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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장돌뱅이가 돼야 한다

[국정아젠다 5차 토론회] 한미FTA 체결, 무엇이 문제인가


김승웅 (빅뉴스포럼 대표) =

지금의 FTA 타결... 좀 쉽게 생각하고 좀 더 쉽게 풀자. 타결의 최대 현안이 됐던 자동차 시장개방 문제부터 생각해 본다. 독자 여러분을 우선 미국 자동차판매시장으로 직접 안내한다.

워싱턴에 특파원으로 부임한 다음 날, <워싱턴 포스트> 광고란에 적힌대로, 자동차 거래상(Car Dealer)에 전화를 건즉 한시간이 채 못돼 종마처럼 건장하고 잘 생긴 딜러(Dealer) 한 사람이 싱글벙글 달려왔다. 나더러 여권을 소지하라더니 곧바로 날 태우고 자기네 딜러 가게가 위치한 워싱턴 DC근교 게이더스버그로 안내했다.

드디어 거래가 시작됐다. 이야기는 지금부터다.

일제 토요타의 주력 차 `캄리`(Camry)가 맘에 들기에, 우리식으로 한 5백 달러 정도 가격을 후려쳐봤으나 딜러상은 요지부동이었다. `종마`는 별실 속에 숨은채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지네 매니저 방을 들락날락, 거짓말 안보태고 일곱 차례 그 짓을 반복하더니 기껏 깍아준 가격은 1백 달러에 불과했다. 이 사이 시간은 두시간이 흘렀다.

사지 않겠다는 내 입장을 펼치고, 집으로 돌아갈 뜻을 비쳤다. 순간 `종마`의 표정이 홱 달라지더니 올때와는 달리 집에 데려다 줄 생각도 안했다. 여권을 돌려달라 했더니 들은 척도 안한다. 여권을 지참하라 얘기했던 건 바로 이런 대목을 염두에 둔듯 싶었다. `종마`의 얼굴은 점점 험악해지더니 막판엔 지네 사무실 문을 아예 걸어잠그더니 내게 위협적인 표정까지 짓는게 아닌가. 야, 이놈 봐라!

미국 자동차 거래상의 원조는 거슬러 올라가면 서부시대 말 거래상(Horse Dealer)들이다. 툭하면 총질이나 해대고 제멋대로 사기치던 유습이 그대로 전승된 직업이 카 딜러들이다. 그런 황당한 처신이나 위협이 알게 모르게 DNA속에 잠겨있기 마련이다. 녀석의 책상위에 놓인 전화로 경찰을 불렀더니 수화기를 얼른 빼앗고, 그제서야 표정을 푼다.

여권을 돌려받았지만 데려다 줄 생각은 눈꼽만치도 없다. 택시를 타고 왔다.

택시 속에서 두고두고 생각했다. 그동안 우리나라 자동차 메이커들이 이토록 살벌한 미국 시장을 상대로 장사를 벌여왔다는 사실이, 그들이 흘린 땀과 노고와 함께 가슴 깊이깊이 파고 들었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살벌한 미국시장을 상대로 팔아온 자동차 판매액은 연간 80억 달러 수준이다. 오늘 외환은행 창구에 걸린 환율(9백 50원)로 따진즉 우릿돈으로 매년 7조 6천억원어치를 판 것이다. 한국산 자동차 부품 판매액(1백 20억 달러)까지 합치면 우리는 미국을 상대로 매년 2백억 달러(19조 2천억원)를 벌어들인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1년 예산이 1백 80~1백 90조원 수준이다. 그 10분의 1을 자동차 판매로 번 것이다.

더구나 이런 수확이 우리나라 차가 같은 배기량의 일제나 미제보다 30%가 싼데다, 또 비싼 관세를 무릅쓰고 따낸 결과라 여기니 숙연해 지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우리가 자칫 간과하기 쉬운 항목이 하나 있는데, 미국 내 자동차 부품 시장의 크기와 중요성이 바로 그것이다. 위 예시에서 보듯이 미국내 우리 자동차 부품의 판매액이 자동차 그 자체보다 1.5 배나 높다는 점이다.

이처럼 광대 무변한 미국내 자동차 부품시장의 전체 크기가 얼마인줄 아는가. 년 9천억 달러의 어마어마한 시장이다.

