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신당 추진의 관건인 외부인사 영입을 놓고 여권 삼각축의 경쟁이 불붙기 시작했다.
열린우리당이 14일 전당대회를 통해 대통합신당 추진을 공식화하고 곧바로 외부세력과의 연대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탈당그룹인 `통합신당모임'과 `민생정치모임'도 앞다퉈 외부인사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
외부에서 명망있는 `대선주자급' 인물군과 누가 먼저 손을 잡느냐에 따라 범여권 정계개편 주도권의 향배가 좌우될 것이라는 관측때문이다.
먼저 정세균(丁世均) 의장 체제를 출범시킨 우리당이 필사적으로 외부세력 연대에 나설 태세다. 앞으로 한 달 정도 이내에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당의 공중분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위기의식이 뚜렷이 읽혀진다.
이에 따라 정 의장이 직접 진두지휘하는 방식으로 대외교섭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 의장은 당의장 수락연설에서 "여당으로서의 기득권을 모두 버리겠다"며 "민주화 평화세력, 양심적 산업화 지식정보화세력, 시민사회 전문가그룹 등을 포괄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김원기(金元基) 문희상(文喜相) 유인태(柳寅泰) 의원 등 중진그룹을 중심으로 외부인사들과의 물밑 접촉이 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당 의장직을 내놓은 김근태(金槿泰) 전 의장이 외부인사 영입을 위한 `가교'역할을 자임하고 나설 것으로 예상돼 주목된다. 김 전의장이 이끄는 당내 재야파는 진보진영의 정치세력인 `미래구상'과의 연대도 적극 모색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맞서 김한길 강봉균(康奉均) 의원이 주도하는 통합신당 추진모임도 잰 걸음을 보이고 있다. 13일 신당추진체를 띄운 모임은 소속의원 전원을 동원, 전방위적인 외부인사 접촉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작년 하반기부터 외부인사들과 물밑접촉을 해온 김한길 의원과 이강래(李康來) 의원이 `스카우트전'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양형일(梁亨一) 대변인은 "제도권안 만으로는 신당추진에 한계가 있고 오히려 바깥이 더 중요하다"며 "설 연휴를 거치면서 외부영입이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각계에 지면이 넓은 정대철(鄭大哲) 우리당 고문 등 일부 중량감 있는 인사들이 측면 지원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 의원은 "특정인사 영입보다는 인물군을 광범위하게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며 "특히 원로 분들이 일종의 가교역할을 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뒤질세라 천정배(千正培) 의원이 이끄는 민생정치모임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모임 소속 우윤근(禹潤根) 의원은 브리핑에서 "정치권 안팎의 유능하고 개혁적인 인사들과 사회적 대연대를 추진하겠다"며 "올 상반기 중 `대통합신당 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키겠다"고 밝혔다.
특히 그간 시민사회단체 쪽과 접촉면을 넓혀온 천 의원의 행보가 주목된다. 천 의원은 최근 백낙청 (白樂晴) 서울대 명예교수 등 시민사회 원로 및 민변 출신 인사들과 접촉한 데 이어 정치권 영입 가능성이 점쳐지는 문국현(文國現) 유한킴벌리 사장과도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 의원의 한 측근은 "신당논의가 아니라 시민사회의 의견을 듣기 위해 개인적 인연이 있는 분들을 만나고 있다"고 말했다.
눈에 띄는 점은 여권 삼각축의 영입대상이 대동소이하다는 점. 정운찬(鄭雲燦) 전 서울대 총장이 단연 영입 1순위다. 경제 식견에다 중도개혁적 성향, 충청권 출신 등이 탈당그룹의 구미를 당기는 요인이다. 양측 의원들 모두 정 전 총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적극 영입을 추진하겠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고 있다.
우리당의 한 당직자는 "김 전의장은 정 전 총장과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이여서 긍정적인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신당 모임의 한 의원은 "모임 내부에는 강봉균(康奉均) 의원 등 정 전총장과 친분을 맺고 있는 분들이 적지 않고 정 전총장 만한 인물을 찾기 어렵다는 견해가 많다"고 강조했다. 민생정치모임의 한 의원도 "모임 소속의 이계안(李啓安) 의원이 정 전총장과 가까워 최근 만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국현 유한킴벌리사장, 박원순(朴元淳) 변호사, `미래구상'에 참여하고 있는 최열(崔冽) 환경운동연합 대표, 강금실(康錦實) 전 법무장관, 진대제(陳大濟) 전 정보통신장관 등도 약방에 감초처럼 거론되는 영입대상이다.
이처럼 여권 내부의 영입 경쟁이 불붙고 있지만 "과연 실체가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거론되는 당사자들이 정치권 진출에 대해 "관심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는데다 현재의 여건상 `리스크'를 안고 탈당호에 승선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분석때문이다.
탈당파의 한 의원은 "지금 당장 들어올 사람은 없겠지만 연대의 끈을 확보함으로써 결정적 순간에 대비하려는 것"이라며 "탈당파끼리 대립각을 세우는 게 아니라 선의의 협력적 경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r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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