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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13일 최종 담판을 앞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과 관련, "이익이 되지 않으면 체결하지 않는다"면서 철저히 실익위주의 협상 원칙을 지시한 것은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이끌라는 전략적 메시지로 풀이된다.

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정부의 협상 자세에 대한 원칙적인 지침을 드리겠다"며 3대 협상 원칙을 일목요연하게 제시했다.

요약하자면 ▲경제외적 문제는 고려하지 말고 철저히 실익위주로 협상하라 ▲신속협상절차 기간내 타결되면 좋고, 기간을 넘겨 협상할 수 있다는 자세를 가져라 ▲이익이 된다면 중간 또는 낮은 수준의 합의도 검토하라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한미 FTA를) 할 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고, 기간은 연장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고, 또 그 범위안에서 높은 수준, 낮은 수준, 중간 수준 모두를 전부 검토해서 철저하게 국가적 실익, 국민적 실익 중심으로 협상을 하라"고 지침을 시달했다.

일각에서는 전날 서울에서 실무협상을 종료하고 협상시한인 이달내 핵심 쟁점 타결을 위한 고위급 협상을 앞둔 시점에서 노 대통령이 이처럼 '새로운' 협상 지침을 내걺에 따라 FTA 타결 목표에 대한 의지가 후퇴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될 수 있다.

협상 여하에 따라서는 "한미 FTA를 안 할 수도 있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협상 타결 자체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뜻을 피력한 점은, 그동안 한미 FTA는 "양극화 해소와 선진한국으로 가는 양날개"라며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FTA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펴온 것과 온도차가 있다는 풀이도 가능하다.

노 대통령은 불과 보름전인 지난달 27일 인터넷매체와의 합동 회견에서 "한미 FTA로 인해 양극화가 더 벌어질 데는 없다"고 단언하며 "한국이 협상을 너무 잘해서, 미국이 열어달라고 애를 안써서 오히려 아쉬움이 있다"며 국내 서비스시장에 대한 주도적, 자발적 개방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3대 협상지침 천명은 한미 FTA 타결의지의 후퇴라기보다는, 협상 기간 연장이나 결렬을 각오해서라도 철저히 국익의 범위내에서 합의를 추진하라는데 무게가 실려 있다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보인다.

막판 협상과정에서 "경제외적 문제를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못박은 점도 한국 협상팀의 짐을 한결 덜어주는 원려(遠廬)가 담겨 있다는 해석이다.

FTA 협상이 결렬될 경우 한미동맹에 금이 갈 수 있고 '2.13' 북핵 합의 이후 전개되는 한반도 안보.평화 프로세스에도 차질이 있을 수도 있다는 '정치적' 고려 때문에 막판 협상에서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협상 타결 자체에 집착하지 말라는 뜻이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기존의 협상 지침을 자세히 살펴보면 기류 변화라고 볼 수 없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청와대 대변인인 윤승용(尹勝容) 홍보수석은 정례브리핑에서 "협상 과정에서 우리에게 유리하도록 최대한 노력을 경주하되 타결에 급급하지 말라, 우리가 마냥 손해보는 협상은 안하겠다는 것"이라며 "서로 열심히 노력해 타결하자는 기조는 변함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로 노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제6차 대외경제위원회에서 "국내 이해단체의 저항 때문에 못 가는 일은 절대 없도록 해야 한다"면서 "협상조건에 따라서는 결렬될 수도 있으며 양보 못하는 절대조건이 있을 수 있다"는 두 가지 협상 지침을 하달한 바 있다.

이날 "경제외적 문제는 고려할 필요가 없다"며 "FTA를 안 할 수도 있다"고 밝힌 것은 그 표현만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

또 협상 시한과 관련해 "협상기간이 연장될 수 있다"는 언급의 경우도 "가능하면 빨리 진척될 수 있으면 바람직하지만 시간에 쫓겨 내용이 훼손되는 일은 있어서는 안된다"는 1년전의 지침을 압축해 전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노 대통령의 이번 원칙 제시는 협상의 기본 틀에 변화나 영향을 주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협상 테이블을 에워싸고 있는 외적 환경에 대한 메시지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노 대통령이 이날 협상전략 공개를 "전쟁에서 작전계획을 공개하는 것"에 비유하며 "국회에 보고 못하겠다고 자르라"고 지시하는 한편 "한국 입장이 반드시 미국의 신속협상절차 시한안에 문제를 해결해야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비치고 있다"고 주의를 환기시킨 것도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특히 노 대통령이 "'정말 FTA 하려는 것이냐'는 정치적 공격도 있고, 성의없이 FTA에 임한다는 정부의 자세는 국내외로 아주 나쁜 메시지를 주기 때문에 '반드시 타결하겠다'고 말하지 않으면 안될 경우도 많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타결한다'고 하면 협상 과정에서 대단히 불리해지는 여건에 처하게 되는 딜레마에 정부가 빠져 있다"고 언급한 것도 발언의 배경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따라서 협상팀이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맞선 국내 정치적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책임감을 갖고 국익 관철을 전제로 한 협상 타결 노력에 매진할 수 있도록 노 대통령이 역설적 메시지를 동원해 막판 '힘실어주기'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노 대통령의 메시지는 협상팀에 경제외적 문제에 신경쓰지 말고 "철저하게 장사꾼의 원칙으로 협상을 해나가라"는 언급에 집약돼 있다고 볼 수있다.




(서울=연합뉴스) j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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