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당권주자들은 3일 전당대회에서 범여권 대통합론부터 독자생존론에 이르는 다양한 정계개편 방법론을 내세워 당권을 놓고 불꽃튀는 한판 승부를 벌였다.
주자들은 부동층의 표심을 좌우할 정견발표에서 범여권 대통합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민주당만의 진로를 제시하며 한표를 호소했다.
`민주당 중심의 중도정당 건설론'을 내세운 박상천(朴相千) 전 대표는 "국민중심당, 열린우리당 탈당파, 정치권 밖 인사 중 중도개혁세력을 통합해 강력한 중도정당을 만들고 열린우리당 핵심세력과는 오는 12월 대선후보 단일화를 모색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민주당과 이념이 다른 열린우리당과 당대당 통합은 하지 않겠다"고 강조한 뒤 장 상(張 裳) 전 대표를 겨냥, "열린우리당과 통합하려는 세력이 특정후보를 밀고 있고, 열린우리당도 알게 모르게 지원하고 있다. 전대는 대리인 대표를 뽑는 게 아니다. 저에게 선장을 맡겨달라"고 말했다.
이에 장 전 대표는 "당이 도와달라고 부탁할 때 차갑게 거절했던 분들이 이제 와서 자신이 명선장이라고 하는데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라며 "조난당한 배를 외면했던 선장은 다시 선장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장 전 대표는 이어 통합론과 관련, 박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열린우리당과의 당대당 통합은 절대 없다"고 하면서도 "민주당 중심의 중도개혁세력 대통합을 이뤄나가겠다"고 범여권 대통합에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반면 김영환(金榮煥) 전 의원은 "왜 우리가 민주당을 깨고 벌판에 나가 신당을 만든다는 말인가. 제가 대표가 되면 통합이나 신당도 없다"며 "6-7월 중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를 반드시 만들고, 민주당 후보들은 당밖의 후보와 국민경선을 해야 한다"고 독자생존론을 제시했다.
또 "민주당의 독자적인 대통령 후보를 조기에 선출해 독자적으로 국민지지를 받기 위한 운동을 펼쳐나가야 한다"(김경재), "새 지도부가 들어서는 대로 민주당을 중심으로 중도개혁세력 통합에 나선 뒤 독자 대선후보를 내야 한다"(심재권)는 독자 대선후보 선출론도 제시됐다.
"다물군과 대소왕자가 연합해 한나라를 쳤듯 우리도 한나라당을 치기 위해 연합해야 한다"(김경재), "신진기수인 저를 주몽으로 만들어 한나라당을 칠 기회를 달라"(김영환) 등 때아닌 `주몽' 주자론도 등장했다.
특히 당권주자들은 김대중(金大中.DJ) 전 대통령이 최근 범여권 통합방법론으로 언급한 `선(先) 후보단일화, 후(後) 단일정당' 방안 등을 거론하며 표심을 자극했다.
박 전 대표는 "김 전 대통령도 최근 범여권 단일정당 주장을 수정해 선후보 단일화론을 말했는데 저의 방법론과 취지가 같다"고 주장했고, 김영환 전 의원은 "`대선후보를 중심으로 당을 만들면 된다'는 김 전 대통령의 말씀은 제 주장과 맞닿아 있다"고 강조했다.
김경재 전 의원도 "37년 중 8년간을 DJ의 하해와 같은 은총으로 순천에서 국회의원을 했으며 DJ를 모시며 제 청춘을 바쳤다"라며 각별한 인연을 소개했고, 심재권 전 의원은 "지난해 북핵 실험 이후 당내에서 DJ의 햇볕정책을 공개지지한 것은 저 뿐"이라고 했다.
이에 질세라 장 전 대표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 김 전 대통령을 수행한 유일한 여성이었고 2002년 국민의 정부가 가장 어려웠을 때, 김 전 대통령이 국무총리로 선택한 장상"이라고 말했다.
한편 DJ의 차남인 김홍업씨의 민주당 공천과 관련, 김경재 전 의원은 "DJ의 명예 존중과 김홍업씨 공천 중 전자를 택해야 한다. 민주당이 DJ 개인정당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취했으나 장 전 대표는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택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반격했다.
(서울=연합뉴스) 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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