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과 투자, 소비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수출이 큰 폭의 증가세를 보여 새해 경제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미국 등 거대 경제권으로의 수출이 부진한데다 엔화 약세로 인한 부담도 갈수록 커지고 있어 수출 전선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 수출 12개월 연속 두자리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월 수출은 작년 동기대비 21.4% 늘어난 282억3천만 달러로 12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21.4%'라는 증가율 속에는 지난해의 경우 설이 1월에 있어 조업일수가 다르다는 점이 작용하고 있지만 이를 감안하지 않고 하루 평균 수출액으로만 따져도 증가율은 13.8%에 달한다.
1월 수출의 호조를 이끈 주체는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와 자동차, 선박, 철강 제품들이다.
'윈도 비스타' 출시에 따른 D램 수요 증가로 반도체 수출액(20일까지 실적으로 추정)은 31억9천만 달러를 기록, 작년 1월보다 15.9% 늘었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의 인도기일이 집중된 데 힘입어 선박류 수출액은 22억6천만 달러로 무려 77.3%나 급증했다.
파업을 겪은 현대차를 대신해 '토스카' 등 신차를 앞세운 GM대우의 수출액이 작년 동기대비 21.5%, 쌍용차가 80.6% 각각 늘어나며 전체적으로는 12.5% 증가한 28억5천만 달러를 수출한 것으로 추계됐다.
제너럴 모터스(GM) 등 해외업체의 국내 아웃소싱과 국내 업체의 해외공장 수요가 늘면서 자동차 부품수출액은 9억6천만 달러로 36.4%나 증가했다.
지난해 1월 극도로 부진했던 철강과 석유화학분야의 강세도 눈에 띄는 대목.
철강제품은 중국과 미국 등 주요 수출지의 철강 시황이 호조를 보이면서 수출액이 지난해 1월보다 48.2%나 급증한 19억3천만 달러였고, 유화제품 역시 일본과 대만이 생산시설 수리에 들어가면서 에틸렌 등 제품가가 올라 수출 증가율이 19.5%에 달했다.
◇ 대미 수출 감소..엔저 부담도
반도체, 자동차 등의 호조에 비해 휴대전화는 원가 경쟁력이 떨어진데다 저가 제품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신흥시장의 수요에 맞추지 못해 수출액이 20억9천만 달러로 작년 1월보다 오히려 7.8%나 줄었고, 미국시장의 경쟁 격화를 견디지 못한 가전제품 수출도 9.5% 감소한 10억5천만 달러에 그쳤다.
일부 품목의 부진보다 더 걱정스러운 점은 미국, 일본 등 거대시장으로의 수출에서 뚜렷하게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20일까지 집계 기준으로 봤을 때 대미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5.8% 감소했고 일본과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도 각각 7.8%, 6.8%씩 줄어, 각각 18.3%, 31.7%의 높은 증가율을 보인 대중국, 대아세안 수출과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원화 강세와 경쟁 격화로, 거대시장에서의 한국제품 경쟁력이 뚜렷한 개선을 보이지 못한데 따른 결과다.
제품 판매가 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들 지역으로부터의 수입은 큰 폭으로 늘면서 새해들어 1월20일까지 대미 상품수지는 4천만 달러 적자였고 대일 적자도 12억1천만 달러에 달하고 있다.
계속되는 엔화 약세가 수출엔진의 가속도를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 상위 50대 수출품목 가운데 일본과 중복되는 제품의 수출비중이 50.6%(2005년 기준)에 이르기 때문에 엔화 약세가 수출 채산성을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제3국에서 일본 제품과 경합하는 품목들의 수출을 갉아먹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산자부 관계자는 "지난달 발표된 해외투자 확대방안을 통해 환율의 안정을 도모하면서 해외 마케팅과 인력, 물류 부대비용 절감 등 수출지원 정책을 통해 수출 활력을 유지하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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