우리는 미국하면 으레 반도차나 팔아 먹을 시장으로만 잘못 알고 있는데, 방금 말한 자동차 부품시장의 규모가 년 9천억 달러라는 건 반도체 시장 전체의 6배가 넘는 엄청난 시장이라는 점, 두고두고 새겨 볼 일이다.

얘기를 굳이 `종마` 딜러의 얘기로 시작한 건, 그런 살벌한 자동차 시장을 상대로 벌여온 우리 업체의 노고와, 또 지금의 상황에서 무엇이 보다 현실적인지를 알리기 위해서다.

이제 FTA의 체결이 국회에서 비준되면 우리나라 차는 미국에서 관세가 없어지니 지금의 30%보다 훨씬 더 싼 값으로, 그래서 판매량도 훨씬 늘어나게 된다. 그런대도 이를 알게모르게 반대하는 입장을 비쳐, 이 조그만 나라를 두 동강이 내 온 대한민국 정부, 그대는 도대체 학업에 뜻이 있는 정부인가, 아닌가!

다행이 막판에 타결쪽으로 방향을 굳여 정말정말 다행이라 여기지만, 왜 만사를 그런 식으로 처리해서 멀쩡한 국민을 불안에 빠트리고 너 나 없이 패거리 짓게 하는가!

물론 농민들도 무시할 순 없다. 허나 큰 틀로 보자. 우리나라 농측산물 년간 규모는 전체 GDP의 10분의 1이 채 안된다.

그렇다면 우리도 차제에 (한 예를 들어)일본의 쇠고기 처럼, 미국이나 호주 쇠고기가 얼씬거릴 수 없도록 맛잇는 육류 공급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그 쇠고기 육질을 맛있게 하기위해 일본 축산업자들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아는가? 성장기의 소떼한테 음악까지 틀어 준다. 고기를 맛있고 부드럽게 하기위새서다.

이번 FTA 체결과 관련해서 또 한가지, 곰곰히 생각해 볼 일이 있다.

우리가 뭐 하나 제대로 생산할 능력이나 자원이 있는 나라인가? 수출할 게 있다면 딱 한가지, 가을 하늘 하나 밖에 없는 나라다.

따라서 이 나라에서 태어나 먹고 살고 자식들 배 안골리고 등어리 따뜻하게 해주려면, 장사 잘하고 외교 잘 하는 것 말곤 묘수가 없다. 우리의 숙명이다. 장사건 외교건 다른 나라를 상대로 벌여야 한다.

장사나 외교는 전쟁에 비교하면 일종의 전략 전술이다. 전략 전술은 한마디로 전문가의 몫이다.

이 전략 전술을 부대원 전체의 가부나 찬반을 물어 결정하는 지휘관 봤는가?

장교와 사병이 할 일이 따로 있고 지휘관이 할 일이 따로 있는 법이다.

이번 FTA체결을 놓고 국론을 양분시키고, (그나마 막판에 잘 되어 다행이지만 ) 나라 전체를 불안에 빠트렸던 건 정말 서툰 일로, 빼어난 부대의 지휘관이나 지장(智將)들은 그런 일 하지 않는다.

이번 FTA 체결이 몰고 온 `순기능` 하나를 추가하는 것으로 얘기를 마치고자 한다.

이번 FTA 체결은 한마디로 대한민국 외교의 개가다. 나는 지난 30년 넘어 기자를 하며 외교만을 주목해온 전문(?)기자다. 대학에서도 외교학을 전공했다.

내 짧은 식견으로 봤을 때, 내년으로 건국 60년이 되는 대한민국 외교사에 비추어 우리는 단 두번 외교적 승리를 거두었다. 5공시절, 서울로 날아온 중공민항기의 뒷 처리는 정말 성공적인 첫 외교적 개가였다고 본다.

상호 외교적 승인도 없던, 그래서 지금처럼 중국이 아닌, 그 막강한 중공을 상대로 우리는 정정당당하게 교섭에 임했다. 당시 훗날 외교장관을 역임한 노련한 외교관 공로명 씨의 작품이었다.

외교의 백미(白眉)는 이번 FTA협상처럼 양자협상(Bilateral Agreement)에 있지, 여럿이 모여 덩실대는 다자(Multilateral)협상에 있지 않다. 여러 정상들이 모여 잔을 부딛치는 소위 다자 정상회담 역시 엄밀히 말해 `행사`에 불과할 뿐 전통적 의미의 `담판`은 아니다. 큰 틀에서 볼때 지금의 6자 회담 역시 나는 성과면에서 그리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중공 민항기 처리에 이어 우리가 거둔 두번 째 외교 개가가 바로 이번 FTA체결이다.

