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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법적 패소, "자격없으면 언론하지마!"

법원 김모씨 승소 판결이 주는 사회적 의미

포털에 인터넷언론에 준하는 책임을 묻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최영룡 부장판사)는 인터넷 환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판결을 내렸다. 헤어진 여자친구가 자살하며 남긴 유서가 포털을 통해 퍼지면서 피해를 입은 김모씨에게, 네이버, 다음, 네이트, 야후 등 4대 포털사가 총합 16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물론 김모씨는 “4대 포털에서 전화번호, 실명, 사진을 뉴스와 인기검색어 등을 통해 무차별적 유포시켜 직장을 잃는 등 막심한 피해를 입은 것에 비해 1600만원이라는 액수는 터무니없이 적다”며 항소할 것임을 시사했다.

김모씨의 법적 대리인인 법무법인 정률의 이지호 변호사는 “포털로부터 입은 피해가 실직으로 이어진 인과관계를 법원이 충분히 인지하지 못해서 벌어진 탓”이라며, “현재 지급을 결정한 1600백만원은 위자료 성격이고, 인과관계를 입증하면 액수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김모씨의 피해 정도 및 보상액과 관계없이 이번 판결은 공적으로 따져볼 만한 일이다. 법원의 판결문 중 가장 중요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기사에는 원고 실명이 거론되지 않았지만 숨진 여자친구의 실명과 미니홈피 주소 등을 통해 기사에서 가리키는 사람이 원고임을 쉽게 알 수 있었고, 피고들은 원고에 대한 악의적 평가가 공개돼 명예가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네티즌들이 댓글로써 원고를 비방토록 방치한 책임이 있다"

현재까지 포털들은 자신들이 언론사로부터 송고받은 기사의 진위내용을 파악할 수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즉 설사 자신들이 편집 배치한 기사가 허위사실로 인하여 타인을 명예를 훼손한다 하더라도, 자신들의 책임이 없을 뿐더러, 해당 언론사와의 계약조건에 따라 수정 및 삭제를 할 수 없어 손을 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판결 과정에서 각 포털사들이 제출한 변론서에는 포털사의 뉴스팀이 자신들이 배치하는 뉴스를 읽고 내용에 따라 배치를 결정한다는 것이 드러났다. 특히 미디어다음 측은 뉴스팀이 메신저를 통해 기사의 위법성에 대해 토론하며, 기사는 물론 댓글 삭제까지 지시한 내용을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는 법원의 판결이 없었어도, 너무나 상식적인 일이다. 뉴스팀이 하루 8000여개의 기사 중 200여개를 골라내는 과정에서 아예 기사 내용을 검토하지 않는다는 것이 납득할 수 있는 일인가. 자신들의 면책을 주장하다보니, 다른 포털사에서는 “우리는 기사 내용을 확인할 수 없고 확인해서도 안 된다”는 주장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네티즌들의 92%가 읽는 포털 뉴스를 편집팀은 읽지도 않고 배치하고 있다는 셈이다. 그 주장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차원에서 일찌감치 반박되었다. 읽지도 않고 배치한다면서 어떻게 포털에 불리한 기사들만큼은 한번의 실수도 없이 기가막히게 골라내냐는 것이다. 실제로 오늘 공정위의 포털의 담합 인정에 관한 기사에 대해 포털사는 모두 메인에서 누락시켰다. 이것도 읽지도 않고 우연히 했단 말인가?

이번 법원의 판결은 포털을 이용하는 네티즌 입장에서는 너무나 상식적인 내용을 인정한 것이다. 댓글 역시 마찬가지이다.

각 인터넷언론사들은 기사 밑의 댓글을 실질적으로 관리하고 있었다. 기사는 익명으로 표현했는데 그 밑에 댓글에 실명이 달려있으면 책임있는 편집자는 당연히 삭제를 한다. 만약 삭제를 하지 않았을 때 피해자가 항의를 하게 되면, “우리는 댓글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변명하는 편집자는 없다. 실례로 독자게시판에 올라온 패러디 포스터물 때문에 한 인터넷언론사의 사장은 형사처벌을 받은 바도 있다.

