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보 및 독자의견
후원안내 정기구독 미디어워치샵

기타


배너

필리핀 복서도 이길 수 있다
 
 박정희 정권의 수출드라이브 정책은 세계챔피언 제도가 있는 프로권투와 맞아떨어졌다. 박정권은 수출달러를 퍼부어 이탈리아의 챔피언 니노 벤베누티를 데려왔고, 김기수는 한국 최초의 세계챔피언이 되었다. 일제 식민지, 한국전 등을 거치며, 가난에 시달려왔던 한국에서 세계챔피언이 탄생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당시 국민들은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그뒤 프로권투는 한국인들의 가슴 속에서 성장하는 스포츠가 되었다.
 
 필리핀을 처음 접한 것도 프로권투였다. 프로권투는 흥행을 위해 늘 국제전을 마련했다. 늠름한 한국인이 외국인을 때려눕히는 장면이야말로 프로권투만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카드였다. 이에 단골로 불려온 선수들은 필리핀과 태국 출신들이었다. 가끔 일본 선수들도 왔지만 아무래도 ‘돈’ 문제 때문에 흔치 않은 일이었다. 2차대전 패배 이후 침울했던 일본인을 위해 덩치 큰 미국선수를 불러 흥행몰이를 했던 역도산의 프로레슬링보다는 스케일이 조금 작다고나 할까?
 
 대개의 경우 한국선수들은 필리핀 선수를 KO로 이겼다. 경기 흥행사들은 정확히 한국선수들이 이길 만한 수준의 선수만 불러온 결과였다. 그러다 한국 최고의 속사포 최충일이 세계타이틀전에서 필리핀의 롤란도 나바레테에게 KO패 당하자, 일반인들은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물론 그 이전에도 김현치가 미국에서 엘도르데에 패한 바 있지만, 최충일의 경기는 전 국민이 본 생중계였다.
 
 “필리핀에도 강한 선수가 있구나”
 
 더욱 더 충격적인 일은 그 후에 소아마비 복서 페날로사가 한국 서울에 직접 건너와 신희섭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여 KO시킨 사건이었다. 이 때에는 복싱팬조차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때까지 우리에게 필리핀 복서란, 샌드백처럼 맞다가, 경기 후반쯤 쓰러지는 그런 존재들이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권투 해설자들은 필리핀 복서에 대해 “끈질긴 복서”라는 말을 하곤 했다.
 
 지금은 역대 페더급 최고의 선수라 불리는 파키아오가 활동하고 있다. 한국 권투 마니아 사이트에서는 모랄레스, 바레라 등 중남미 선수보다는 화끈한 복싱을 구사하는 파키아오에 열광하고 있다. 그러면서 필리핀에 대해서도 새로운 인식을 하게 된다.
 
  라이브와 리메이크에 뛰어난 필리핀 가수
 
 인터넷 필리핀 사이트를 검색하다 배낭여행을 다녀온 대학생들이 남긴 글을 보면, 음악에 관한 것들이 많다. 아무래도 경제발전이 더딘 필리핀의 음악은 무언가 우리에 비해 크게 떨어질 것이란 선입관을 가졌던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은 필리핀 음악을 듣곤 놀라곤 한다. 이는 마치 권투팬들이 페날로사를 보고 놀랐던 것과 똑같을 것이다.
 
 필리핀의 가수들은 라이브를 즐겨 한다. 특히 영어 문화권의 특성상 미국과 영국의 음악을 리메이크하는 것에 매우 능숙하다. 한국의 각 호텔에서 필리핀 가수를 불러 영미팝을 부르게 하는 것은 우연이 아닌 것이다. 이러한 필리핀 음악의 특징은 아마도 그들의 역사적 요인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은 스페인과 미국의 지배를 받았고, 여타의 아시아 국가에 비해 이들의 문화를 비교적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지금도 인구만으로 볼 때 세계 3대 영어 문화권으로 분류된다.  필리핀의 지역적 특성 상, 낙천적인 열대문화, 스페인의 정열적인 문화, 미국의 세련된 팝문화 등에 두루 영향을 받았으니, 음악이 발달하기엔 최적화된 환경이 아니겠는가? 필리핀 가수들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며, 이는 고스란히 가창력이 이어진다.
 
 최근 필리핀에는 16세의 여가수 사라 제로니모 Sarah Geronimo가 최고로 인기를 끌고 있다. 단지 귀여운 외모의 아이돌 가수라 해서, 한국의 댄스가수를 떠올리면 안 된다. 벌써 미국에서는 셀린디온의 노래를 그보다 더 잘 소화하는 것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듣기-> Sarah Geronimo  - Light Of A Million Mornings

       Sarah Geronimo -Ibulong Sa Hangin


  사라제로니모와 쌍벽을 이루는 여가수는 1980년생 니나(nina)이다. 사라 제로니모가 그들의 선배 가수인 레아 살롱가(lea salonga)와 유사한 뮤지컬 풍의 가창력을 보여준다면, 니나(nina)는 한국의 기준으로 보자면 R&B풍에 가깝다. 사라와 니나는 2005년 OPM(Original Philippine Music)차트를 휩쓸었다. Nina

듣기-> nina- Love moves in mysterious ways 


 이들이 아마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았을 필리핀 음악인들의 대부는 프레디 아귤라이다. 그는 Anak이라는 노래를 필리핀 최초로 미국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려놓았다. 이 노래는 의미심장한 가락에 의미심장한 가사로 널리 알려져있는데, 아마 한국에 호텔바 가수로 온 필리핀 가수에게 신청곡을 하면 무척이나 진지하게 부르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으로 따지면 조용필이나 신중현 정도 되지 않을까.

