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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의 '대선 기대주'로 꼽혀왔던 정운찬(鄭雲燦) 전 서울대 총장이 30일 돌연 대선 불출마 결정을 하게 된 과정과 배경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치참여가 초 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던 정 전 총장이 불출마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일주일전쯤.

그는 지난 24일 춘천 한림대 최고경영자과정 초청 강연에서 "(정치참여를) 한다고 하면 강의가 끝나는 5월말∼6월초 이후 선언하겠지만 안할 가능성도 많다. 이 경우 (학기가 끝나는 5월말) 이전에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면서 불출마의 여지를 남겼다.

이후 범여권에서는 정 전 총장의 불출마 가능성에 대한 여러 소문들이 나돌았고 최근 그와 만난 일부 의원들도 이런 관측에 무게를 실어주는 전언을 해왔다.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정 전 총장이 며칠 전부터 출마 대 불출마 가능성이 49대 51일이라는 얘기를 한 것으로 안다"며 "특히 지난 21일에도 김종인 의원과 제자그룹이 결단을 촉구했는데 끝내 `출마하겠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통합신당모임의 한 의원도 "일주일 전쯤부터 그런 얘기가 돌기 시작했고 원래 지난주쯤에 불출마 회견을 한다고 했었다"며 "이것 저것 힘들어 하는 것 같았는 데 정치세력을 이끄는 리더십에 관해 여러 가지 어렵다는 생각을 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정 전 총장이 기자회견 하루 전인 29일 만나 불출마 결심을 전한 정치인은 그의 정치적 자문역을 해줬던 민주당 김종인 의원. 김 의원은 "본인이 마음을 굳혔다고 해서 뜻대로 하는 게 좋겠다고 말해줬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정 전 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유는 뭘까. 본인은 기자회견에서 '정치적 역량 부족'을 이유로 들었다.

그는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이란 글에서 "제게 그럴 만한 자격과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며 "여태껏 그런(정치) 세력화 활동을 이끌어본 적이 없는 저는 국민 앞에 정치지도자로 나설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소중하게 여겨온 원칙을 지키면서 정치세력화를 추진해 낼 만한 능력도 부족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범여권 제 정파가 사실상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왔고 본인도 어느 정도 의지를 과시해왔던 만큼 그의 불출마 원인을 단순히 역량 부족으로 설명하기에는 어딘가 미진하다는 지적이 많다.

정치권에서는 그동안 정 전 총장이 범여권 대선주자의 한명으로 언론에 노출돼왔지만 여론 지지율이 2%대의 미미한 수준에 그친 점도 그가 대권도전을 포기한 주요 원인이 됐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다소 하락하기는 했지만 한나라당의 정당 지지도와 대선주자 지지도가 여전히 고공행진을 벌이는 반면 열린우리당 등 범여권의 지지도는 바닥을 기고 있는 '황무지' 같은 범여권의 표밭도 그에게는 건너기 힘든 장애물로 여겨졌을 수 있다는 것.

또 치열한 적자생존의 정치권에 뛰어들어 기존 정치인들과 이전투구를 벌여야 한다는 상황도 그에게는 심한 부담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

정 전 총장이 그동안 범여권의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에 참여하는 문제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치면서 독자 정치세력화에 관심을 보인 것도 기존 정치권에 참여했다가 경선 흥행을 위한 '불 쏘시개'로 소모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 때문이었다는 추정도 있다.

정 전 총장은 실제로 최근 지인들과의 만남에서 "솔직한 심정은 경선이 효율성도 떨어지고 안했으면 좋겠다. 본선도 아닌 경선에서 지면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털어놨다.

일각에서는 정 전 총장이 비(非) 한나라당, 비 열린우리당인 자신의 원칙과 정체성이 훼손될 것 같아 포기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김종인 의원은 "정 전 총장이 자신은 한나라당이 아니라고 했고 열린우리당은 꽃가마 태워줘도 안간다고 했는 데 찾아오는 사람들은 모두 열린우리당 사람들이어서 혼란스러워했다"면서 "정 전 총장이 정치를 변화시키는 데 뛰어들겠다고 생각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치권에) 들어오려고 여러 시도를 하는 상황에서 자기가 평소 생각한 것을 실천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독자세력화를 하고 싶어도 비 정치인 출신으로 자금력과 조직력이 부족하다는 점, 근본적으로 권력의지가 미흡하다는 점도 정 전 총장이 중도하차한 배경으로 거론되고 있다.

정 전 총장은 최근 지인들에게 "대선에 출마하면 나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이 생길 것 같다. 선거자금을 모금하면 비리로 평가받는 일이 있을 수 밖에 없고 누구 하나 감옥을 갈 수도 있는데 그게 너무 싫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 전 총장측 대리인인 전성인 홍익대 교수도 "지식인으로서의 몸가짐과 새롭게 받아들여야 할 정치인으로서 몸가짐 사이에서 접점을 찾으려고 많이 노력했지만 양자를 동시에 하기 어려워 이런 결정을 한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밖에 정치권 지인들의 극심한 만류도 정 전 총장의 불출마 결심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그는 "나를 아끼는 지인의 90%는 정치참여를 만류하고 있다. "평생 거역해본 적이 없는 부인조차도 말은 안하지만 못마땅한 기색"이라며 주변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결국 범여권의 상황논리에서 비롯돼 타의에 의해 대선주자로 급부상했던 정 전 총장이 역시 비슷한 배경에서 각광을 받았던 고 건(高 建) 전 총리의 전철을 되밟고 말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ch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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