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완(李炳浣) 대통령 비서실장은 15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제안한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과 관련, "한나라당이 `오케이'하는 조건으로 탈당하라고 하면, 또 탈당 이상의 또 다른 조건을 제시한다면 진지하게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이날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언론재단 초청 포럼에서 `개헌 제안의 진정성을 위해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을 탈당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탈당문제는 진정성 문제와 연결될 문제가 전혀 아니다"며 이같이 밝힌 뒤 "그러나 야당이 진정성을 담보로 탈당을 요구한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탈당은 진정성 차원의 문제가 아니지만 한나라당이 개헌 수용을 전제로 요구하면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또다른 조건'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이 개헌 과정에서 헌법 자체에서 요구할 수 있는 게 있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노 대통령의 임기가 국회의원 임기 보다 빨리 끝나기 때문에 대통령 임기단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실장은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지 않는 상황은 없으리라 본다"며 대통령 발의를 기정사실화한 뒤 "정치권, 학계, 국민과의 직접 대화를 통해 여론의 시기에 대한 문제가 바뀔 수 있다면 정치권도 그에 따른 진지한 검토가 뒤따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단 대통령이 헌법에 부여된 권한을 토대로 발의 의사를 보인 이상 그 방향으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향후 청와대의 `개헌 로드맵'과 관련, 이 실장은 "국민에게 상세한 설명과정이 필요하다"며 "앞으로의 과정에서 그런 계기가 만들어질 수 있는 시기들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청와대에서 직접 나설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직접 나서고, 열린우리당에서 개헌과 관련된 위원회 등 내부조직을 만들면 같이 협의해 가면서 다른 야당과 의견 모색을 하는 방향으로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나라당을 비롯한 야 4당과의 대화 필요성에 대해 그는 "그런 부분은 진행과정에서 필요하면 지체없이 할 필요가 있으며, 대화가 가능한 순간이 오면 형식과 방법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해 모든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면서도 "아직은 (대화가) 난관에 봉착해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개헌 시기문제에 대해 그는 "다음 정부로 넘길 경우 새정부의 임기출범과 더불어 개헌 정국에 빠져들 우려스러운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며 "개헌을 추진하는 차기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를 1년 가량 잘라내지 않으면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노 대통령의 개헌 제안이 `정략적'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정략적인 의도가 있다는 가설이 성립하려면 (개헌으로 인해) 야당이 불리해야 한다"며 "정치 지형이 현재 야당이 오히려 유리한 상황인데 정략적이라고 비판하고 부담스러워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시대적 요청이 있거나 국민적 공감대가 있다면 시기 문제로 가타부타하거나 방향이 옳다 그르다 하기 보다는 수권정당으로서 책임 있는 지도자로서 해야 할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의 개헌제안은 `차기 대선을 앞두고 있는 현시점에서 공정성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그는 "공정성 문제는 대선관리의 문제"라며 "우리의 현실과 여건에서 대통령이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는 것도 납득할 수 없지만 영향을 미치려 할 때 오히려 국민에게 어떻게 비칠 것인가, 이것도 저것도 다 실패하는 왕도라고 본다"고 일축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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