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두환 기자 = 북미관계 정상화 실무그룹 회담 참석차 미국을 방문했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한결같이 경수로 제공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져 북한이 경수로 제공에 집착하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부상은 실무그룹 회담에 앞서 찰스 카트먼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전 사무총장과 잇따라 만나 경수로 문제를 논의했으며, 카트먼 전 총장은 "그들이 경수 얘기만 해왔다. 그건 아주 일관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제5차 3단계 6자회담에서 채택된 '2.13 합의'에는 경수로 문제가 단 한마디도 언급돼 있지 않지만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볼 때 멀지 않아 북한이 경수로 제공문제를 제기하고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송민순(宋旻淳) 외교통상부 장관은 8일 대북 경수로 제공 문제와 관련, "핵 폐기가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면서 자연스럽게 의제로 논의될 것이라는 게 관련국들의 공통된 인식"이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조엘 위트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자문역은 지난 7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에서 "경수로 제공에 대한 미국의 명확한 약속 없이는 북한의 핵시설 불능화 정도는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볼 때 앞으로 경수로 제공문제와 핵무기 포기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문에 따라 북한 신포 금호지구에 건설되던 200만kW 경수로는 2002년 10월 제2 북핵사태가 터지면서 공정률 35% 상태에서 사업이 종료됐다.
그러나 지난 2005년 제4차 2단계 6자회담에서 채택된 '9.19 공동성명'에 "적당한 시점에 북한에 경수로를 제공하는 문제를 논의하기로 합의했다"는 문구가 삽입됐으나 북측의 '선(先) 경수로 제공'과 미국의 '선 NPT 복귀'가 맞서 논란이 일었다.
북한이 경수로 제공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시급한 에너지난 해결과 직결된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조선신보는 작년 11월 제5차 6자회담 1단계 회의를 평가하면서 "조선측이 경수로 제공을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요구로 내세우는 이유는 조선에서 국가 에너지 정책의 관건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2.13 합의'를 통해 초기단계 이행 시 중유 5만t 상당의 에너지 지원과 그 이후 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신고 및 핵시설 불능화 시 중유 95만t 상당의 경제.에너지 지원을 약속받았지만 경수로를 통한 항구적인 에너지문제 해결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2004년 기준 북한의 총 발전설비용량은 777만kW로 남한 5천996만kW의 13%인데다 전체 발전설비의 70% 정도가 낡아서 폐기하거나 보수해야 하는 실정이며, 전력 생산량(발전량)도 206억kWh로 남한 3천224억kWh의 6%에 불과하다.
또 평화적인 핵 이용에 대한 권리와도 연결된다.
북한은 2004년 2월 제2차 6자회담 이후 핵무기 계획은 폐기하되 '평화적 핵활동'은 보장받는다는 입장을 한결같이 고수해 왔다.
김 부상은 2005년 8월 CNN과 인터뷰에서 "누군가가 경수로 운영을 통해 핵무기 제조로 이어질 수 있는 핵활동 가능성을 우려한다면 우리는 엄격한 감독 아래 경수로를 운영할 수 있다"고 밝혀 '엄격한 감독'을 받더라도 경수로를 포함한 평화적 핵 프로그램 추구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표시하기도 했다.
나아가 북한은 경수로 제공이 미국의 신뢰와 직결된다는 입장이다.
미국이 경수로 제공이라는 '물질적 담보'를 통해 확실한 신뢰를 보여 줘야 북한도 안심하고 핵 폐기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9.19 공동성명'이 채택된 직후 북한 외무성은 경수로 제공이 대북 신뢰조성의 기초라며 "신뢰조성의 물리적 담보인 경수로 제공이 없이는 우리가 이미 보유하고 있는 핵 억제력을 포기하는 문제에 대해 꿈도 꾸지 말라는 것이 우리의 정정당당하고 일관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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