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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고건 일시휴전…불씨는 계속 잠복

고건 측, 정치적 이득 충분히 얻었다고 판단

 

 

 세밑정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청와대와 고 건 전 총리간 가시돋친 설전이 성탄절인 25일 `일시 휴전'에 들어간 느낌이다.

 지난 주말과 휴일에 걸쳐 홍보수석실 명의 글을 통해 고 전총리의 `즉자적인' 처신을 문제삼으며 정면대응했던 청와대가 포문을 닫았고, 고 전총리측도 "청와대의 공세에 더 이상 대응하지 않을 방침"이라며 한발짝 빼는 듯한 모습을 보임에 따라 일단 소강상태를 들어간 것.

 특히 익명의 청와대 관계자가 "고건씨는 총리 시절 회의만 하면서 시간을 보낸 위원회 총리였다"고 비난한 내용이 일부 조간신문에 보도돼 한때 확전이 우려되기도 했으나, 윤태영(尹太寧) 청와대 대변인이 "청와대 공식적 얘기가 아니다"고 사견으로 치부, 추가적인 논란은 금세 잦아들었다.

 하지만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민주평통 격정발언'을 계기로 한 양측의 공방을 거치면서, 노 대통령과 고 전 총리간의 정치적 결별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으며, 언제든 재충돌의 여지는 남아있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번 양쪽의 충돌이 범여권의 새판짜기 움직임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고, 그 중심 인물중 한명이 고건 전 총리이기 때문이다. 구심력을 잃고 있는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외곽에서 원심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고 전 총리의 정치적 충돌은 앞으로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인 셈이다.

 그러나 참여정부 초기 국정을 함께 운영하던 제1, 2인자가 임기를 1년여 앞두고 설전을 벌이는 이례적인 상황은 서로에게 정치적 반사이익도 가져다 줬지만, 적잖은 내상도 안겨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노 대통령의 '고 전총리 기용 인사실패' 발언이 "고 전총리 역량을 평가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하면서도, 노 대통령을 비난하고 나선 고 전총리를 향해 "신중한 처신이 아니다"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노 대통령 스스로도 "사과라도 해야 할 일"이라며 논란의 직접적인 당사자로 발을 담궜다.

 고 전 총리를 향한 대응이 "정치공학적 계산이 깔린 것이 아니다"고 청와대는 강조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범여권의 대선후보중 한명으로 거론되는 고 전총리의 행보를 견제하고, 그의 통합 이미지에 흠집을 내는 정치적 효과는 거뒀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중하기로 소문난 고 전총리가 확인도 해보지 않고 비방부터 먼저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의 경솔하다 싶은 언행은 이전에 본 일이 없다"는 식의 비판은 고 전총리의 `이미지 거품'을 걷어내겠다는 청와대의 전략적 의중이 실린게 아니냐는 것이다.

 더불어 고 전총리를 구심점으로 세우려는 여당내 통합신당론을 견제하는 효과도 부수적으로 거뒀을 뿐만 아니라, 여권내 다른 대선주자들도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한 복잡한 셈법을 하게 함으로써 정계개편이나 대선구도에서 노 대통령의 영향력을 여전한 '상수'로 자리매김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자신이 임명했던 총리 출신 대선후보와 공방을 벌임으로써 '국정현안보다는 정치에 몰입한다'는 비판을 감수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또 가뜩이나 낮은 지지율속에 냉소적인 여론을 확산시켜, 임기 마지막해인 내년에도 양극화 해소,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등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국정 추동력이 쉽게 마련되기 힘든 상황을 맞을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반면 고 전 총리측은 노 대통령의 '인사실패' 발언을 계기로 "오만과 독선에 빠져 국정을 전단했다"며 노 대통령을 정면 비판하고, 이어진 청와대와의 공방에서도 자신들에게 결코 불리하지 않은 정치환경이 조성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우선 노 대통령과 분명한 대립각을 세움으로써 '참여정부 초대 총리'와 '범여권후보'라는 부담스러운 타이틀을 일정 정도 희석시킬 수 있었다는 점을 꼽고 있다.

 "인기가 바닥으로 떨어진 참여정부 초대 총리라는 타이틀이 오히려 부담이 되는 상황이었지만 노 대통령 발언으로 이제 부담없이 `이혼도장'을 찍을 수 있게 됐다"는 얘기가 고건 캠프 쪽에서 나오는 것도 그 같은 맥락이다.

 또 최근 우리당내에서 정운찬(鄭雲燦) 전 서울대 총장이 '제3의 후보'로 급부상한 상황에서 노 대통령과의 대립은 고 전총리의 존재감을 재인식시키는 계기가 됐고, 열린우리당 내에도 노 대통령에 대한 반발이 확산되면서 고 전 총리가 움직일 공간이 상당히 확대됐다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서는 총리 출신이 자신을 임명한 현직 대통령에 맞서 유력 대선후보로 부상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를 문민정부 시절 당시 김영삼(金泳三.YS) 대통령과 이회창(李會昌) 총리의 대립에 견주어 닮은 꼴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그 배경이나 사태의 전개 과정은 상당히 다른 측면이 있다.

 YS와 이회창씨의 대립은 이씨가 지난 1994년 4월 총리로 재임하던 시절 자신을 임명한 YS와 국정운영 방식을 둘러싼 이견으로 충돌해 빚어졌고, 당시 이씨가 총리직에서 전격 경질당함으로써 국민적 인기를 얻었다. 대통령과의 대립이 이씨의 정치적 입지를 구축하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했던 것.

 그러나 노 대통령에 대한 고 전총리의 대립은 현직 총리로서가 아니라 이미 정치판에 뛰어든 대선주자로서의 정치적 승부수로서의 성격이 짙다.

 또 대립의 시기도 정치적 의미가 다르다. 이씨가 YS에게 '도전'한 것은 문민정부가 출범한지 1년이 갓 지나 권력이 아직 펄펄 살아있는 시점이었고, 고 전총리가 노 대통령에 각을 세운 지금은 참여정부 남은 임기가 1년여 남짓에 불과해 권력이 `하산길'에 접어든 시점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에게 던져지는 메시지도 분명히 다르다는 분석이 많다.

 때문에 고 전총리가 자신이 국정의 제2인자로 참여했던 참여정부를 비판하며 '결별'하는 승부수를 던졌다면 이는 궁극적으로 정치적 득보다는 실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서울=연합뉴스) 성기홍 기자


sg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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