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제안한 ‘원포인트 개헌’의 법적인 문제점이 진보학계를 중심으로 연이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진보 성향을 지향하는 인터넷매체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데일리서프라이즈’가 각각 다른 편집방향을 보이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개헌, 일단 논의만 되면 걷잡을 수 없는 파괴력 가질 것”
먼저 ‘묻지 마 식 개헌 지지’를 하고 있는 ‘데일리서프라이즈’는 지난 9일 대권도전을 선언한 강운태 전 장관의 “현 대통령 임기 안에 반드시 개헌을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과, 또 한나라당 윤여준 의원의 “개헌은 절대 죽은 이슈가 아니다”라는 발언의 기사를 메인에 나란히 배치시키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어 10일자 서영석 정치전문기자 칼럼에서 “윤여준 개헌관련 쓴소리를 한 것은 구구절절 옳은 일”이라며 “노 대통령이 했기 때문에 오히려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지만, 그 내용을 이성적으로 따지고 들어가면 매우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것이란 게 강점이며, 그것이 바로 한나라당이나 한나라당의 대선주자들에게는 독약이 되고 있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12일 노 대통령의 후원회장을 지냈던 이기명 씨는 ‘개헌 제안, 국민들이 꼭 알아야 할 몇 가지의 진실’이라는 칼럼에서 개헌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는 한나라당 유력대권주자를 비롯한 조중동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는 “한나라당이 개헌을 반대하는 이유는 오직 하나. 노무현 대통령에게 당한다는 공포심 때문이라는 것이네”라며 “미국이 하면 방귀도 따라 뀌려는 제1당(한나라당)이 대통령 4년 연임제는 왜 사생결단 반대를 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고 뭔가 있기는 있는데 그게 바로 겁쟁이 한나라당의 숨은 모습이라는 것이네”라고 비꼬았다.
이어 이 씨는 개헌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는 조중동의 과거 개헌관련 찬성 보도를 예로 들며 “그토록 개헌에 찬성하든 조중동은 이렇게 안면을 몰수 했네” 이게 무슨 뺑덕어멈 변덕이란 말인가. 아무리 시류에 영합하는 데는 귀신이라 할지라도 최소한 언론의 양식은 있어야 되지 않는가”라고 비판했다.
데일리서프라이즈의 이런 편집방향은 청와대의 노선 그 자체를 따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강박과 근시안이 낳은 사생아에 불과해”
반면 개헌에 큰 관심을 기울인 ‘프레시안’은 노 대통령의 '4년 연임제 개헌안'은 ‘명백한 헌법위반’임을 강조하고 나섰다. ‘프레시안’은 최근 발표된 개헌시안의 쟁점사항인 ‘대통령 궐위 시 잔여 임기 처리'를 두고 그에 대한 문제점을 꾸준히 지적하기도 했다.
윤태곤 기자는 5일 ‘개헌 발의가 4월까지로 자꾸 미뤄지는 속사정은?’이라는 기사를 통해 청와대 측이 개헌 발의 시점이 당초 밝혔던 2월 하순에서부터 4월 초까지도 가능하다는 식으로 자꾸 후퇴하고 있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또 청와대가 개정시안을 발표한 8일에는 “개헌 자체에 대한 찬반을 떠나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국무총리가 대통령 궐위 시 최장 1년 간 국가원수 직을 맡는 다는 점, 또한 1년 이상 임기를 남긴 채 궐위가 될 경우 직선으로 뽑힌 대통령에게 전임자의 잔여임기만 채우게 한다는 점 등이 논란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김종철 연세대 교수와 이강로 전주대 교수는 '프레시안'의 기고문에서 대선 총선 동시선거시 문제점과, 대통령 궐위 시 잔여임기 조항을 둘러싼 위법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김 교수는 “개헌시안은 강박과 근시안이 낳은 불행한 사생아의 운명을 띠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교수는 대통령 궐위 시 잔여임기 조항'과 관련 "직선 대통령제를 근간으로 하는 정부형태의 체계정합성과 민주적 정당성을 치명적으로 훼손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가원수이자 행정부의 수반으로서의 헌법상의 지위를 갖는 대통령의 민주적 정당성의 훼손은, 아무리 헌법에 근거하더라도 최소한에 그쳐야 하는 것이 대통령 지위나 정부 형태를 포함한 헌법상의 권력구조를 지도하는 기본원리인 국민주권의 원리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레시안’은 이 같은 외부칼럼의 편집자 주에서 “청와대의 개헌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손 치더라도 현행 헌법이 지고지선의 원칙이 아닌 다음에야 언젠가는 개헌논의가 재개될 것은 분명하다”면서 “8일 공개된 개헌시안의 국회 및 국민투표 통과 여부를 떠나 이에 대한 법리적 논의 역시 필요하다는 것이 ‘프레시안’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개헌 관련 편집방향은 노대통령의 개헌안은 반대하지만 개헌 논의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민주노동당의 노선과 유사하다.
“개헌관련 논의 피해가는 '오마이뉴스'”
‘오마이뉴스’는 두 매체에 비해 이상할 정도로 개헌관련 보도를 자제하고 있는 입장이다. 개헌을 둘러싼 정치권의 반응은 꾸준히 보도하고 있지만, 칼럼이나, 분석 기사를 통해 뚜렷한 찬성논조도 반대논조도 노출시키지 않고 있다. 참여정부를 둘러싼 정책 등에 대해 집중보도를 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 개헌관련 보도는 메인 등 큰 비중으로 노출시키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한편 손우정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새사연)' 연구자는 개헌 논의가 본격화 된 후 ‘헌법개정시안, 노대통령의 자충수가 될 것인가?’라는 기고문을 통해 이번 개헌안의 법적인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지만, 오마이뉴스가 메인에 노출시키지 않아 크게 공론화 되지는 못했다.
오마이뉴스의 편집은 개헌안 자체를 비판하는 정통 진보노선과, 반드시 개헌안을 발의하겠다는 청와대의 영향력 사이에서 고육지책으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한편 노 대통령은 이번 개헌에 대해 국민적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정면승부를 택한 모습이다. 지난 8일 개정시안을 발표하고 여론수렴에 들어간 간 청와대 측은 오는 14일부터 학계, 시민단체, 일반 국민들이 참여하는 공청회 등을 가질 것이라는 예정인 만큼 본격적인 개헌정국이 예고돼고 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매체가 개헌논의 자체를 무시하는 반면, 진보매체에서 찬반 논란이 확산되면서, 노대통령의 개헌안은 진보진영의 내의 노선투쟁으로 변화될 조짐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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