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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절규 퍼진 미의사당에서 일 다도 행사

전 카미카제 조종사 '평화.화합의 정신' 강조



지난 2월 15일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맺힌 절규가 울려퍼졌던 미 하원 레이번 빌딩 외교위원회 회의실에서는 11일(현지시간) 아주 이색적인 행사가 펼쳐졌다.

톰 랜토스 하원 외교위원장과 가토 료조 미국 주재 일본 대사 등이 자리한 외교위원회 회의장에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마이크를 잡고 나선 인물은 2차대전 말기 일본군 카미카제 조종사였던 센 겐시추(千玄室)씨.

일본 전통 다도(茶道)의 명인인 겐시추씨는 랜토스 위원장 부부를 비롯한 미 의회 관계자들에게 수 백 년 동안 이어져온 일본 고유의 다도를 선보이며, 여기에 담긴 평화와 조화, 존경의 정신을 설명했다.

일본 전통 복장인 기모노 차림의 겐시추씨는 자신이 1945년 카미카제 조종사로 특공작전에 투입되기 전날 동료들의 요청으로 군복을 입은채 다도를 행한 이야기와 이후 다도를 통해 세계 평화를 선양하려 노력해왔음을 자세히 밝혔다.

랜토스 위원장은 "겐시추씨가 카미카제 조종사였고, 일본에 원자폭탄이 떨어진 3일 뒤에 자살공격이 예정돼 있어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나치대학살(홀로코스트)의 생존자인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각별함이 있음을 언급했다.

랜토스 위원장은 "카미카제 조종사로 목숨을 버리려했던 사람이 이제 평화와 친선의 대사가 된건 믿기 어려운 '모순(clash)'"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가까스로 나치대학살을 모면한 유대인인 랜토스 위원장은 겐시추씨가 몸을 깊숙히 숙이며 따라준 차 를 마신뒤 "어떠시냐"는 물음에 "정말 좋다(I love it)"라며 정중한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일본 다도행사의 분위기가 썩 흔쾌한 것만은 아니었다.

주최측은 랜토스 위원장 부부 이외에 혼다 의원을 비롯한 상당수 의원들을 초청했지만, 대부분 불참했다. 두 명의 의원만이 참석했으나 그나마 한 명은 일찍 자리를 떠 다소 썰렁한 느낌마저 있었다.

랜토스 위원장의 표정에도 이날 행사와 곧 상정될 위안부 결의안간의 관계를 의식한듯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는 '위안부 결의안'에 대한 일본 기자들의 질문에 굳은 표정으로 입을 닫았고, 가토 일본 대사와의 대화에서도 위안부 결의안은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

이날 외교위 회의장에 눈물과 한숨, 절규는 없었다. 더없이 상냥한 미소와 감미로운 차 향기, 평화와 조화, 친절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나라 일본의 가치와 문화만이 회의장을 감돌았을 뿐이다.

정말로 빛난 것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절규가 울려 퍼졌던 자리, 위안부 결의안이 곧 상정될 미 하원 외교위 회의실에서, 카미카제 조종사 출신의 다도 명인이 미국 의원들에게 평화를 강의하게 할 수 있게 만든 일본의 국력과 외교력이었다.

눈물과 미소, 위안부 할머니들의 절규와 카미카제 조종사의 다도 강의, 위안부 결의안을 둘러싼 찬반 논란...

이 모든 것을 지켜본 미 의회의 결정은 무엇일까.



(워싱턴=연합뉴스) lk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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