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교동-민주 사이 통합 시각차 드러내

최근 범여권 인사들의 잦은 방문으로 ‘훈수정치‘ 논란을 빚고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번엔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과 만나 다시 한 번 범여권 대통합을 강조했다. 만약 대통합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차선책이라도 찾으라는 ’훈수‘도 뒀다.

31일 김 전 대통령은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대통합에) 정해진 시간이 있다는데 그 시점까지 여의치 않더라도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말고, 차선의 방법을 찾는 행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현실적으로 대통합이 어렵다면 통합이 가능한 일부 세력만이라도 통합하라는 메시지로 해석되며, 후보단일화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어 김 전 대통령은 지난 29일 민주당 박상천 대표와의 만남에 대해 "박상천 대표가 얘기하는 것을 보니까 쉽지는 않겠더라"며 동교동과 민주당 사이에 대통합에 대한 괴리감이 있음을 나타냈다.

이 날 정 의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김 전 대통령은 대통합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는 “지금은 대통합이 대의고 명분”이라며 “대통령 선거에 있어 직접 후보에 나서는 사람도 중요하지만, 무대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도자는 앞을 내다볼 수 있는 능력 있어야 하고, 필요하면 몸을 던지는 것도 요구된다"며 북핵 사태 때 자신의 행동을 비유하며 범여권의 결단을 재차 촉구했다.

이에 대해 정 의장은 “열린우리당을 포함해 민주당과 시민세력 등 각 정파와 정치세력들이 제3지대에서 새로운 정치적 비전과 전망을 가지고 다시 모여서 대통합을 이뤄내는 것이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라며 “남은 기간동안 최선을 다해 대통합의 물꼬를 열겠다”고 화답했다.

DJ "내 몸 하나 편하자고 가만이 있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한편, 김 전 대통령은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자신의 행보에 대해 훈수정치라고 비난하고 있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훈수정치 논란에 대해 “내가 50년 동안 몸담았던 민주개혁세력이 현재 사분오열 되어 있고, 국민들이 많은 실망과 좌절을 겪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느냐”면서 “나를 지지해준 국민들을 생각할 때, 내 몸 하나 편하자고 가만히 있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해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범여권 대통합 주문을 하고 있는 훈수정치를 처음으로 인정한 셈이자, 한나라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비난을 맞받아친 격.

김 전 대통령의 이 날 발언은 앞으로도 훈수를 둘 사안이 있으면, 훈수를 두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비록 현실정치에선 은퇴했지만, 시대적 역할에 따라 개입할 수 있다는 것. 이는 범여권이 통합되어 후보단일화를 이룬다면 한나라당과의 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