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16개 시.도당 위원장들은 오는 8월 실시될 예정인 당내 대통령후보 경선에서 중립을 지키기로 의견을 모았다.
시.도당 위원장들은 28일 염창동 당사에서 회의를 갖고 "후보 경선에서 중립을 선언하고 어떤 경우라도 특정 경선 후보자에 대한 지지 또는 지원 활동 등 공정 경선을 저해하는 일체의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중립 선언문'을 채택했다.
앞서 강재섭(姜在涉)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지역사령관인 시.도당 위원장들은 물론 시.도당의 사무처장,조직국장,여성부장 등도 중립을 지켜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중앙당에서 인사조치할 계획"이라며 "나도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을 고쳐서는 안된다는 각오로 한다"고 말해 중립을 강조했다.
강 대표는 또 "시.도당 위원장 중 어떤 캠프에 가담해서 대리인으로서 시.도당을 운영한다는 얘기가 꽤 올라온다. 제일 걱정하는 게 그것"이라며 "시.도당 위원장 정도 되면 중진이기 때문에 다음 공천문제 같은 것은 신경쓸 필요가 없는 만큼 대승적으로 해달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날 강 대표의 `경고'와 시.도당 위원장들의 `중립 선언'에도 불구하고 16개 시.도당 위원장 중 상당수가 이미 특정 주자측과 가깝다는 것이 당내의 대체적 관측이어서 선언의 실질적 효력에 벌써부터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또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와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측의 세불리기 경쟁의 장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6월 중순께로 예정된 위원장 선거 시기를 연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남경필(南景弼) 경기도당 위원장은 "시.도당위원장 선거를 먼저 치르게 되면 혈투가 된다. 연기하게 되면 중립선언과 같은 전제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고, 대구시당 수석부위원장인 주성영(朱盛英) 의원도 "시.도당 위원장 선거는 후보경선 이후로 해야 한다"고 공감을 표했다.
이에 대해 당 핵심 당직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시.도당 위원장들의 충정어린 제안인 만큼 당 지도부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해 선거가 8월 이후로 연기될 가능성도 있음을 내비쳤다.
그러나 `이(李)-박(朴)'측 모두 이번 선거를 세확산의 계기로 삼으려는 생각인데다, 당장 출마를 준비해 온 당사자들의 반발도 예상돼 선거 연기가 현실화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한편 서울시당 위원장인 박 진(朴 振)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당 위원장은 회의에서 "경선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공천 문제까지 거론되고 있다. 당이 강력한 울타리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지적했고, 충남도당 위원장인 홍문표(洪文杓) 의원도 "대선주자들이 당에 따라와야 한다"고 공감했다. 경북도당 위원장인 김광원(金光元) 의원은 "중앙당부터 중립을 선언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sout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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