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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의 개헌안은 87년 직선제를 파괴

실패한 현직 대통령이 차기 정권 만들어낼 수 있는 개악


고건 총리 신화가 재현될 수 있는 개헌안

2004년 3월 11일 역사적인 탄핵안이 통과된 뒤, 노무현 대통령은 직무가 정지되었다. 이에 당시 총리였던 고건씨가 대통령 대행업무를 시작하였다. 고건 전 총리는 노대통령과는 전혀 다른 조용하고 안정적인 국정운영으로, 탄핵이라는 정치적 회오리 속에서 국민들에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때부터 고건 전 총리는 자의와 관계없이 대권주자로 올라섰고, 대통령 대행직을 그만둘 당시 무려 40%에 육박하여, 2004년 내내 대선후보 1위의 지위를 유지했다. 만약 2004년 12월에 대선이 있었다면, 확률 상으로 고건 대통령이 탄생할 가능성은 절대적이었다. 그래서 2005년부터 고건 정권 시대가 열리게 되는 것이었다.

이것은 ‘만약’의 상황이 아니다. 당장 내년부터 이러한 정권 재창출 방식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 청와대와 총리실 산한의 개헌추진단은 3월 8일 개헌안 시안을 공개한다고 발표했다. 그 내용은 대통령 임기를 4년중임으로 하고, 대선과 총선 시기를 일치시킨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4년중임제와는 패키지로 묶일 수밖에 없는 정.부통령제를 정치적 목적으로 제외시킴으로써, 대통령 궐위시 (탄핵 혹은 사망 등등) 후임자 선임 절차에서 심각한 헌법적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청와대 측이 언론에 알린 방식은 잔여임기가 1년 이상 남은 경우는 직선제로 후임자를 선출하여, 잔여임기를 채우게 하고, 1년 미만인 경우는 총리가 잔여임기를 대행한다는 것이다. 바로 위에서 가정한 고건 전 총리의 상황이다.

노대통령의 개헌안은 직선제 정신을 무너뜨리고 있다

노대통령이 개헌안 발의의 논거로 든 87년 헌법의 정신은 바로 대통령 직선제였다. 일단 대통령 직선제를 관철시키는 것이 주 목적이었으로, 탄핵절차, 헌법재판소장 임명절차 등 미흡한 점은 수두룩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당시든 지금도 전 국민이 합의하고 있는 것은 대통령 직선제이며, 평화적 정권교체 및 인수이다. 이 원칙은 내각제가 도입되지 않는 한 절대로 흔들릴 수 없는 국민적 합의사항이다. 지금 청와대와 총리실이 내놓은 개헌안은 바로 이 원칙을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올 초 개헌안 발의를 선언하기 전만 해도, 수차례에 걸쳐 중도 하야할 수 있며 정치권을 압박했다. 현행 헌법 상 대통령이 자진 하야하면, 총리가 직을 대행하며 60일 안에 재선거를 치러, 차기 대통령이 새로운 임기를 시작하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청와대의 개헌안이 적용된다면 전혀 상황이 달라진다. 노대통령처럼 인기야합주의 정책을 일삼다가, 지지율이 10% 초반으로 추락했다고 치자. 이런 대통령을 끌어안고는 차기 대선을 치를 수가 없다. 현재 열린우리당의 분열 상황이 이를 방증해준다. 그럼 일단 임기를 8개월 정도 남겨두고, 대통령이 여당과 합의하여 차기 대권주자를 총리로 임명한다. 그 총리는 현 정권의 실정에 대해 전혀 책임이 없는 새로운 인물일수록 좋다. 예를 들면 최근 대권주자로 각광받는 정운찬 전 총장이다. 그리고나서 대통령은 자진 하야한다.

