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6일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집단 탈당에 대해 '기획 탈당' 의혹을 제기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또 탈당파 의원들에 대해서는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의원직을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당 지도부는 특히 대선을 앞두고 범여권의 이합집산을 통해 '반(反)한나라당' 전선을 형성할 가능성을 경계하면서 명분 없는 탈당이 국민의 이해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는데 주력했다.

김형오(金炯旿) 원내내표는 국회대책회의에서 "여당 의원들의 대규모 탈당은 한국정치사의 비극적 현주소를 보여준다"면서 "여권, 대통령이 있는 정당에서 이런 모습은 우리 정치사에 드문 일로 쉽게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함께 있기 싫다는 이유로, 정치적으로 살아남겠다는 이유만으로 탈당하는 것 같다"면서 "이 때문에 짜고 치는 탈당, 기획 탈당, 뺑소니 정당이란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황우여(黃祐呂) 사무총장은 "새로운 정강.정책이나 분명한 입장이 없는 한 이런 일(탈당)은 막아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국민의 무서운 심판이 따른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유기준(兪奇濬)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제 살 길을 찾아 야반도주하는 치졸한 행위이자 국민과 민생, 정치 도의를 내팽개치고 권력욕만 탐하는 파렴치한 행위로, 탈당파들은 모두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면서 "탈당 인사에 전직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등이 포함돼 있는 데 4년간 권력의 단맛에 취해 있다가 입고 있던 옷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배신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우리당 장영달(張永達) 원내대표가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여.야.정 민생대책회의' 구성을 제안한 데 대해 "과반을 차지하던 좋은 시절에는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면서 "`여당 탈당사태 방지 대책위원회'부터 먼저 구성하는 게 타당하다. 수신제가(修身齊家) 한 후에 치국(治國)을 논하는 것이 순서"라고 거부했다.

이병석(李秉錫) 원내 수석부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집권당 의원들이 스스로 탈당해서 별도의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것은 대한민국 의정사상 초유의 일로 정권을 못 잡을 것 같으니 수작을 부리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당 대선주자들도 일제히 비난대열에 가세했다.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는 이날 여수세계박람회 유치위 초청 특강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들을 지지하고 표를 던져 준 국민에 대해 책임을 져야지, 이렇게 무책임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은 집단탈당 소식을 전해 듣고 "집권세력이 국민에 대해 이렇게 무책임한 모습을 보일 수 있는가.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말했다고 측근이 전했다.

손학규(孫鶴圭) 전 경기지사도 "집권 여당이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와해됨으로써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만 불러일으키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입장을 측근을 통해 내놓았다.




(서울=연합뉴스)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