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李會昌) 전 한나라당 총재는 새해 첫날인 1일 사실상 대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 서빙고동 자택에서 가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다.

이 전 총재는 간담회에서 "정치를 떠난 입장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고 현실정치에도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강조한 뒤 `현실 정치'라는 단어에는 차기 대통령선거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즉 차기 대권 레이스에 뛰어들 생각이 없다는 뜻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대선을 놓고 이렇게 저렇게 하겠다는 게 좀 오만한 생각이라는 느낌이 든다"고도 말했다.

이 전 총재가 `현실정치 불참' 의사를 사석에서 드러낸 적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이처럼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지난 대선 이후 처음이라는 게 측근들의 설명. 한 핵심측근은 "이 전 총재가 불출마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는 또 현재 한나라당의 대권주자들이 도중하차할 경우 `대안'으로 출마하지 않겠느냐는 일각의 관측에 대해서도 "그런 일, 그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본다"고 일축했다.

그는 이 같은 언급의 배경과 관련, "요즘 강연을 몇 차례 하니 정계복귀를 하려는 게 아니냐는 억측과 비판이 있었다"면서 최근 나도는 자신의 대선 출마설을 불식시키려는 의도가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 전 총재는 이른바 `현실정치' 이외의 정치적 활동까지 아예 접지는 않겠다는 의중을 드러냈다.

그는 "다만 현실정치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서 나라의 현실에 눈을 감고 수수방관하겠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면서 "다시는 이러한 좌파정권이 출연하지 않도록 막는 일이 제가 이 나라와 시대에 진 소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 동안 몇 차례 강연한 것도 이러한 충정에서 비롯된 것이고 이는 현실정치라는 차원을 넘어선 `구국의 일'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전 총재는 또 "비좌파적 세력의 집결도 가능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해 보수 및 중도 우파의 집결을 통해 한나라당의 정권 탈환을 외곽에서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이와 함께 이 전 총재는 이른바 `빅3'를 비롯한 한나라당 대선주자 중 특정인을 지지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고, 경선 조기과열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이날 서빙고동 자택에는 한나라당에서 박희태(朴熺太) 국회부의장과 이재오(李在五) 최고위원, 황우여(黃祐呂) 사무총장, 정형근(鄭亨根) 전여옥(田麗玉) 최고위원, 전재희(全在姬) 정책위의장 등과 함께 윤여준(尹汝雋) 전 환경장관 등 전직 관료들과 지지자 모임인 `창사랑' 회원 등 800여명이 다녀갔다.

한나라당 대선주자 중 손학규(孫鶴圭) 전 경기 지사는 구랍 30일 이 전 총재를 찾아 새해 인사를 했고,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은 오는 3일 들를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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