미국이라는 현대판 로마를 상대로, 뭐 하나 꿀리지 않고 정정당당히 따내고 양보할 건 양보한 것이다.

외교건 장사건 스타일은 마찬가지다. 앞서 `종마` 딜러의 작태에서 나타났듯, 담판하는 자리는 그야말로 위협과 기략이 판치고 눈뜨고 코베어 가는 자리다.

이 담판하는데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촌닭 노릇을 해왔는지를, 지난 2001년 우리 사회에 경제위기를 던진 대우차 매각 사태를 놓고 설명해 본다.

대우자동차 매각 협상은 2001년 9월 21일 어렵게 타결되었다. 미국 제너럴 모터스(GM)와 MOU를 체결한 것이다.

매각 가격은 20억 3,4백만 달러. 포드사가 당초 2000년 6월에 제시한 60억 달러의 1/3 수준이며, 그나마 GM의 부담금은 출자금 4억 달러 뿐이었다.

매각 조건도 파격적이었다. 채권단은 20억 달러까지 장기운영자금을 신설법인에 대출해 주기로 했다. 또 GM의 츌자금 4억 달러도 채권단에서 빌려 쓸 수 있도로 배려해줬다.

GM은 이렇게해서 제 돈 한푼 안들이고 세계화의 기수 대우차를 인수할 수 있게 됐으며 세제 지원도 받기로 됐다.

GM은 결국 22조 7,142억원에 달하는 부채는 채권은행들이 부담하게 하고 달랑 자산만 인수키로 한 것이다. 자기 돈 한 푼 안들이고 거져 인수한 거나 다름없는 헐값응로 사들인 사들인 셈이다. 이유는 무엇때문일까. 한마디로 정부의 원칙없는 갈지(之)자 매각정책 때문이다.

관료들이 매각 가액을 높인다는 이유로 당초의 수의계약 입찰을 경쟁입찰 방식으로 바꾼데다, 일이 글러지느라 경쟁입찰의 경우 통상 2~3 개 업체를 우선 협상대상으로 선정하는 관계를 깨고, 포드 사만 우성협상자로 단독 선정했다.

우선 협상대상자를 1개사만 정했으면서도 일이 안될 때를 대비한 안전장치를 전혀 만들지 않앗던 것이다.

포드는 40일간에 걸친 정밀실사로 국내 정보를 모두 빼내간 채 일방적으로 협상을 파기해 버렸다.

정부는 인수포기에 대비한 어떠한 대비책도 세우지 못한 채 국내 자동차 산업의 속내를 모두 보여 주고 만 것이다. GM이 바로 그 과일을 따먹은 것이다.

외교든 장사든 우리의 국제적 담판기술은 한마디로 이런 수준이었다. 좀 더 잘 팔고 잘 벌으려면 정말이지 장똘뱅이가 돼야 했다.

이번 FTA타결에서 우리측이 뭐 크게 속보이고 촌 스럽게 굴었다는 말은 아직 나오지 않는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문제는 국회가 지금의 현안이 뭔지를 제대로 알고 처리할지 궁금하다는 점이다. 후진국 수준에도 훨씬 못미치는 우리 정치수준에서 이 비준을 놓고 또 한번 촌닭 노릇을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만 앞선다.

이번 FTA 체결은 그런면에서 우리에게 외교적 승리와, `종마` 들이 쉬 범접치 않도록 좀 더 장돌뱅이가 돼야 한다는 필요성을 함께 안겨준 이벤트였다.



/빅뉴스포럼 대표


제5차 토론 <한미FTA 체결, 무엇이 문제인가> 발제 목록



[주발제] 한미FTA의 평가와 향후 과제
*한국, 경제통상 선진국 가는 고속도로 탔다
*한미FTA, 양국 이익균형 이뤄진 성공적 협상
*피해산업, 되레 미국시장 공략하게 지원하라
*제2 경제도약 발판...타결보다 활용이 더 중요

[공동발제]
*피해 최소화할 실질적 보완대책 내놓겠다
*얻은 것도 없는데 떠안을 부담은 너무 크다
*각종 법규 개정-산업전환 지원 등 서둘러야
*좀 더 장돌뱅이가 돼야 한다
*이제 시작 - 후속 · 보완 대책이 진짜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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