그럼 이 총리가 대통령 대행직을 수행한다. 정책방향은 기존의 것을 완전히 뒤집고, 새로운 개혁을 시행한다. 모든 대통령제를 수행하는 국가는 암묵적으로 대통령과 국회 및 언론 간의 하니문 기간을 인정하고 있다. 최소한 6개월 간은 신임 대통령이 마음껏 일할 수 있도록 협조해주자는 것이다. 고건 전 총리의 벼락같은 인기도, 이러한 하니문 기간의 영향을 받은 측면이 크다. 이렇게 6개월 간 국민적 지지를 받은 뒤,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 대행직을 그만두어, 대선에 출마한다고 치자. 바닥에서부터 올라온 야당의 후보들과는 출발점부터 다르게 된다. 야당 후보들이 단지 대선후보인 반면, 여당의 대통령 대행직 수행자는 국민으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은 사실 상의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그는 현 정권의 실정으로부터도 100% 자유롭다.

만약 대통령 대행직을 수행할 총리가 대선에 뜻이 없다고 해도 역시 심각한 문제가 벌어진다. 한국은 미국의 대통령제와도 달리, 모든 권한이 대통령에 집중되어있다. 모든 인사권, 예산권, 공기업 및 공영방송을 장악하고 있다. 반대로 말하면, 리더십이 없는 대통령이 있는 한 국정이 제대로 운영될 수가 없다. 단지 국정관리만 맡은 대통령 대행이, 한미FTA, 북핵 문제 등 국가의 운이 달린 사안을 책임있게 해결해나갈 수 있겠냐는 말이다.

1년 간 국정 공백 상황 초래될 수도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임명 동의안 논란 당시 청와대는 헌법재판소장이 대행체제로 운영될 때, “헌정 중단” 수준이라며, 한나라당을 비판했다. 단지 헌재소장이 대행으로 운영되는 것도 헌정 중단이라 선언하는 청와대가, 국가 최고 원수를 무려 1년 간 대행으로 방치해놓는 헌법안을 제출한다?

덧붙여, 설사 차기 정권이 출범하자마자, 새로운 개헌안을 제출한다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이다. 한국의 헌법은 개헌이 되어도, 현직 대통령에는 해당사항이 없기 때문에, 현재 청와대의 개헌안이 차기 정권 4년 간은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다.

이러한 심각한 헌법적 오류가 발생한 이유는 명확하다. 청와대에서 개헌안에 대해 심각하고 진지한 검토없이, 단지 정국을 주도하겠다는 정략적 목적으로 졸속 기획을 했기 때문이다. 노대통령은 처음부터 차기 대선을 흔들 정.부통령제는 도입하지 않겠다고 했다. 4년중임제는 정부통령제 없이는 대통령 궐위 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것이다.

현재 현 정권 하에서의 개헌안에 대해서는 국민의 70% 이상이 반대하고 있다. 어차피 통과되지 않을 것, 어떤 개헌안이 나오든 무슨 상관이냐는 것이 정치권의 판단이다.

그러나 이것이 일개 법안이 아니라 헌법이기 때문에 문제는 심각하다. 당장 국회는 한덕수, 김우식 등 총리 후보가 정해지면, 청문회 절차를 거쳐 총리임명동의안을 처리해야 한다. 현재 총리실 산하에는 개헌추진단이 구성되어있다. 차기 총리는 이 개헌추진단을 유지하여 개헌안을 밀어붙일 것인가 말 것인가? 헌법의 정신을 무너뜨린 개헌안을 추진하는 총리를 국회가 인준해주어도 된다는 말인가.

지금껏 개헌안은 옳은데, 노무현이 싫어서 반대한다는 논리로 밀어붙였던 청와대는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노무현이 싫어서 반대한다는 70% 이외에, 개헌안 자체가 엉망진창이어서 반대한다는 30%의 여론이 합쳐질 수가 있다.

청와대의 윤승용 수석은 “개헌안 시안이 공개되면 더 이상 퇴로는 없다”고 선언했다. 100%의 국민과의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말이다. 어쩌면 개헌논의는 노무현 정권 출범 이래 정국 최대의 파란이 될지도 모르는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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