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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더 어려운 길 택하라 했다"

봉은사서 200배..."결과보다 씨앗 심는 것 중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불참 가능성을 시사한 손학규(孫鶴圭) 전 경기지사는 14일 "(옛말에) 결정이 어려우면 더 어려운 길을 택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손 전 지사는 오전 봉은사 법회에 참석, 축사를 통해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한다는 것이 무슨 뜻인가. 지금 나한테 있는 어떤 길도 어려운 데 내가 선택하고 결정해야 할 길은 무엇인가"라며 이같이 말했다.

'백척간두진일보'는 불경에 나오는 당나라 때 장사(長沙) 스님의 말로 불가에서는 높은 뜻을 이루기 위해 극한의 순간에서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정진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그는 또 "천길 낭떠러지에 떨어지는 데 풀 포기 하나 잡으려 안달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고 말하고 "뭇 사람은 결과를 중시하지만 보살은 씨앗을 심는 것을 중시한다"고 강조했다.

손 전 지사는 축사에 앞서 무려 200번이 넘게 절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현재 처지를 떠올리자 이 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소개했다고 측근들이 전했다. 그는 전날 경선 불참 여부를 묻는 질문에 "천천히 생각해봅시다"라며 '장고(長考)'에 들어갔음을 내비쳤다.

고승들의 '선문답'과도 같은 손 전 지사의 발언을 놓고 여러 해석이 분분했지만 정작 손 전 지사측은 "우리도 속뜻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손 전 지사를 수행한 박종희(朴鍾熙) 비서실장은 "옆에서 뜻을 물어봤지만 웃기만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손 전 지사의 이날 발언이 조만간 향후 행보와 관련해 '중대 결심'을 할 수도 있음을 내비친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그의 이날 표정 또한 매우 비장했다고 한다.

특히 현재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안달하지' 않겠다는 속내를 내비치고 당장의 결과를 추구하기보다 미래의 '씨앗'을 심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볼 때 경선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이미 굳힌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그렇지만 '더 어려운 길'이 무엇인 지는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이를 경선불참 이후의 행보로 가정한다면 손 전 지사가 일부 측근의 말처럼 당내에서 '순교(殉敎)'하면서 때를 기다리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추구해온 '지역과 이념을 통합하는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탈당해 '제3 세력' 규합에 나서려고 하는 것인 지, 현재로서는 도무지 속내를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손 전 지사의 대리인인 정문헌(鄭文憲)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손 전 지사는 당이 끝내 구시대적 한계를 드러낼 경우 '순교'할 생각도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순교'란 일단 경선에 참여하지 않은 채 당의 변화를 통한 정권 탈환에 기여하면서 때를 기다리는 활동이 될 것으로 보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다만 측근들은 손 전 지사의 탈당 가능성에 대해 "손학규도 죽고, 한나라당도 죽는 길"이라며 정면 부인했다. 특히 명분 없는 범여권행은 '독배'가 될 것임을 손 전 지사 본인은 물론 캠프 관계자들도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손 전 지사가 15일 예정된 `전진코리아(중도개혁신당 창당을 추진하는 386 출신 모임)' 창립대회 참석 여부를 아직 밝히지 않고 있는 것도 범여권행 설이 다시 불거질까 우려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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