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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임의로 앞당기기도 어려운 일이지만 (적절한 시점이 오면) 6자회담 진전을 위해서 그 뒤로 늦춰서도 안 되는 일이다."

개최 여부를 놓고 온갖 설들이 난무하고 있는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지난 달 31일 미국 AP 통신과의 회견에서 언급한 가장 최근의 발언이다.

언뜻 정상회담 개최 시점을 모호하게 얘기한 것으로 들릴 수도 있는 이 말은 주변상황에 의해 회담이 지지부진할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시점'이 오면 언제라도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는 노 대통령의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반세기의 산고 끝에 2000년 6월 열렸던 남북정상회담은 분단의 장벽을 허무는 상징적인 역사적 사건이었다. 남북정상회담이라는 '평화의 씨앗'이 만 7년의 '숙성'을 거쳐 뿌리내리고 있지만 남북 화해.협력과 동북아 평화라는 열매를 맺고 꽃을 피우기 위한 물과 거름 역할을 할 제 2차 남북정상회담은 뚜렷한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사실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 간의 1차 정상회담 합의사항을 돌이켜보자면 2차 정상회담은 예정된 만남으로 여겨질 수 있다.

평양 6.14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이 구체적인 시기를 못박진 않았지만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합의했고, 이산가족 상봉, 경제협력, 남북대화의 상설화 등 2차 회담의 전제조건으로 김 위원장이 내걸었던 6.15 공동선언의 이행도 착실하게 이행되던 터라 그 누구도 2차 정상회담 개최를 의심하지 않았다.

특히 그해 10월 조명록 북한 국방위 제1부위원장과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의 워싱턴과 평양의 교차 방문은 북미관계의 급격한 해빙까지 예고했다.

하지만 그 해 말 미 대선에서 공화당 소속 조지 부시 대통령의 당선과 2002년 말 불거진 2차 핵위기, 미국 '네오콘' 그룹의 부상 등으로 국면이 반전되자 북한은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입을 닫았다.

국민의 정부의 '햇볕정책'을 계승한 참여정부의 노 대통령은 임기 전부터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강한 의욕을 보였다.

취임 직전인 2003년 1월24일 미 CNN과의 회견에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취임 후 회담을 제의할 것"이라며 정상회담으로 북핵문제를 타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 이른바 `선(先)정상회담→후(後)북핵 해결'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를 방증하듯 정부는 참여정부 출범 직후 북핵위기 해결을 위한 특사파견 문제를 북측과 논의했지만 그 해 4월 말 북.중.미 베이징(北京) 3자회담 가동으로 인한 양자 접촉 부담 때문에 무산됐다.

이 때문인지 취임 후 노 대통령은 "지금은 그럴 시기가 아니다"(2003년 4월15일)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회담이 추진중이기 때문에 정상회담을 서두르지 않고 차후 과제로 하겠다"(2003년 7월9일)는 등 `선(先) 북핵해결→후(後) 정상회담'을 정책기조화 했다.

2004년 3월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는 "북핵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남북정상회담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그 기조를 더욱 선명히 했다.

이처럼 참여정부는 지난 4년간 "정상회담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고 필요하지만 북핵문제 해결 상황을 봐가면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했다.

남북정상회담이 남북관계 뿐 아니라 다자가 얽히고 설켜있는 6자회담 등 국제정세를 반영해야 한다는 인식이 그 기저에 깔려 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는 곳곳에서 읽혔다. 2005년 6월 정동영 당시 통일장관이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김 위원장을 만나 정상회담을 타진했다.

특히 참여정부 마지막 해인 올 들어 김대중 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장영달 원내대표 등 정치권을 중심으로 6.15, 8.15 등을 계기로 정상회담을 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표면상 정부 내 정상회담 추진 움직임은 없는 듯 보인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정상회담이 8월15일 이내에 열리지 않을 경우 대선 일정과 그 이후의 준비시간 부족 등으로 현 정권에서 개최되기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거꾸로 말하면 8.15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정부 내에서 비밀스런 움직임이 있을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1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남북정상회담은 안하는 것보다 하는 것이 낫고, 이왕 한다면 참여정부에서 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실제로 난항을 거듭하던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자금 송금문제가 러시아의 적극성으로 인해 해결 실마리를 찾은 것 아니냐는 관측들이 나오면서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적절한 시점'이 다가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BDA문제 해결로 2.13 합의에 따른 영변 핵시설 폐쇄 등의 초기조치가 급물살을 탈 경우 정부의 공언대로 6자회담 가속화와 남북관계의 획기적 진전을 위해 정상회담이 추진될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아직 `BDA 해결 실마리'가 그 실체를 드러내지 않고 있는데다 대북 쌀 지원을 사실상 북한의 초기조치 이행문제와 연계하고 있는 정부의 입장을 감안하면 노 대통령 임기내 정상회담은 사실상 어려운 것으로 전문가들은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당위성은 인정하지만 현 정세로 봤을 때 불투명하다"며 "정상회담은 어느 한쪽의 희망만으로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honeyb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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