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한국경제학회장으로 취임한 이영선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13일 "정치의 장에서 나오는 경제에 관한 공약들을 검토하고 검증하는 역할을 경제학자들이 담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13일 열린 한국경제학회 정기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한국경제학회 이사회에서 합의에 이르게 된다면 대선 후보 경제공약 검증을 시도해보고 싶다"며 이렇게 밝혔다.
이 교수는 "과거에는 정치와 가치관이 주어지면 경제학은 그 해결책을 내놓는 경제기술인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면서 "그러나 경제학계에서도 공공선택이론이나 제도주의 학파를 중심으로 정치적 제도와 경제가 상호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새로운 연구가 진척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경제의 효율성과 형평성, 평등성과 같은 것들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정치와 경제가 어떤 연관관계를 가져야 하는지 연구하고 토론해야 한다"면서 "세부적으로는 정치의 장에서 나오는 경제에 관한 공약들을 경제학의 입장에서 검토하고 검증하는 그런 역할을 경제학자들이 담당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열린우리당이 7% 경제성장을 약속하는 동시에 평등과 형평성을 강조하는 공약을 내세웠는데 이는 경제학자 입장에서 보면 일관성없는 공약들"이라며 "정권을 추구하는 우리나라 정당들이 나름의 정치적 이념을 내걸고 거기에 걸맞는 경제공약을 제시하는지, 아니면 국민들을 혼란스럽게만 하는지 객관적으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우리 경제의 능력으로 5% 성장도 나쁘지는 않은데 불평등, 양극화, 실업, 빈곤의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면서 "이는 세계화 추세에서 우리경제가 고부가가치화되고 자본집약.기술집약적 산업구조로 바뀌는 과정에서 구조조정이 발생하기 때문이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구조조정이 원만히 진행되기 위해서는 시장의 유연성이 필요한데 정부 규제와 강성 노동조합, 법에 의거하지 않는 집단의 실력행사, 미비한 교육시스템 등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면서 "이러한 분야에서 대안들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세계화 추세에 맞는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미국의 기술과 투자를 디딤돌로 우리 경제의 발전을 이뤄야 한다"면서 "인접한 중국이라는 거대한 힘에 맞서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FTA를 바탕으로 중국과의 기술적인 갭(간격)을 계속 유지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 개혁과 관련해 이 교수는 "교육이 너무 평준화 위주로 진행되면서 창의적인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창의성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대학이 제역할을 해야 하는데, 대학들의 재정이 튼튼하지 못하다보니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학생 선발을 자유롭게 하도록 하고 기여입학이나 기부금 제도 등에 관한 정부의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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