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참여정부 4주년 기념 국정과제위원회 합동심포지엄에서 "기자실에서 공부해서 과연 기사를 쓸 수 있느냐 하는 것이 걱정이고, 그 보다 학습이라도 열심히 하면 되는데 정말 학습을 하는 자세가 돼 있는가, 귀를 열고 듣고 정확하고 균형있게 보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가, 이런 여러가지 점에서 좀 걱정스럽다"고 말한 것으로 2일 뒤늦게 알려졌다.

청와대가 2일 공개한 당시 발언록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비공개 마무리 발언에서 "언론이 시민사회의 권력이기 때문에 정부에 대해서는 항상 좀 비판적일 수밖에 없고 그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이) 정말 좀 깊이 생각하는가 하는데 대한 우려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그 문제를 어떻게 대처해야 될 지 조금 난감하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평소의 언론 전반에 대한 불신을 넘어 기사를 취재.작성하는 기자들에 대한 직접적인 불신을 드러낸 지난달 16일 국무회의에서의 `기자실 기사담합' 발언에 이은 것이다.

노 대통령은 "제가 걱정하는 것은 적어도 언론이 우리 사회의 공론을 선도하겠다고 하는 책임감은 가지고 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라며 "그러자면 정부가 다루고 있는 정책을 충분히 이해할 만큼 열심히 연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또 "우리 정부에 와서 처음 `국정브리핑'이라는 매체가 하나 생겼는데, 어떻든 국민과의 소통을 하겠다는 것인데 부처 홍보비도 깎아버리고 `국정브리핑'도 없애라 한다"고 비판하면서 "정부가 어지간한 위력있는 매체를 가져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그것 가지고 국민 위에 군림하거나 속여먹고 할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아니지 않느냐. 어느 정부든 정부가 자기 정책을 방어할 수 있는 매체 하나없이 한다는 게 너무 힘들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김영삼(金泳三)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은 각각 임기 마지막과 중간부터 언론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고 무너졌다는 사례를 들며 "나는 (임기) 처음부터"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제가 언론과 각이 서 있지만, 그저 싸워 이기고 싶다하는 단순한 것이 아니고 이 길목에서 저하고 딱 만나버린 것"이라고 했다.

노 대통령은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법 위에 군림하거나 규칙을 지키지 않는 권력을 용납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우리 정부가 국민의 시대적 요청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선 (언론과) 부닥칠 수밖에 없다. 옛날에 서로서로 좋게 편의를 주고받으면서 하던 관계도 성립될 수 없는 것이고 그런 변화과정에서 부닥친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지식사회가 얼마만큼 지적풍토를 갖고 있고 언론이 그것을 얼마만큼 정확하고 착실하게 반영하느냐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며 "여기에 대한 답은 일반 국민이 내놓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그 공동체의 지식사회가 내놓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