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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의 기대주였던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30일 전격 불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정 전 총장에게 일제히 러브콜을 보내왔던 범여권의 제정파는 그야말로 `심리적 공황'에 가까운 대혼돈에 휩싸였다.

더욱이 범여권에서 지지율 1위를 보였던 고 건 전 총리가 대선 궤도에서 이탈한 지 불과 3개월여 만에 정치권 장외시장에서 주가를 높이던 정 전 총장마저 `상장'도 못해 보고 자진 `폐업신고'를 하자 범여권은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당장 4.25 재보선 이후 형성된 반(反) 한나라당 전선을 기치로 범여권 대통합이 탄력받기를 기대하며 정 전 총장의 결심만을 오매불망 기다렸던 우리당은 허탈감과 당혹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분위기이다.

한나라당이 재보선 패배의 충격 속에서 `적전분열' 양상까지 띠고 있어 범여권으로서는 기사회생을 위한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는 시점이어서 안타까움과 놀라움은 더하듯 하다.

정세균 의장은 의원총회 직전 기자들과 만나 "정치란 다이내믹한 것이니 만큼, 새로운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고 본다"며 "당 해체는 현실성이 없고 책임있는 자세도 아니며, 전당대회 등을 거치면서 시련을 이겨내는 내성, 힘이 생겨 당황할 필요 없다. 후보 중심의 통합도 여전히 유효하다"면서도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고 전 총리를 도왔던 한 최고위원은 "두 번이나 닭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신세로 전략했다"고 말했고, 한 초선의원은 "두 차례나 코미디에 가까운 일이 일어났다"고 촌평하는 등 자조적 반응도 나왔다.

당 안팎에서는 범여권 영입 0순위였던 정 전 총장의 대선 출마 포기에 따라 범여권 대권주자 연석회의 등 `후보 중심의 제3지대 통합론'에 모아졌던 좌표의 일부 수정이 불가피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그 연장선상에서 5월 중순 이후 가시화될 것으로 보였던 `제2차 대규모 탈당→후보 중심 재결집' 시나리오도 일정 부분 차질을 빚는 한편 민주당과의 소통합 우선 추진 등의 대안이 제기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핵심 당직자는 "대통합 신당을 위한 로드맵은 여전히 살아있지만 유력한 잠재적 축의 상실로 제 3지대의 이니셔티브(주도권)가 약화될 우려가 있어 걱정이며 전략적 재검토도 필요할 수 있다"며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등 외부 주자들을 중심으로 한 통합의 동력이 주춤하지 않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생모임, 시민사회세력과의 연대를 모색해왔던 민평련 소속 한 의원은 "연석회의가 당분간 힘을 받기 어렵게 되지 않을까 우려되는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큰 흐름에는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탈당을 검토해왔던 한 의원도 "정 전 총장쪽으로 합류를 모색했던 의원들로서는 당장 막막해졌지만, 탈당 움직임 자체를 막기는 힘들 것으로 보이며, 후보 중심의 `헤쳐모여'가 힘들다면 우선 민주당과의 소통합을 논의한 뒤 대통합을 모색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그동안 후보 중심 통합론을 설파해온 지도부는 이제 분명한 답을 내놔야 한다"고 지도부 책임론을 재차 거론했다.

일부 정 전 총장 합류를 검토했던 충청권 의원들도 난감한 표정이 역력했다. 충청권 한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혹시라도 생기지 않을까 하고 우려했던 사태가 현실화돼 당혹스러울 따름"이라며 "진로를 차분히 고민해 봐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정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이 대통합 작업을 앞당길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최재성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아쉬운 감이 없진 않으나 도전하겠다는 사람들만 나와서 정치일정을 경쾌하게, 속도감있게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말했다.

통합신당모임 양형일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정 전 총장이 참신성, 충청 출신이라는 지역성, 경제학자라는 전문성, 개혁성을 지녔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가졌는데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면서 "정 전 총장의 불출마가 향후 중도개혁세력의 통합에 장애요인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정 전 총장 불출마로 인해 범여권 통합의 무게중심이 후보 중심론에서 세력 중심으로 이동, 민주당의 주도권을 견고히 하는 계기로 삼으려는 분위기도 점쳐졌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번 사태는 `대권 후보는 어느 날 갑자기 백마를 타고 나타나지 않는다'는 교훈을 남겨줬다"며 "이는 인물 중심 정당과 후보 중심 통합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말해주는 것인지 입증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뿌리 없는 정당은 찬란하게 피었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여의도 벚꽃과 같은 것"이라며 "오랜 세월 국민과 함께 애환을 같이 해 온 뿌리깊은 정당이 대업을 이룰 수 있다는 반증"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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