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일부 의원들의 연쇄 탈당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원내 제1당으로 올라선 한나라당은 향후 가속화될 정계개편과 이에 따른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여론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여권의 분당사태가 자칫 선거 판도를 흔드는 변수로 작용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특히 이번 여당 의원들의 탈당 사태를 계기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대선정국에 개입, 판흔들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서둘러 차단막을 치고 나서는 모습이다.

김형오(金炯旿) 원내대표는 7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대통령은 개헌에, 열린우리당은 분당에 '올인'하고 있다"면서 "국정이 표류하고 나라가 흔들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 원내대표는 특히 "노 대통령이 남은 임기에 민생에 전념하면 한나라당은 국정에 적극 협력하겠다"며 대통령의 대선정국 개입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경원(羅卿瑗) 대변인도 이날 현안논평에서 "노 대통령이 오는 24일 취임 기념일을 전후해서 탈당할 것이라고 한다"면서 "열린우리당은 `분당 쇼'를 하고 있고 대통령은 `분신(分身) 쇼'를 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나 대변인은 "호박이 줄 긋는다고 수박되지 않는 법이다. 노 대통령이 탈당을 해도 열린우리당 대통령"이라고 지적하고 특히 "탈당을 하고도 선거에 개입하고 중립하지 않는다면 그 죄는 더 무겁다"며 대통령의 대선 개입 중단을 촉구했다.

이병석(李秉錫) 원내 수석부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여당 의원들의 탈당은 현재 상태로는 정권연장의 희망이 없다는 절망감에서 나온 일종의 자해적 행위"라면서 "이런 식으로 판세를 새로 짜서 대선정국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시도로 해석된다"고 지적했다.

이 수석부대표는 이어 "열린우리당과 탈당그룹의 어떤 움직임도 국민의 호응을 받을 수 없을 것이고 대선정국에 미칠 영향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이들이 '제2의 김대업' 등 정치적 꼼수를 부려 국면반전을 시도할 가능성에 면밀히 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성조(金晟祚) 전략기획본부장도 "여당 의원들의 탈당은 궁극적으로 선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면서 "특히 연말 대선은 물론 내년 총선까지 염두에 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그러나 "이런 의도가 국민에게 노출됐기 때문에 과거와 같이 분당과 단일화가 엄청난 파괴력을 발휘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여당의 탈당과 정계개편 움직임의 파급력을 평가절하했다.


(서울=연합뉴스)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