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이슈] 이혜훈의 지명 철회를 이끈 뉴미디어의 힘

인싸잇=백소영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각종 논란에 휩싸인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했다.




청와대 홍익표 정무수석은 25일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은 숙고와 고심 끝에 이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이로써 이 후보자는 초대 예산처 장관 후보자에 오른 지 28일 만에 상처투성이 퇴장의 처지에 놓이게 됐다.


특히 야당의 반대로 우여곡절 끝에 이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린 지 불과 이틀 만에 결정한 철회다. 그동안 야당과 언론으로부터 난도질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의 융단폭격을 참고 참아 장관직 문턱까지 다가선 당사자로서는 매우 뼈아픈 일이 아닐 수 없게 됐다.


이 대통령이 이번 결정을 내린 계기는 보좌관 갑질과 아파트 부정청약 의혹, 자녀 부모 찬스 의혹 등 이 후보자와 그의 가족과 관련된 숱한 논란 때문이다.


이 후보자가 보수정당에 있다가 진보 진영으로 넘어오려고 한 인물인 만큼, 거의 모든 언론 미디어가 평소 추구하는 정치와 이념 성향을 막론하고 이 후보자 의혹에 관한 물어 뜯기식 보도에 나섰다.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건과 문재인 정부 때 조국 사태, 또 윤석열 정부의 12·3 비상계엄 때의 사례에서 접했듯이, 기성 언론 미디어가 힘을 합치면 대통령을 탄핵하고 정부의 지지율과 근간마저 쉽게 뒤흔들 수 있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물론 정치인들도 이런 일을 적잖게 겪으면서 최근 언론에 쉽게 당하지 않는 분위기도 생겼다. 의혹 제기 보도가 나오면 사실에는 즉각 인정한 뒤 잘못한 점에는 사과하고, 보도 내용에 조금이라도 왜곡이 있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나선다. 심지어 관련 의혹을 폭로한 당사자에 법적 대응의 엄포까지 놓으며, 언론 미디어를 다루는 일종의 내성이 생겼다고 말할 수 있다.


이혜훈 후보자가 그랬다. 국회 인턴과 보좌관 갑질 의혹에는 다수가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비난할지라도 형식적으로나마 즉각 사과하고, 기억나지 않거나 사실이 아닌 의혹에는 바로 적극적으로 부인했다. 또 이 후보자는 비망록관련 의혹을 제기한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에 법적 대응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오죽하면 지난 19일 열린 이 후보자에 대한 첫번째 청문회에서 국민의힘 소속 임이자 재정경제기획위원장은 검증하겠다는 국회의원을 고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후보자를 위해 청문회를 열 가치가 없다고 지적할 정도였다.


마치 이 후보자는 언론의 자신에 대한 이러한 움직임은 이미 장관 후보자에 지명됐을 때부터 예상한 듯했다. 그래서 보통 사람이라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집요한 언론의 사생활 파헤치기와 물어 뜯기에도 당당한 태도로 청문회까지 견뎌온 모양새였다.


그런데 아마도 이 후보자조차 그 파급력을 예상하지 못했고, 실제로 장관직 지명 철회 직전까지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게 있는데, 이는 바로 뉴미디어다.

 

이혜훈 사퇴여론 주도한 뉴미디어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일부 언론에서는 그가 지난 2017년 국회 비서관과 보좌관 등과의 전화에서 큰 소리를 지르며, 여러 폭언과 협박성 발언이 담긴 음성 녹취 파일을 보도한 바 있다.


해당 음성 파일은 유튜브와 SNS를 타고도 빠르게 전파됐다. 그러면서 유튜브에서는 쇼츠(Shorts) 형식으로 이 후보자의 실제 폭언 음성과 이재명 대통령의 과거 형수 욕설 전화목소리를 교차 편집해 실제로 두 사람이 욕하고 소리를 지르며 전화로 말싸움하는 듯한 영상이 올라와 주목을 받았다.




또 다른 유튜브 제작자는 이 후보자의 폭언 음성에 공천 헌금의혹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강선우 무소속 의원이 지난 2022년 김병기 무소속 의원에 공천 헌금을 받았다며 대응책을 논의하다가 녹취된 목소리를 교차 편집했다.


영상에서는 이 후보자가 강 의원에 폭언과 함께 갑질하는 목소리가 그리고 강 의원은 공천 헌금 의혹이 발각될까 두려움에 휩싸인 목소리가 섞여 시청자들의 재미를 더했다.


해당 쇼츠 영상은 유튜브뿐 아니라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그리고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 퍼졌다. 이에 뉴미디어의 주요 소비층인 20~30, 심지어 10대 청소년들마저 해당 영상을 자주 접할 수밖에 없었다.


해당 영상은 이들 젊은 층에 재미와 분노를 동시에 주는 바람에 더 인기를 얻고 확산했다. 특히 다른 것도 아니고 현 젊은 층이 기성세대에 느끼는 가장 혐오스러운 문제인 갑질’, 심지어 폭언과 고성, 협박까지 섞어 을 압박하는 내용의 영상은 20~30세대에 이혜훈을 장관을 시켜서는 안 된다는 여론을 자극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과거 이 후보자와 같은 정당에 소속됐거나 함께 국회에서 활동했던 인사들이 정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연일 이 후보자에 대한 과거 여러 소문과 문제점을 쏟아내면서 그의 장관직 사퇴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굳이 언론 미디어가 더 이상 나서서 부채질하지 않더라도, 뉴미디어의 영향력 아래 이 후보자에 대한 사퇴 여론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처럼 기성 언론 미디어가 의혹 제기 단독 보도에 열중했다면, 뉴미디어는 이 후보자가 장관이 돼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 대한 폭 넓은 연령층의 공감과 확산 그리고 파생 정보 제공 등을 도우며 진정 여론을 주도한 것이다


이 대통령도 더 이상 이를 방치할 수 없었고, 이 후보자는 꿈에 그리던 장관직에 오르지도 못한 채 28일 만에 사실상 정치인으로서의 생명을 다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