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자들 가운데 '기꺼이 세금을 낸다'는 사람은 전체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조사결과는 조세연구원이 전국의 30세 이상 납세자 1천83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일 내놓은 '납세자 의식과 세정개혁 방향' 보고서에 담겨있는 내용이다.
설문 결과 세금을 '기꺼이 낸다'는 답변은 32%였고 이 비율은 2001년 조사때보다 3%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어쩔 수 없이 낸다'가 53.6%로 절반이 넘었고 '빼앗기는 기분이다'라는 답변도 14.4%에 이르렀다. 다만 '빼앗기는 기분'이라는 답변은 6년전 조사때보다 6%포인트 감소했다.
또 소득세를 원천징수 당하는 봉급 생활자는 '기꺼이 낸다'는 비율이 23.4%로 자영업자(37.5%)보다 크게 낮은 반면, '어쩔 수 없이 낸다'는 비율은 59.6%, '빼앗기는 기분'이라는 답변은 17.0%로 이 비율이 각각 50%, 12.5%인 자영업자보다 높아 상대적으로 세금에 대한 박탈의식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조세연구원은 "근로소득자는 소득수준별 납세 순응태도에 거의 차이가 없는 반면, 자영업자는 소득이 높아질수록 자발적 납세순응 의사가 적어졌다"고 설명했다.
'어쩔 수 없이 낸다'와 '빼앗기는 기분'이라고 답한 사람들은 세금 납부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로 '납부세금이 제대로 쓰이지 않고 낭비되기 때문'(10명중 8명)이라는 답을 내놨다.
'불성실 납세자로 인해 부담이 과도하다'는 '절대 동의'와 '동의'가 10명중 7.2명꼴이었고 '능력보다 많은 세금을 내기 때문'은 6.6명꼴로 긍정적(절대 동의 또는 동의) 답변을 내놨다.
정직한 세금납부에 대한 긍정적 시각은 다소 늘어 정직한 납세가 '당연하다'(73.0%), '본받을 만한 행동'(14.5%)이라는 답변이 각각 69.9%, 10.7%이었던 6년전보다 상승했고 '손해보는 일'이란 답변은 같은 기간 20.3%에서 12.3%로 감소했다.
성실 납부 유도 요인에서 한국과 미국 납세자간에 큰 의식차가 있었다.
'국민의 의무를 지킨다는 자세'가 성실납세에 영향을 주는 지에 대해 '매우 영향력있다'고 답변한 비율이 한국은 10명중 2명인 반면, 미국(2005년 조사)은 10명중 8명꼴이었다.
'세무조사'가 성실납세에 미치는 효과도 국내 납세자들은 10명중 2.5명만 긍정적이었던 반면, 미국은 10명중 6.2명이었다.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세무조사 포괄범위가 넓고 대상자 선정과 기법을 계속 고치고 있지만 한국은 고의, 상습 탈세자에 상대적으로 온정적 대처를 해왔기 때문이라는 게 연구원의 분석이다.
연구원은 "소득파악률 등 국민들의 납세 순응도가 높지 않은 편으로 이를 개선하기 위한 장기 목표의 설정과 전략, 다양한 평가지표 개발이 요구된다"고 지적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자영업자와 근로자 등 유형에 따른 차별화된 세정 서비스의 제공이 순응도 제고와 세수위험 관리에 효율적이라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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