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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화가도 `혀내두른' 위조 실태

극장 간판그림 그린 경력 살려 위조



소문으로만 떠돌던 가짜 미술품 유통조직이 경찰에 적발되면서 진품을 그린 유명 화가들마저 혀를 내두르는 기막힌 위조 수법이 실체를 드러냈다.

3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미술품 중간 판매상 복모(49)씨 일당은 유명 화가의 진품 그림을 베끼는 위조책, 이들에게 작품 원본이나 도록을 제공하는 공급책, 위조된 가짜 그림을 시중에 판매하는 유통책 등으로 각자 역할을 나누고 작년 10월 초부터 미술품 위작 만들기 작업에 들어갔다.

이들의 범행 대상이 된 것은 최근 가격이 치솟고 있는 이중섭, 이만익, 변시지, 도상봉, 변종하, 남관 등 국내 유명 화가들의 그림들.

위조책을 맡은 무명 화가들은 각자 자신있는 전공 분야에 따라 역할을 분담하는 `공장식' 대량 위조 방식으로 5개월만에 이중섭 등 유명 작가들의 그림 90점을 베껴낼 수 있었다.

노모(64)씨는 자신의 경기도 파주 작업장에서 변시지, 이만익 등의 인물화를 주로 모사했고 박모(47)씨 등 3명은 안양 작업장에서 이중섭 등의 인물 또는 정물화를, 김모씨는 안산 작업장에서 황유엽 등의 추상화 위작을 각각 담당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들 중 노씨는 40여년 동안 극장 간판그림을 그린 경력을 살려 가장 빼어난 위조 솜씨를 자랑했다.

노씨는 전시회 팸플릿 등에 담긴 그림을 실제 크기로 확대 복사한 뒤 그 위에 얇은 습자지를 대고 밑그림을 똑같이 베꼈다. 노씨는 이 습자지와 먹지를 사용해 캔버스 위에 원본과 똑같은 밑그림을 그려넣을 수 있었다.

의심을 피하기 위해 낡고 지저분한 캔버스를 사용하는 것도 필수. 노씨는 캔버스에 그려진 밑그림 위에 원본과 똑같이 색칠을 하고 작가의 서명을 베껴적는 것으로 위작을 완성했다.

특히 노씨는 최모(47)씨가 작년 12월 서울 종로구 모 화랑에서 훔쳐온 변시지의 `해녀', 이만익의 `가족 -달꽃-'과 `가족 -만남-' 등 그림 3점에 대해서는 직접 진품을 보면서 실제와 거의 비슷한 위작을 그려내기도 했다.

안양 작업장에서는 박씨 등 위조 화가 3명이 유명 화가의 도록 등을 참고하면서 각각 자신있는 부분을 나눠 그려 위작 1점을 완성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했다.

이들은 하나의 작품에 대해서도 영역을 분할해 각자 캔버스 위에 자신있는 영역의 그림만 그린 것으로 조사됐다.

복씨 일당의 위조로 피해를 본 유명 서양화가 이만익은 경찰에서 "잘 그렸네. 미대 정도는 나온 실력인 것 같다"며 "하지만 난 외국산 물감을 쓰기 때문에 구분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중에는 복씨 일당의 위작보다 더욱 정교하게 만들어진 가짜 작품도 많이 유통되고 있어 피해가 우려되는 실정이다.

실제로 복씨 일당이 다른 경로로 구입한 변시지의 `조랑말과 소년' 위작품은 한국미술품감정위원회에서 진품으로 감정됐으나 나중에 작가 본인이 "이 그림은 내가 그린 것이 아니다"고 밝히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경찰이 이들로부터 압수한 천경자 그림의 위작품 1점도 전문가가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진품과 비슷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다른 미술품 위조 조직이 있는지 여부와 조직폭력배 개입 여부 등에 대해서도 수사할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 firstcir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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