법원은 기사를 중요도에 따라 배치했으면 그에 따른 댓글 역시 편집자가 책임을 져야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모든 인터넷언론이 다 하는 일을 단지 포털이라고 해서 면책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포털은 관련 뉴스가 배치되는 순간 피해사실을 알았을 것

법원이 인정한 두 번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네티즌들은 검색 서비스 등을 통해 K씨의 신상정보를 교환하고 블로그나 카페 등을 통해서 K씨에 대한 비방 글을 게시했다"며 "포털들이 적극적으로 게재한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자신이 관리하는 영역에서 네티즌들의 불법적인 표현물이 너무 많이 게시되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 삭제 요청 등을 통해 피해 확산을 방지할 주의 의무가 있다"

정보통신망법의 44조에는 게시판 관리자의 삭제의무에 대해 “위법성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로 규정해놓고 있다. 현재까지 포털은 이 조항을 ‘신고를 받았거나,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요청이 있을 때 한해서’로 해석해왔다.

이번 사건에서 피해자 김모씨 측의 법적 대리인은 “이미 유해성 게시물이 싸이월드 및 포털사 블로그에 번지고, 이것이 기사화되어 포털 뉴스면에 올랐을 때” 포털의 게시판 관리자는 이번 사건의 문제점을 인지했을 거라 주장했다. 법원은 바로 이 지점에서 김모씨 측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포털은 100여명 이상의 모니터 요원을 배치하여 상시적으로 게시판 및 댓글을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모씨 사건, 최근의 박지윤 아나운서 사건 정도면 최소 한 시간 이내에 모니터요원의 눈에 띄었을 것이다. 그럼 이때부터 포털사는 게시물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피해자 김모씨의 신고는 사건 발생 이후 3주가 지난 후였다. 평범한 민간인 신분이었던 김모씨는 자신이 당한 피해가 포털로 인해 훨씬 더 크게 번졌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상태였다. 더구나 이미 사건 첫날부터 네티즌들의 극성으로 자신의 핸드폰조차 받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신고를 하기 위해 게시물을 검색하고, 캡쳐를 할 여력이 안 된 것이다.

반면 포털은 이 당시, 관련 기사를 뉴스면 메인에 게시하고, 인기검색어로 지정하고, 몇몇 포털은 스스로 기사를 작성하기도 했다. 실제로 유력 정치인이나 유명 연예인에 대해서는 수시로 자의적인 삭제를 하던지 기사를 내렸던 전례는 많다. 심지어 미디어다음의 경우는 자사를 비판하는 댓글을 연속적으로 삭제한 전력도 있다. 그러면서 법원에서는 이 사건을 신고가 들어오기 전에는 알 수가 없었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법원은 이에 대한 책임을 더욱 더 분명히 했다.

"포털들이 적극적으로 게재한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자신이 관리하는 영역에서 네티즌들의 불법적인 표현물이 너무 많이 게시되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 삭제 요청 등을 통해 피해 확산을 방지할 주의 의무가 있다"

포털, 책임질 자신없으면 언론기능 포기하면 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포털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과도하다며 항소를 준비할 수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의 요지는 포털은 인터넷언론과 똑같이 언론기능을 하고 있고, 그렇다면 인터넷언론과 똑같이 댓글 및 유해게시물, 기사의 진위 여부 등을 데스크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리고 저널리즘 영역에서 이미 포털은 언론기능을 하고 있다고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만약 포털이 이러한 언론기능을 지속하겠다면, 여타의 언론과 똑같이 책임을 지면 된다. 포털사는 이러한 법원의 판결이라면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언론기능을 포기하면 그만이다. 포털이 언론 이외에 하고 있는 사업이 얼마나 많던가.

그러나 오늘까지의 포털의 태도로 보건데, 공정위의 포털 담합 인정, 그리고 명예훼손 법적 판결 관련 기사를 감추던지, 억지로 잠시 노출시키는 일 등을 하며 언론의 책임을 다할 자세를 보여주고 있지 않다.

결국 이 문제가 언론의 책임을 다할 생각이 없는 포털이 언론기능을 해도 되느냐 안 되느냐라는 한국 언론개혁의 역사적 맥락에서 다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아직까지 포털들과 이를 지지하는 지식인들만이 모르고 있을 뿐이다.

하루에 8000여개의 기사를 어떻게 검증하며, 기사 당 10만개씩 달리는 댓글을 어떻게 관리하냐는 포털의 하소연은 법 앞에서는 의미가 없다. 할 수 없으면 줄이면 되고, 그래도 안 되면 언론을 못하는 것이다.

참고로 대한민국의 30대 대기업들은 외환위기에 대한 연대책임 의식으로 97년 이후 언론의 소유 및 경영을 모두 포기하고, 사업에만 전념하여 세계 경쟁에 나선 전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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