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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아시아의 대중문화를 모른다

아시아 지역의 대중문화 매체 간의 교류의 필요성


지난 2005년 필자가 <겨울연가>의 윤석호 PD와 함께 <윤석호 PD의 작품세계>와 관련한 평론집 출판을 위해 일본을 방문했을 때, 두 가지 사실에 놀랐다. 일본 서점에 한류코너가 마련되어 수십여종의 한류스타 관련 책들이 일본에서 출판되고 있다는 사실, 또한 개중 한국의 드라마나 대중문화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책은 단 한 권도 찾기 어려웠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실제로 국내에서 논의된 지속적인 한류에 대한 정책 방향은 어떻게 하면 한류스타를 활용하여, 더 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내다팔아 더 많은 수익을 거두어들일 것인지에만 집중되어있다. 그러다 반한류라는 역풍을 얻어맞고, 국내 대중문화의 창작의 동력까지 상실한 채, 일본과 중국은 물론 동아시아 전체의 한류가 침체를 거듭하고 있다.

국내의 대중문화 시장의 개방성을 보면 더 한심하다. 지난 해 영화시장의 70%를 국내영화가 차지했다. 나머지 20%는 할리우드 영화가, 일본영화가 4%, 그리고 나머지 6%를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영화가 차지했다. 한류수출 지역이라는 태국,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등의 영화는 찾아볼 수가 없다. 우리의 문화를 즐기는 해당 국가의 대중문화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한류수출이라는 깃발만 들고 있었던 것이다.

케이블 시장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프리즌 브레이크>, 등 거액의 제작비를 들인 미국의 전문 드라마에 대해서는 논외로 치자. 기무라 다쿠야, 마츠 다카코 등 일본 톱스타가 출연한 일본 드라마도 케이블에서 대중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중국의 무협드라 이외의 제 3세계 국가의 드라마는 거의 수입조차 되지 않는다. 물론 대중문화의 수준 차이 혹은 문화적 접근법의 차이를 거론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새로운 문화는 학습을 통하지 않으면 어차피 이해하기 어려운 법이다. 일본의 드라마라 하더라도 제대로 알고 보는 것과 주인공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보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지 않겠는가?

21세기는 동아시아가 세계 경제의 중심에 설 것이라는 보고서는 수없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아시아에 대해서 너무도 모른다. 그들의 정치와 역사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우리 문화를 수입하여 즐기는 그들이 어떠한 노래를 부르며, 어떠한 드라마를 보는지, 그들의 감성 자체를 모른다는 것이다.

뜻있는 문화단체에서는 아시아 전문 대중문화채널의 개설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번번이 시장의 논리에 막혀 구체적인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만약 우리의 감성과 그들의 감성이 너무나 판이하게 달라 시장 논리상 어쩔 수 없다면 두 손을 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학연수 차 필리핀이나 말레이시아에서 생활한 뒤, 그들의 음악을 소개하는 한국학생들의 팬층을 꼭 그런 것 같지만은 않다. 가수 ‘비’가 매디슨 스퀘어가든 공연을 했다고 열광한 것이 한국의 언론이지만, 필리핀의 톱가수인 레아살롱가와 사라제로니모가 미국에서 어느 정도로 인정받는지 관심을 갖고 있는 언론은 없다. 단지 우리가 몰랐기 때문에 아니면 들을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여전히 무관심할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대중문화 저널리즘이 아직까지도 톱스타 따라잡기에 머물러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우리에게는 없는 새로운 감수성, 순수한 대중문화를 아시아 지역에서 찾아보려는 노력을 얼마나 했던가? 아시아 대중문화 매체 간의 교류는 바로 음악이나 드라마의 교류와는 차원이 다른 또 다른 중요한 사안인 것이다.

1차적으로는 아시아 대중문화 기자들 간의 교류를 활성화하면서 최소한 기자나 평론가들만이라도 타국의 문화에 대한 이해수준을 높여야 한다. 그 과정에서 각국의 마니아팬들의 역량을 결집할 필요가 있다. 이와 동시에 최소한 아시아의 문화중심국가라는 대한민국에서라도, 우리나라 문화가 수출되는 지역의 대중문화를 상시적으로 접할 수 있는 채널 개설이 시급하다.

이는 한류수출 이전에 대한민국의 문화 자체를 풍성하게 해줄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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