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에서 7일 이민개혁법안 통과가 무산되면서 행정부 뿐 아니라 의회도 초당파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 없는 '레임덕' 상태에 빠진게 아니냐는 지적이 미국 언론들로부터 제기됐다.
2008년 대통령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미국의 민주.공화 양당이 민생에 직결되는 대표적인 과제 중 하나인 이민 문제를 제때 해결하지 못함으로써 모든 미국 정치권을 공화냐, 민주냐를 선택해야 하는 선거정국으로 몰아넣는 결과를 낳았다는게 미 언론들의 설명이다.
8일 AP통신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전날 미국 상원은 이민법안에 대한 찬반토론을 제한하는 안건에 대해 2차 표결을 실시했지만 찬성 45표, 반대 50표로 토론을 제안하고 최종 표결을 실시하기 위한 정족수인 60표 확보에 실패했다.
다수당인 민주당의 해리 리드 원내대표는 법안이 완전히 폐기되지 않았음을 강조했지만 정치권 소식통들 사이에서는 빠듯한 의정 일정을 감안하면 올해 안에 이민법 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힘을 얻었다.
미국 언론들도 이같은 소식통들의 분위기를 전하며 조지 부시 대통령 입장에서 민주당이 지배하는 의회에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할 수 있음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고 보도했다.
특히 워싱턴포스트는 상원의 이민법 통과 무산이 정치 체계가 국가적인 큰 문제를 해결할 수단을 찾아내지 못한다는 일종의 회의론을 불러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민 문제에 대해서도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정치권이 보건이나 에너지, 정부 재정 같은 다른 문제에 대해서도 쉽사리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국민들에게 실망감만을 안길 것이라는게 이 신문의 주장이다.
현재 1천200만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미국에서 '불법 이민자'라는 딱지를 붙인 채 생활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또 이민개혁법안 자체가 많은 결함을 안고 있었고 따라서 하원에서도 의원들의 지역구 사정에 따라 쉽사리 법안 제정에 반대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정치권이 대선 정국으로 접어들기 전에 현재의 정치적 체계가 현실적인 문제를 처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시험대가 바로 이민법안 처리 과정이었다면서 지금까지 나타난 결과로 볼 때 부정적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서울=연합뉴스) smi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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