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제6차 6자회담 사흘째인 21일까지 회담에 소극적으로 나오자 다른 참가국들 사이에서 점차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북한은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동결됐던 2천500만 달러가 입금된 뒤에야 본격적인 회담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이날도 오전에 계획됐던 전체회의가 열리지 못하는 등 회담은 파행 운영되고 있다.
북측 대표단은 오전에 회담장인 댜오위타이로 나왔지만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북한 대사관에 머물렀다.
BDA자금이 북측계좌로 아직 입금되지 않았다는 소식에 미국, 중국, 러시아 대표단은 어차피 내실있는 회담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판단했는지 오전에는 아예 회담장에 나타나지도 않았다.
우리 측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교섭본부장은 오전에 회담장에 잠시 들렀다 곧 힐 차관보와 점심을 함께하며 대책을 숙의하는 모습이었다.
회담 첫날과 이튿날 "곧 북측자금이 입금될 것이며 모든 장애물은 제거됐다"고 자신있게 말하던 한.미 대표단의 얼굴에는 점점 실망의 기색이 스며들었다.
천 본부장은 힐 차관보와 오찬 뒤 기자들에게 "6자회담 진로에 큰 장애물이 제거됐다고 해서 작은 장애물까지 자동적으로 없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면서 "우리가 장애가 제거되기를 기다리며 왜 시간을 허비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힐 차관보도 마찬가지다.
그는 "금융문제로 회담을 지연시키는 것은 북한의 이익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북한을 향해 쓴소리를 하더니 "많은 대표단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앉아서 기다리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고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두 수석대표가 이처럼 다소 직접적으로 느껴질 정도의 유감을 표시한 것은 외교적 문제가 아닌 기술적 문제로 회담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천 본부장은 "돈을 받을 것이라는 전제로 (회담에서) 논의하면 가장 합리적이겠지만 합리적 태도를 북한이 수용토록 할 현실적 방법이 없다"고 무력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베이징=연합뉴스) transi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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