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간 진행된 사행성 게임비리 수사의 가장 큰 성과는 바다이야기와 같은 사행성 게임의 불법성을 확인하고 상품권 환전 구조의 실체를 밝혔다는 점이다.
과거 사행성 게임장의 단속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손을 쓰지 못했지만 이제 바다이야기 같은 사행성 게임장이 문을 열면 바로 단속해 처벌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게임장이나 상품권 업자들이 상당수 처벌을 받은 반면 도박 공화국의 토양을 만든 정부 당국자들이 대부분 법적 책임을 면했다는 점은 이번 수사의 한계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 도박공화국 토양 없앴다 = 바다이야기 사태의 핵심인 경품용 상품권 제도가 이번 수사를 계기로 폐지됐다. 수사를 통해 경품용 상품권이 사실상 도박용 칩으로 사용된 사실이 확인돼 아예 제도를 없애기에 이른 것이다.
지난달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도 개정돼 상품권을 비롯한 경품 환전 자체가 전면 금지됐고, 성인 게임물을 비치한 일반 게임장에서 일체의 경품을 제공할 수 없게 됐다.
예시나 연타 기능을 넣은 사행성 게임기의 불법성과 경품용 상품권의 불법 환전 구조를 밝혀내 사행성 게임장을 손쉽게 단속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수사 착수와 동시에 범죄수익 환수팀을 꾸려 게임업체가 거둬들인 불법수익을 환수한 것도 큰 성과다.
검찰은 지코프라임 등 바다이야기 개발사의 부동산, 예금 등 1천377억원을 환수함으로써 범죄수익은 철저히 환수한다는 원칙을 다잡은 점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
상품권 업체들이 인증ㆍ지정업체로 선정되기 위해 광범위한 로비를 펼쳤다는 사실이 확인됐고, 상당수 업체가 가맹점 상환 실적을 부풀려 인증ㆍ지정된 사실도 밝혀졌다.
◇ 고래는 없었다 =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바다이야기 사태의 근본 원인을 제공한 최고위 정책 담당자들의 법적 책임을 묻지 못했다는 점은 이번 수사의 한계로 꼽힌다.
문화부 국장 등 공무원, 국회의원 보좌관 등 정치권 인사, 게임ㆍ상품권 업체 대표 및 임원, 관련 이익단체 회장, 조직폭력배, 영상물등급위원회 관계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처벌됐지만 경품용 상품권 제도를 도입해 문제의 근본 원인을 제공한 문화관광부 고위 관료들은 처벌을 면했다.
검찰은 정동채 전 문화부 장관 등 공무원들은 사행산업 확산에 대한 대처와 관리ㆍ감독이 미흡했던 점은 인정되지만 직무유기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국 도박공화국의 토양을 만든 최고위 정책 담당자들은 법적 책임을 면하게 된 셈이다.
전 게임산업개발원 검증심사위원장 정모씨와 정치권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블루오션코리아 실제 사주 박모씨는 검거하지 못해 이들로부터 연결될 수 있는 비리 고리를 캐내지 못한 점도 미진한 부분이다.
김성호 법무장관이 "옛날엔 핵심을 수사했는데 특검이 생기고 여건이 바뀌면서 취사 선택하기 어렵게 됐다. 예전엔 아닌 것 같으면 아예 수사를 안 했는데 지금은 송사리고 큰 고기고 할 것이나 안 할 것이나 다 한다"며 바다이야기 수사를 비판한 점도 수사팀으로선 되새겨봐야 할 부분이다.
(서울=연합뉴스)eyebrow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