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내 대선후보 경선레이스가 조기 가열되면서 당직자들이 각 캠프의 구애요청 속에 참여 여부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직을 맡고 있는 만큼 중립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직논리와 대선주자들과의 인연을 무작정 무시할 수 없다는 인간적 정리(情理) 사이의 딜레마가 바로 그것.
공보담당 원내부대표를 맡고 있는 주호영(朱豪英.대구 수성을) 의원은 치열한 세(勢)싸움을 벌이고 있는 박근혜(朴槿惠)-이명박(李明博) 캠프 측에서 서로 모셔가려는 대표적 당직자 중 한명으로 꼽힌다.
주 의원은 국회의원 중 불교계의 마당발로 손꼽히는 인물로 불심(佛心) 잡기에 최적격이기 때문.
그는 최근 한 신문에 자신이 이 전 시장 캠프의 대변인을 맡는다는 기사가 실려 논란이 일자 박 대표 측에 전화를 걸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서로 도와달라고 하니까, 사정이 여의치 않다.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면서 "`중립을 지키겠다'는 발언이 요청하는 측에서는 거절하는 걸로 해석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다만 "후보가 결정될 때까지는 중립을 지킬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여성당원 50만명의 수장인 박순자(朴順子) 여성위원장도 양 캠프의 집중적인 공략대상 중 한명.
박 위원장은 "양 캠프에서 참여해달라는 적극적 요청이 있는 것은 사실이고, 개인적으로 지지하는 후보가 있는 것도 맞다"면서 고심의 일단을 드러낸 뒤 "그러나 야당 생활만 10년 이상 한 만큼 정권교체를 위해 개인으로 움직이지 않고, 당직자로서 경선을 엄정 중립으로 이끌 생각"이라고 말했다.
모 최고위원의 경우도 특정 대선주자측에서 캠프 참여를 요청했지만, 최고위원이라는 당직을 갖고 있는 만큼 어렵다며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같은 `충정'에도 불구하고, 대선주자들과의 `인연'으로 볼 때 일부 당직자들은 이미 특정 캠프 쪽으로 마음을 굳혔거나 이미 깊숙이 개입해 있다는 얘기도 당 안팎에서는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과감하게 `커밍 아웃'을 하고 당직을 내 던진 경우도 있다.
이혜훈(李惠薰.서울 서초갑) 의원은 최근 "박 전 대표를 돕는 입장에서 부소장직을 계속 맡는 것은 공정한 경선관리를 강조하는 당의 방침에 누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 사퇴한다"는 보도자료를 내고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직을 물러났다.
한나라당 부대변인단 중 2명도 당직자라는 신분에도 불구하고, 대선주자 캠프에 관여한 `소신' 때문에 최근 당직에서 해촉됐다.
당직자들에 대한 양 캠프의 구애 경쟁이 과열되고, 또 일부 `의리파' 당직자들의 소신있는 행동으로 공석인 당직이 생기면서 당내에서는 2월초로 예정된 경선준비위 구성을 전후해 당직 개편이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당 관계자는 "경선준비위가 대권주자 공정관리를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준비위 발족을 계기로 선출직이 아닌 임명직 당직자 중 특정 주자에 대한 색깔을 드러내는 이들을 우선 교체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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