 필리핀 가수들의 가창력은 훈련된 테크닉이라기 보다는 역사적 굴곡을 거쳐온 그들의 일상의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은 Anak의 가사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필리핀의 아이돌 가수들의 노래와 비교하며 들어보면 조금 유사한 감성을 찾아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듣기- Freddie Aguila - Anak

 

네가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
엄마와 아빠는 꿈이 이루어지는걸 보았지
우리의 꿈이 실현된것이며
우리의 기도에 대한 응답이었지

넌 우리에겐 너무도 소중한 아이였지
네가 방긋 웃을 때마다 우린 기뻐했고
네가 울 때마다
우린 네곁을 떠나지 않았단다
아들아 넌 모르겠지
우린 아무리 먼 길도 갈 수 있다는것을
우리가 너에게 줄 수 있는 사랑을 위해서는
신에 맹세코 너를 끝까지 돌봐주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한다면 너를 위해서는
죽음도 마다하지 않을거라는것을..
계절이 여러번 바뀌고
벌써 많은 세월이 흘러 지나갔구나
시간이 너무도 빨리 지나가 버린거지
이제 너도 어느새 다 자라버렸구나
그런데 무엇이 널 그렇게 변하게 했는지
넌 우리를 떠나고 싶어하는 것 같구나
큰소리로 네마음을 말해보렴
우리가 너에게 뭘 잘못했는지 말이야
그런 너는 어느새 나쁜 길로 접어 들고말았구나
아들아 넌 지금 망설이고 있구나
무엇을 무슨 말을 해야 할지를 말이야
넌 너무도 외로운거야
네 옆엔 친구 하나 없는거지
아들아 넌 지금 후회의 눈물을 흘리고있구나
우리가 너의 외로움을 덜어 주련다
네가 가야 하는 곳이 어디이든지
우리는 항상 문을 열고 너를 기다리고 있단다 

 
 프레디아귤라가 저 멀리 있는 신화적인 존재라면, 레아 살롱가는 최근에도 활발히 활동하는 국민가수이다. 그녀는 1971년생으로,  10살 때부터 앨범을 낸 아이 스타였다. 레아는 <미스사이공>이라는 뮤직컬을 크게 히트시키며,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APEC축하무대, 아카데미 시상식, 그리고 레너드번스타인의 무대 등에 오르며 이른바 월드스타로 각광받고 있다. 조만간 미국 뉴욕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의 음악은 영어와 모국어인 타갈로그(tagalog)인데, 레아는 이 둘 모두를 능숙하게 소화한다.



듣기->  Bakit labis kitang mahal - Lea Salonga 

 


 동아시아 음악이 한국에 들어올 때, 여가수들은 남성팬들에게 충분히 인기를 끌 가능성이 있다. 인터네상의 필리핀 음악 마니아들도 대개 남성들이 여가수 음악을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다. 동아시아 문화를 한국이 받아들이는데 있어, 이 점은 매우 중요하다. 한국 문화의 소비를 젊은 여성층이 주도한다는 점에서, 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동아시아 남성 스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한국여성들의 정서에 가장 걸맞는 필리핀 남성가수는 아마도 크리스티앙 바우티스타(Christian Bautista)가 아닐까? 그는 올해 24살이며, 이른바 꽃미남 부류이자, 성시경과 비슷한 가창력을 보여준다.

 



                        듣기-> Christian Bautista- The way you look at me
 
  이들 이외에 필리핀에는 산다라박이라는 한국인 가수가 활동 중이다. 물론 필리핀 가수들에 비해 가창력이 조금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한국 특유의 아이돌다운 귀여운 모습으로 필리핀 팬들에게 크게 사랑받았다. 한국의 YG패밀리에서 한국 데뷔를 준비한다고 하니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산다라 박

 

듣기-> Sandara Park -smile in your heart

 

  필리핀 음악을 들을 권리

 한국의 방송사들은 시청률을 기준으로 삼아 동아시아 음악이나 드라마 및 영화 소개에 인색하다. 그러나 한국에도 이미 필리핀의 음악을 듣는 층이 분명히 존재한다. 이들은 직접 필리핀으로 날아가 CD를 사와 MP3로 돌려듣는 방법 이외에는 필리핀 음악을 접할 다른 길이 없다. 공짜로 MP3를 다운받으며 네티즌들의 들을 권리를 주장했던 인터넷 전문가나 대중문화 학자들, 오히려 그 반대 편을 바라보았으면 한다. 지금 필리핀이나 태국음악을 들으려면 불법 MP3를 다운받던지 스트리밍으로 들을 수밖에 없다. 네티즌들의 들을 권리를 주장하려면, 이런 불법을 조장하지 말고,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의 음악을 방송사에서 틀어주고, 또한 음반시장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제안을 하라는 것이다.
 
 필리핀 음악 마니아들에게는 필리핀 음악을 들을 권리가 있다. 권투 팬들이 페날로사와 파키아오의 존재를 알고, 필리핀을 다시 보게 되었듯이, 한국의 음악팬들 역시 사라, 니나, 레아, 바우티스타 등등의 음악을 들으며 필리핀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더 많은 필리핀 음악을 들으려면 ->http://blog.naver.com/tamarack



배너

배너

배너

미디어워치 일시후원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현대사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