넘겼다. 하이브 측에서는 영업이익만으로도 자본 투자금 160억원의 5배 이상 벌어들였다.
더구나 2024년 3월, 하이브의 또 다른 레이블 빌리프랩에서 데뷔시킨 아일럿이 뉴진스를 표절했다는 혐의에 휘말리며 민희진 대표와 갈등, 뉴진스는 2024년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제대로 된 활동을 못하는 상태이다. 그 상황에서조차 뉴진스는 아이돌그룹 중에서 최고의 수익을 하이브에 안겨준 것이다.
연예인들과 창작자들을 위해 계약을 대리해주는 공인 에이전시 제도가 도입된 미국에서는 뉴진스와 같은 사태가 벌어질 수가 없다. 만약 7년 장기 계약을 했다면, 투자금의 최소 2배 이상의 수익을 충족한 시점에서 계약을 다시 할 수 있는 풋옵션 조항이 들어갔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광부 역시 손익분기점을 기준으로 7년 계약을 권장해왔다면, 미국의 계약 사례들을 조사해 손익분기점을 넘겼을 때 계약을 다시 할 수 있는 풋옵션 조항을 표준계약서에 넣었어야 했다. 공인 에이전시 제도 도입도 하지 않고, 중차대한 변수를 반영하지도 못한 문화체육부의 정책 부실로 인해 뉴진스 멤버 개개인이 책임을 짊어질 판이다.
김성수, 김헌식, 변희재 등 대중문화평론가 3인은 오는 15일 경에 지난 1996년 LG구단과 지명 무효소송을 했던 야구선수 임선동의 사례를 참고, 입단 후 트레이드 방식으로 조정을 이끌어냈던 고등법원의 판례를 재판부에 제시할 계획이다. 실제 임선동은 “일본 진출을 방해한 LG에서 야구할 바에야 은퇴하겠다”며 소송을 불사했지만, 고등법원의 솔로몬식 해법에 따라 2년 뒤 현대로 트레이드 되어 다승왕에 오르는 등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기도 했다.
즉, 이미 상호 감정이 상할 대로 상했고 최소한의 신뢰도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법원이 가처분과 동일하게 방시혁 측의 손을 들어주면, 현실적으로 뉴진스의 존재와 가치는 공중 분해될 상황이다.
그럴 바에야 어도어를 제3자에 매각하여 뉴진스의 활동을 보장해주는 길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이에 김성수, 김헌식, 변희재 대중문화평론가 3인은 “재판부는 물론 정부, 국회, 국가의 어른들이 나서서 최소한 뉴진스가 활동할 수 있는 길은 찾아주어야 한다”며 재판부에 제출할 의견서를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